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에 따르면 신흥국 이코노미스트 1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9명이 신흥국의 외환보유 수준은 이미 ‘정점’을 지났으며 아마도 향후 수개월 간 계속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신흥국들이 미국과 유럽 채권을 매입할 수 있는 여력이 감소해 세계 경제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흥국들은 지난 10년 동안 서방의 채권을 매입해 이들 지역의 경제성장에 동력을 제공했다.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감소는 경쟁력 저하, 자본 유출, 미국통화정책에 대한 우려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ING 투자매니지먼트의 신흥시장 분석가인 마르텐-얀 바쿰은 FT에 “신흥국 외환보유액의 정점은 지난해 6월”이라며 “그 이후로 멕시코와 인도,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모든 주요 신흥국에서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중요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전체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7조7,400억 달러로 전년보다 1,145억 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IMF가 1995년 자료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연간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의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았을 때는 지난해 2·4분기 말 8조600억 달러다. ING가 15개 주요 신흥국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들의 외환보유액은 올해 1월과 2월에만 모두 2,997억 달러가 줄어드는 등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2004년 말 1조7,000억 달러 수준에 그쳤던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은 그동안 꾸준히 크게 늘어나면서 지난 10년간 글로벌 성장에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신흥국은 무역 흑자와 자금 유치 등으로 얻은 자본의 상당 부분을 미국과 유럽 시장의 채권 시장에 다시 밀어넣었고 이는 이들 선진국의 부채를 바탕으로 한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이런 구조가 이제는 뒤바뀔 수 있으며 세계 경제에 우려스러운 일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들의 평가라고 FT는 전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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