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직업인] "약하고 예민한 미술작품 치료하고 복원하는 의사죠" 작품 보존수복 전문가 김겸 국립현대미술관 팀장 조상인 기자 ccsi@sed.co.kr 일본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남자 주인공 준세이는 ‘컨서베이터(conservator)’가 되기 위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생소한 이름의 직업인 컨서베이터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작품 보존수복전문가’. 즉 미술작품을 올바르게 보존하는 동시에 손상된 것을 수리하고 복원시키는 사람이다. 김겸 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수복팀장은 “미술작품은 약하고 예민하게 태어난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존수복전문가는 작품을 치료하는 의사다”라고 자신의 일을 소개했다. 그는 요즘 2월말 전시개편을 앞두고 벽에 거는 테라코타 부조를 손보느라 바쁘다. 한쪽에서는 깨진 석고상을 다시 맞추는 팀원들이 세심하게 움직이고 있다. 회화 수복실에는 한 귀퉁이가 찢겼던 이강소 화백의 작품이 2개월의 치료기간을 거쳐 말끔한 원래 모습을 되찾고 소장자에게 되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중이다. 김 팀장은 “서양화가인 부친을 둔 덕에 자연스럽게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고 홍익대 예술학과에 진학했다”며 “대학원생이던 1996년 호암미술관 보존과학실에서 연구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한 게 인생의 흐름을 트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미술이론과 실기는 물론 기초 화학 시험을 통과했고 호암미술관의 부르델 조각공원 조성 작업에 참여했다”는 그는 “흔히 연구원은 흰 가운을 입고 현미경만 들여 다 볼 것 같다지만 톱과 망치를 들고 야외로 다니며 육중한 청동 조각들과 체온을 나눴다”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조각 복원이 자신의 적성에 맞다고 깨달은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동북예술공과대학에서 미술사학과에 몸담으며 미술보존 연구생이 됐다. 이후 현대조각 복원을 공부하기 위해 2000년에 영국으로 가 링컨대학에서 수학했다. 학교에서는 이론 수업을 받고 주물소에 가 직접 실습을 하는 생활을 수년간 계속했다. 김 팀장은 “최근 미술에 대한 관심과 함께 작품 보존과 복원에 대한 관심도 커져 이틀에 한번 꼴로 학생들이 찾아와 직업에 대해 묻는데 일단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보라’고 조언한다”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과 섬세한 성격을 지녔다면 더욱 일하기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용인대,공주대, 경주대, 예원대, 경기대 대학원 등에 관련학과가 개설돼 있지만 유물 보존이 주를 이룬다. 건국대는 최근 유화 복원을 다루기 시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리움미술관 등이 보존수복 전문 연구실을 갖추고 있고 3~4군데의 사설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년에 10점씩 외부 의뢰작품에 대해 복원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사설업체에 복원을 맡길 경우 비용은 100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천차만별.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유학이 필요하지만 외국 학생이 김 팀장을 스승으로 모시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파리1대학의 인턴 학생이 찾아와 배우고 돌아갔다. 그는 “문화선진국이 되어갈수록 미술작품의 유지 보수에 대한 투자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작품과 관련된 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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