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하루 150만명이 다니는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삼성전자의 3D TV 론칭 이벤트쇼에 나타난 것. 그는 이 자리에서 "삼성은 TV산업의 시장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로 성장하고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이제 구문이 돼버렸다. 상당수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들은 '코리아 프리미엄'이라는 글로벌 라벨을 달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컨슈머리포트지ㆍJD파워 등 해외 각종 소비자 평가기관은 한국산 제품에 대해 호평을 쏟아내고 이는 곧 소비자의 구매 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 어디서나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은 오히려 가격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 시장에서 과거 '바퀴 4개와 핸들 하나'라는 저가차로 홀대받던 한국산 자동차는 더 이상 싸구려가 아니다. 과거 한국차의 가격은 경쟁차종의 70~8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옛 얘기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전무)은 "미국에서 쏘나타 2.4의 실거래가가 경쟁차종인 캠리 2.5와 대등하거나 1,000달러가량 더 높다"고 말했다. 최근 1~2년 사이 해외 언론과 브랜드 평가기관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신차 구매와 중고차 가격을 결정하는 중고차 잔존가치도 미국에서 10%포인트가량 뛰었다. LA에서 유학 중인 김모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40%대에 머물던 한국차 잔존가치가 평균 50%대로 올라갔다"면서 "전에는 일본차를 샀지만 지금은 서비스도 좋고 되팔 때도 유리한 한국차를 사는 친구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미국 유력 경제 전문지인 포브스지는 올 초 "현대차의 성장속도가 과거 도요타보다 훨씬 빨라 두려움을 느낄 정도"라면서 현대차의 눈부신 성장세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코리아 프리미엄이 가장 잘 발현되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 한국산 TV다. 삼성전자의 3D LED TV는 소니에 비해 5~21% 정도 비싸게 팔린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ㆍ4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총 35.3%로 3~5위의 일본 업체(21.6%) 3곳을 합친 것보다 많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최첨단 3D TV 기술력의 선두주자인 양사에 대한 호평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유럽과 미국 등 세계적인 평가기관에서 받은 어워드만 각각 수백개다. 한국 브랜드가 명품으로 발돋움한 데는 반도체와 LCD의 공이 컸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3ㆍ4분기 D램 점유율에서 삼성전자(40.7%), 하이닉스(20.9%)가 역시 1ㆍ2위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미세공정 기술력이 판세를 좌우하는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들이 제품 차별화와 생산 효율을 통해 1ㆍ2세대 정도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LCD 업계에서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규모의 경제와 최신 기술력을 앞세워 강자의 여유를 부리고 있다. 최근 시황이 좋지 않아 경쟁업체들이 수익급감으로 고통받는 동안 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시장 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코리아 프리미엄은 철강에서도 빛난다. 전세계에서 저비용으로 가장 우수한 철강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다름아닌 포스코. 가루 형태의 석탄과 철광석을 이용해 용광로 없이 철을 생산해 내는 파이넥스 공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 철강기술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해외 철강업체들은 포스코에 풍부한 자원과 물류를 제공하는 대신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얼마 전 포스코와 합작을 선언한 인도네시아 국영기업 크라카타우스틸도 포스코에 도로ㆍ철도ㆍ항만 등 기존 인프라를 모두 제공하면서 포스코의 파트너가 되기를 자청했다. 세계 시장을 리드하는 것은 조선업계도 마찬가지. 최근 중국이 벌크선 등 값싼 상선의 수주량을 늘리며 한국을 추격해오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선박을 싹쓸이하며 높은 수익성을 즐기고 있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러 업종에서) 높은 기술력과 품질로 코리아 프리미엄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 과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한 창의적인 아이템이 더해져 다른 산업군으로 코리아 프리미엄 확산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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