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의 이번 결정은 여러 측면에서 모범적이다. 무엇보다 이해당사 집단이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지역화합에 밑거름이 됐다. 또한 강제성을 띤 조례가 아니라 협약이라는 자율적인 형태가 돼 앞으로 분란을 일으킬 소지도 줄었다. 순천시 차원에서 그저 '권고' 사항일 뿐이다. 평일 휴업은 순천이 처음은 아니지만 성격이 다르다. 충남 보령과 경북 성주 등에서는 처음부터 조례로 의무화됐다.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진다면 굳이 조례로 강제할 이유가 없다. 시와 대형업체ㆍ영세상인ㆍ시민 모두가 승자인 것이다.
순천의 선택은 대형마트-영세상인-소비자가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모델이다.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이 강동ㆍ송파구의 일요일 휴업을 강제한 조례를 무효화한 후 전국 140개 지자체 가운데 100여곳이 조례를 뜯어 고쳐야 하는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자체 10여곳에서는 법적다툼까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순천의 결정은 전국 지자체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특정 목적을 밀어붙이기 위해 형식적인 의견수렴 모양새를 낼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이 윈윈하는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자율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행정법원 판결 이후 정치권은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월 2회 이내의 휴무를 기초단체장이 명령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을 '명령해야 한다'는 형태로 강제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았다. 휴무일을 4회까지 늘리거나 일요일로 명문화한 법안도 계류 중이다.
정치권은 순천시의 자율적 상생 모델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지역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전국을 획일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민주화ㆍ다원화 사회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자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