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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가 지속적인 업황 악화에다 유가상승 등 돌출 악재가 잇따르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락하기 시작한 벌크선 운임이 여전히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컨테이너선 운임마저 하락하고 있어 해운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치솟는 유가와 서비스 부대비용 증가 등으로 인한 원가부담 가중, 대한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등에 따른 연쇄 부실화 우려, 수에즈 운하 노동자들의 파업 등이 가세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벌크선 운임을 가늠하는 척도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해 5월 4,200포인트대에서 고점을 형성한 뒤 하락 국면에 접어들어 지난 10일 현재 1,136포인트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수 하락의 요인으로 중국의 철광석 등 원자재 수입물량 감소를 꼽고 있다. 아울러 선박공급 과잉과 함께 주요 원자재 생산국의 기상이변에 따른 물동량 감소도 운임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벌크선뿐 아니라 최근 들어 컨테이너선 운임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ㆍ4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인데다 중국 춘제 등 연휴 기간 앞둔 시점의 반짝 특수 효과도 올해는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상하이 항운교역소에서 발표하는 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지난해 11월 1,100포인트선이 붕괴된 후 1월28일 1059,95포인트로 떨어졌다. 컨테이너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휴기간을 앞둔 시점에는 화주들이 물량을 사전에 '밀어내기' 때문에 운송량이 급증하고는 했는데 올해는 지난해, 재작년만 못했다"며 "하지만 연휴 전 물동량 증가가 크지 않았던 대신 연휴 이후에 운송량이 급감하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운임하락과 함께 최근 연이은 악재도 해운업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특히 벌크선 업계 2위 선사인 대한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이 업계 전반에 연쇄 부실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대한해운은 빌린 선박을 다시 다른 업체에 빌려주는 용대선 사업을 영위해왔는데 만약 대한해운이 용선 대금을 원활하게 지급하지 못할 경우 다단계 구조의 용대선 체인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에즈 운하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운하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나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밖에 영업이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벙커C유 가격의 상승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해운 물동량이 늘어나는 것보다 선박공급이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화주들과의 운임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상승과 항만 서비스 이용에 따른 부대비용 증가 등도 큰 걱 거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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