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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회장은 기회를 발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연신 창출했습니다."
정대용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30일 '서울포럼 2013'에서 '아산 정주영의 창의적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가진 리더십의 핵심을 '가치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내외적으로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정 회장이 사업을 하던 당시는 아무 것도 없던 시대였다"며 "국가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한 번도 경험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는 가치를 창출하면 그 성과를 보고 다른 총수들이 뒤따라갔다"고 밝혔다.
또 "기회가 없을 때 기회를 창출하는 것은, 무수히 많은 창의적 사고가 작용ㆍ반작용 원칙으로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높은 산을 쌓듯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정 회장의 이런 가치 창출 능력을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비교했다.
정 교수는 잡스가 디지털 미디어 플레이어인 '아이튠즈'를 개발해 온라인 음악 유통 시장을 장악한 사례를 거론하며 "전통적 사고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창의적 발상이 오늘날의 잡스의 세계다. 정 회장은 수십년 전에 이미 이것을 이룩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창의적 발상을 보여주는 일례로 제시한 것은 지난 1972년 조선소 건설 차관을 받기 위해 영국 바클레이스은행 관계자들에게 정 회장이 보여줬던 '500원 지폐'다.
당시 정 회장은 조선소를 건설할 만한 기술이 있느냐는 바클레이스은행 관계자들의 질문에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이 그려져 있는 500원짜리 지폐를 내보이며 "영국은 1,800년대부터 발전해서 세계적 해양국이 됐지만 500년 전부터 우리 조상은 이런 배를 만드는 기술을 가졌다"고 대답해 차관을 받을 수 있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500년 전의 거북선을 가지고 사업을 설득했던 창의적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정 회장에게 '생각하는 불도저'라는 별칭을 제공한 사우디 주바일 산업항 건설도 창의적 발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 회장은 공사에 사용되는 모든 기자재를 울산조선소에서 제작해 바지선에 싣고 예인선으로 주바일까지 1만2,000km 거리를 끌고 가겠다는 계획을 세워 실제로 성공시키면서 '생각하는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 교수는 "현대그룹을 괄시하는 전세계 기업들이 '생각하는 불도저'를 그제서야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99년 83세의 나이에 트럭 45대에 500마리의 소를 싣고 판문점을 통과한 장면은 프랑스의 문화비평가인 기 소르망으로부터 "20세기 마지막 전위예술"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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