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을 인수해 각종 기술과 노하우를 쏙 빼갔던 중국 기업들이 이번엔 일본 기업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M&A 컨설팅 업체 레코프의 자료를 인용, 2009년 중국 기업의 일본 기업 인수합병(M&A) 규모가 285억 엔(약 3,697억원)으로 일 년 사이 4배나 늘어났다고 1일 보도했다. 일본중앙은행(BOJ)이 집계하는 중국 기업들의 대(對)일본 직접투자액은 2006년 약 120억 엔에서 2008년 210억 엔(약 2,724억원)으로 급증한 바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대외투자 장려정책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실시한 '제11차 5개년계획'을 통해 중국 기업들의 대외 투자요건을 완화했다. 여기에 일본 기업들의 기술ㆍ노하우를 얻으려는 중국 기업들의 노력이 더해진 것. 지난해 6월 일본 가전유통업체 라옥스(Laox)의 최대주주가 된 중국 2위의 가전유통업체 쑤닝뎬치(蘇寧電器)가 대표적인 사례다. 쑤닝뎬치는 라옥스 지분매입을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할 기반도 마련했지만, 무엇보다도 선진적인 상품관리 및 판매 노하우라는 성과물을 얻었다. 일본 기업들의 계산도 맞아떨어졌다. 지난 1월 일본의 산업설비ㆍ부품 제조업체인 닛코덴키(日興電機)는 중국의 닝포윈성(寧波韻昇)에 인수됐다. 닛코의 쿠사노 코지(草野耕二) 사장은 "중국 진출을 통해 회사의 활력과 성장 가능성을 되찾을 거라고 전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중국 기업에 흡수된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일본 경영인들도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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