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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구름에 가리어진 한가위
입력2005-09-14 16:38:35
수정
2005.09.14 16:38:35
김희중 <논설위원>
사흘 후면 한가위다. 한해 동안 땀 흘리며 열심히 지은 결실을 조상께 바치고 후손들이 함께 나누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 바로 한가위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의 도로와 항만ㆍ공항은 핏줄을 찾아가는 행렬로 한 차례 북새통을 이루리…. 한 손에는 정성을 가득 담은 선물 보따리를, 또 다른 한 손에는 부모님이 학수고대하는 아들딸의 손을 잡고 고향을 찾으리….
뿔뿔이 흩어졌던 형제자매들은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 꽃으로 밤을 새우고 죽마고우와 술잔을 기울이며 밀린 회포를 풀겠지. 이처럼 한가위는 고단한 세상살이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삶의 청량제다. 그래서 고향 가는 길은 아무리 힘들어도 언제나 가슴 설레고 벅차기만 하다.
불황에 귀향길 발걸음 무겁워
그러나 올 한가위를 맞는 사람들의 얼굴은 구름에 가려져 보름달 보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일기예보처럼 어딘지 모르게 어둡다. 불황의 긴 그림자 때문이리라. 당장 리터당 1,600원인 기름값부터 걱정이다.
추석 보너스도 예전만 못하다. 올 추석 자금 방출액은 지난해보다 3,000억원이 줄었다고 한다. 추석 보너스를 주는 업체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나마 월급이라도 받은 사람은 행복하다. 전국 6만5,000여개 사업장에서 18만5,000명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문을 닫는 가게들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수출ㆍ민간소비ㆍ설비투자 등 거시경제지표들은 좋아지고 있다지만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썰렁하기 그지 없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이런 불경기는 없었다고 한탄이다. 부동자금이 440조원에 이를 정도로 돈 풍년이지만 서민들의 지갑은 얄팍하기만 하다. 대통령은 자나깨나 경제를 생각한다고 하는데 경제는 왜 이렇게 자꾸만 쪼그라드는 걸까. 되는 집만 되고 부자만 더욱 더 잘사는 이른 바 양극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더 큰 이유,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과 불안감이다. 세금 등 각종 부담금에 대한 불안, 실업에 대한 불안, 고령화에 대한 불안 등이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 국민부담금만 하더라도 올해 1인당 435만원이다. 4인 가족으로 치면 1,760만원, 보통 월급쟁이의 서너달치 봉급이다. 이런 국민부담금은 소득증가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열심히 일해 벌어도 쓸 수 있는 소득은 계속 줄어든다.
고용 불안은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 실업은 이제 만성적인 고질이 됐고 노인과 장년 실업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할아버지ㆍ아버지ㆍ아들이 모두 일자리가 없어 3대가 놀고 있는 가정이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의욕 상실증의 확산이다. 열심히 일해도 가망이 없다는 생각에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로는 육신이 멀쩡하면서 놀고 지내는 사람이 122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근로의욕 상실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심각히 고민해야 할 문제다.
희망이 넘치는 사회 만들어야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미래에 대한 확신과 희망이다.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희망과 사랑에서 솟아난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온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 젊은이들이 일할 의욕을 갖고 열심히 살 수 있도록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노력도 절실하다. 나눔과 베품도 우리 모두가 일궈야 할 가치다.
대기업과 부자들은 중소기업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베풀고 나누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 사회는 자연히 희망이 솟아오르고 흩어지고 찢겨진 민심도 아물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층은 국민을 좌절시키고 고통을 주는 언행을 삼가고 희망을 일구며 사회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경제는 희망의 살이 돋으면서 힘찬 행진을 할 것이다. 넉넉한 마음을 나누고 베푸는 중추가절을 맞아 우리 모두 희망의 신발 끈을 다시 한번 동여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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