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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경제] 이탈리아 고급제품이 수입국에서 더 많이 팔리는 이유는

김영용 교수 <br>운송비로 인한 '상대가격' 낮아져<br>운송비용 똑같이 든다면 상대가격은 저급제품이 더 비싸<br>원산지보다 대도시나 수입국서 고급제품 선호하는 것은<br>분수 모르는 소비가 아니라 수요의 법칙따른 합리적 행동


수요의 법칙(law of demand)이란 어떤 상품(X상품)의 다른 상품에 대한 상대 가격이 떨어지면(올라가면) X상품의 수요량이 늘어나는(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이면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작 우리 주변에서 수요의 법칙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느 화창한 봄날, 한 가족이 오랜만에 소풍 겸 외식을 하기 위해 자동차로 한 시간 운전해 주변 경치가 수려한 곳에 있는 음식점에 갔다고 하자. 또 멀리 떨어진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의 종류와 집 주변에서 파는 음식의 종류는 같다고 하자. 이제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가족들 간에 약간의 의견차이가 생길 수 있다. 아버지는 좀 값비싼 음식을 주문하고자 하는 반면 살림살이의 어려움을 피부로 실감하는 어머니는 싼 음식을 주문하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한 시간이나 운전해 이렇게 멀리 나왔는데 고작 그런 음식을 먹어야겠는가”라며 괜찮은 음식 한번 먹고 가자는 아버지의 의견에 결국 동의하게 된다. 자동차로 한 시간 운전하는 데는 휘발유도 소모되고 시간도 써야 하는데 이에 따른 화폐비용을 5,000원이라고 하자. 이제 집 주변의 음식점과 멀리 떨어진 음식점에서 파는 값싼 음식의 가격은 1만원으로 같고 또 값비싼 음식 가격은 1만5,000원으로 같다고 하자. 그렇다면 집 주변 음식점에서 값싼 음식에 대한 값비싼 음식의 상대가격은 (1만5,000/1만=3/2)이다. 반면 멀리 떨어진 음식점에서의 상대 가격은 이동에 따른 화폐비용 5,000원을 고려하면 (2만/1만5,000=4/3)이다. 4/3은 3/2보다 작다. 즉 멀리 떨어진 음식점에서 값싼 음식에 대한 값비싼 음식의 상대 가격이 집 주변 음식점에서의 상대 가격보다 낮다. 상대 가격이 낮아지면 수요량이 증가한다는 것이 수요의 법칙이므로 멀리 떨어진 음식점에서는 값비싼 음식을 더 자주 먹게 되는 것이다. 유사한 예를 하나 더 들자면 서울에서 목포로 해산물을 먹으러 가는 경우이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자가용으로 가려면 네 시간 반 정도 운전해야 한다. 버스를 타고 가도 상당한 경비와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게 도착한 목포에서 어떤 해산물을 먹고 올 것인가. 아마도 살아 있는 해산물을 먹고 올 것이다. 위의 예와 같이 서울에서보다 목포에서 덜 싱싱한 해산물에 대한 싱싱한 해산물의 상대 가격이 낮으므로 많은 경우 싱싱한 해산물을 찾을 것이다. 또한 사람이 목포까지 가는 대신 해산물이 서울로 온다면 당연히 싱싱한 해산물이 더 많이 올 것이다. 싱싱한 해산물이나 덜 싱싱한 해산물이나 운송하는 데 똑같은 비용이 든다면 덜 싱싱한 해산물에 대한 싱싱한 해산물의 상대 가격이 목포에서보다 서울에서 더 낮기 때문이다. 나주가 배의 원산지이지만 상품성이 좋은 고급 배는 나주보다 서울이나 광주로 더 많이 팔려 나가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역시 운송비용 때문에 나주에서의 상대 가격이 서울이나 광주에서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서울 사람, 광주 사람, 나주 사람들의 소득(income)은 모두 같고 고급 배와 그렇지 않은 배에 대한 선호(preference)도 같다고 가정하는데, 소득과 선호가 크게 다르지 않는 한 결론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예전에 딸기의 주산지였던 수원보다는 서울에서 더 좋은 딸기를 많이 볼 수 있었던 것도 수요의 법칙에 따른 것이다. 미국에서 오렌지의 주산지인 플로리다나 캘리포니아보다 뉴욕이나 워싱턴 등 대도시에서 크고 좋은 오렌지를 더 자주 발견할 수 있는 현상도 역시 수요의 법칙에 따른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운송비용은 크고 좋은 오렌지나 그렇지 않은 오렌지나 마찬가지라고 가정한다. 이탈리아는 가죽 제품으로 명성이 높은 나라이다. 그러나 정작 이탈리아산 고급 제품은 이탈리아보다 미국 등 외국에서 발견하기가 더 쉽다. 저급 제품에 대한 고급 제품의 상대 가격이 운송비용 때문에 이탈리아보다 외국에서 더 낮으므로 고급 제품을 외국에서 더 많이 수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운송비용은 고급 제품이나 저급 제품이나 똑같고 이탈리아 사람과 외국 사람들의 소득과 고급 제품과 저급 제품에 대한 선호도 같다고 가정한다. 예전에 아시아 국가들이 가난했을 때 외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은 대부분 고급 상품이라고 많은 비난을 받았다. 분수를 모르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분수를 모르는 행동이 아니라 수요의 법칙에 따른 합리적인 행동이다. 고급 제품의 저급 제품에 대한 상대 가격은 수출국보다 수입국에서 더 낮으므로 수입국에서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더 많기 때문이다. 해외 출장에서 돌아올 때 값나가는 선물을 들고 집에 돌아오는 현상도 수요의 법칙에 따른 것이다. 먼 외국까지 출장을 가서 그저 그렇고 그런 선물을 사오겠는가. 아마 그랬다면 당장 가족들로부터 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고작 이런 물건을 선물로 사왔느냐고 핀잔을 들을 것이다. 이와 같이 비록 사람들이 명시적으로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이들의 행동은 대부분 합리적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이런저런 당위성이나 별로 튼튼하지 못한 도덕적 기준을 내세워 함부로 비난하거나 제한해서는 안 된다.
color=ffffff>■ 글쓴이 김영용 교수는
우리는 일상에서 수 많은 경제현상을 접하게 됩니다. 흔히 잘 안다고 믿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제현상 역시 적지 않습니다. 이는 경제학의 기본개념과 원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론이 바르지 않으면 현상도 왜곡돼 보이게 마련입니다. '김영용 교수의 생활 속 경제'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 속에 숨어 있는 경제 메커니즘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집필자인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석ㆍ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국내 경제학자 중 대표적인 시장경제주의자로 학국경제학회 부회장, 한국하이에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시장경제의 이해' '지식인과 한국경제'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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