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ㆍ이스타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국내 항공노선과 근거리 국제노선에서 저가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유류비와 공항이용료를 제외하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가는 데 항공권 가격이 2만원이 넘지 않고 일본 역시 10만원대 초반이면 다녀올 수 있을 정도다. 소비자들은 파격적인 항공권 가격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자칫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등 국내 주요 LCC들은 최근 할인행사 등을 통해 자체 정규 운임보다 최대 70%가량 할인된 항공권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LCC는 기내 서비스를 간소화하고 운영기종을 단일화하는 등 유지관리비용을 줄여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것이 기본 운영방침이다. 이에 평균적으로 대형항공사보다 20%가량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지만 신규 취항 등 특별 할인 때는 할인 폭이 더욱 커지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LCC들의 신규 노선 취항이 잇따르고 해외 항공사의 국내 진입이 이어지면서 파격할인도 상시화되는 분위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기와 목적지 등 여행계획 수립 방법에 따라 늘 기존 항공권 가격보다 절반가량 할인된 항공권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 제주항공은 오는 22일 인천~칭다오 노선 신규취항을 앞두고 다음달 18일까지 탑승할 수 있는 해당 노선 왕복항공권을 편당 20석에 한해 5만5,000원에 판매한다. 6월에 탑승하는 인천~후쿠오카 노선의 왕복항공권은 최저 6만6,000원이다. 제주항공은 이 노선 항공권을 과거 17만원 안팎에 판매했다.
특히 김포~제주 노선은 이달 25일부터 7월15일 탑승 기준으로 편도 기준 1만8,900원에 판매한다. 7월 유류할증료 1만2,100원과 공항이용료 4,000원을 합쳐도 실 지급액은 3만5,000원이다. 이는 서울~부산 간 KTX요금이 사전 예매 할인을 적용해 5만3,000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실제 단위거리당 요금도 KTX의 서울~부산의 경우 1㎞당 120원인 반면 제주행 비행기(약 465㎞)는 1㎞당 약 75원이다.
에어부산의 경우도 지난 3월 김포~제주 노선을 노선 취항 1주년을 기념해 1만4,900원에 판매한 바 있다. 에어부산은 12~25일 부산~후쿠오카 노선 주중 왕복항공권을 7만7,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스타항공도 15일까지 인천~간사이 노선을 5만4,500원에, 인천~나리타를 7만4,500원에 선착순 판매한다.
항공업체들은 이 같은 할인판매를 통해 관광 잠재 수요를 끌어올리고 탑승 수요를 골고루 분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 LCC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외를 여행할 수 있고 업체들은 주말이나 성수기 등에 몰리는 수요를 평일ㆍ비성수기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LCC들의 저가공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 대형항공사들은 점차 장거리 노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은 이달 21일 케냐 노선을 신규 취항하며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 10일부터 인천~호놀룰루와 인천~시애틀을 주7회 운항체제로 확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LCC들이 다양한 가격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칫 출혈 경쟁으로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국내 항공시장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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