2003년 미국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최종 홀 30cm 파 퍼트 실패의 깊은 그늘에서 부활한 강욱순(42ㆍ삼성전자). 그가 지난 31일 조니워커 블루라벨오픈에서 거둔 우승은 활력을 잃어가는 40대 중견 동료들이나 슬럼프에 빠진 다른 선수들, 위기를 겪게 될 후배들 뿐 아니라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 주변의 숱한 추측과 예단, 본인 스스로 겪었던 마음 고생을 모두 털어낼 수 있었던 그의 힘은 무엇일까. 강욱순의 부활 원동력을 그의 말을 통해 다시 짚어본다. “마치 프로 데뷔 첫 승을 할 때처럼 잠을 1~2시간밖에 잘 수 없었습니다. 나이도 있는데 이렇게 잠을 못자면 체력이 떨어져 우승 못할 수 있겠다 생각도 들었지만 좋게 생각하면 첫 우승할 때의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고 느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초심’으로 바꿔 생각했던 것. ‘긍정의 힘’이 강욱순 부활의 첫 원동력이었다. 그는 “2003년 미국 진출 실패 후 슬럼프를 겪는 동안 스폰서가 없었다면 은퇴했을 것”이라며 “흔들렸던 5년간 지속적으로 후원해준 스폰서(삼성)에 마지막으로 보답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말 또한 계약 해지 직전의 위태로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돌린 것이다. “7월1일부로 재계약 해야 하는데 삼성전자와는 되지 않은 상황이고 안양베네스트GC와 제일모직만 됐다”고 밝힌 그는 “다른 타이틀 스폰서를 찾을 수는 없고 우승해서 삼성과 재계약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생각은 ‘우승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됐다. “미국에 다녀온 뒤에는 골프 자체가 싫어 라운드 중에 빨리 산에 가서 명상하고 싶다는 마음만 들었다”며 “이번에는 꼭 우승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 날 최종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연장전에 끌려가 패했던 지난해 레이크힐스 오픈이나 막판 잇따른 보기로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않았던 올해 6월 필로스 오픈때가 더 간절해서 오히려 실수했던 것은 아닐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 때는 강박관념이 있었을 수 있으나 간절함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도 꼭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18홀 플레이동안 안 되는 거 아닌가, 될까 등등 마음 약해지는 순간이 많았다”는 그는 “생각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고 그럴 때는 단전에 힘을 딱 모아 내 몸의 힘을 집중하는 방법으로 이겨낸다”고 밝혔다. 하루 2리터 이상의 보이차를 마시고 꾸준히 명상을 하며 마음 편하게 생각하려고 늘 노력한다는 강욱순. “15일 연속으로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 인대 부상을 당할 정도로 스스로 몰아붙인 적도 있지만 이제는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골프를 제대로 하고 싶다”고 말한 그가 ‘긍정’과 ‘간절함’의 힘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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