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한국 기업의 공백을 메우자면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재희(58ㆍ사진) 한국외국기업협회 회장은 “한국시장에서 다국적기업과 한국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게임의 룰’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외국자본 유치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생활용품업체인 유니레버코리아 회장을 7년째 맡고 있는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외국기업협회 회장을 맡아 다양한 투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5% 룰’ 등으로 불거지고 있는 다국적기업에 대한 규제 논란과 관련, “기업이 미리 경영계획을 세워 대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장기적인 플랜을 내놓고, 이를 제대로 홍보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에 대해서도 “다국적기업이 한국에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한국이 제공하는 ‘특혜’의 수준은 말레이시아 등 다른 국가에서 제공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면서 “한국 기업들의 외국인 주주비율에서 드러나듯이 기업의 국적으로 편을 가르는 것은 무의미한 만큼 동등한 편의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국내 유통업체와 생활용품제조업체들의 ‘살인적인’ 가격경쟁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더 이상 브랜드마케팅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윤이 남지 않아 재투자가 힘들고, 품질향상과 브랜드마케팅에 대한 의욕조차 상실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생활용품 업계는 5~6년 안에 다국적기업에게 안방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가격 경쟁이 단기적으로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약’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며 “제조업계와 유통업계, 소비자 등이 중심이 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생활용품 가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 99년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이 회장은 3년 연속 평균 55%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탄탄한 회사를 일궈내 남다른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회장은 참여정부 들어 대통령직속 국가정책기회위원회위원, 동북아시대 위원회의 물류중심전문위원회 위원장 등 활발한 대외활동에 나서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