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발전과 동부발전당진은 2009년과 지난해 2월 충남 당진 지역에 짓는 발전소가 완공되면 한전의 기존 765㎸ 초고압 송전선로로 송전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2011년 12월 개정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 기준'을 고시하면서 계약은 틀어지고 거액을 들여 345㎸ 예비 송전선로(발전소에서 인근 변전소까지 33㎞)를 건설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새 기준은 기존 송전선로의 과부하를 낮춰 그해 전국을 대혼란에 빠뜨린 9·15순환정전사태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제정됐다.
방향은 옳다. 문제는 산업부와 한전의 사후조치가 느려터진데다 투자주체인 발전사업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산업부는 발전사업자와 한전 부담으로 건설해야 할 예비 송전선로의 규격을 345㎸로 확정하는 데 1년8개월을 끌었다. 그러고도 핵심 쟁점인 비용부담 주체 등에 대해서는 손을 놓았다. 한전은 예비 송전선로 건설비용을 발전사업자에 모두 떠넘기려는 갑질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그런 입장을 통보한 데 이어 올해 3월 이를 거부하면 기존 765㎸ 송전선로 이용까지 제한하겠다며 압박했다.
그러는 사이 한전과 발전사업자 간 갈등이 커지고 예비 송전선로 건설도 지연됐다. 산업부가 뒤늦게 개입해 한전이 2021년까지 예비 송전선로를 건설하도록 하고 비용부담 주체는 전기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라고 조정했다. 하지만 한전이 부담해야 할 공용선로인지, 발전사업자가 떠안을 접속선로인지, 아니면 공동 부담해야 할 선로인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발전소와 송전선로 건설 지연은 발전사업자뿐 아니라 한전과 전력소비자 모두의 피해로 돌아간다. 송전선로 건설 지연으로 동서발전과 동부발전당진이 짓는 발전소 4기가 3~5년간 상업운전을 하지 못하면 7조원가량의 손해가 난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산업부와 한전은 발전사업자와 머리를 맞대 기존 송전선로 활용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놓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게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개혁을 부르짖는 정부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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