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의 한 중소기업이 와이셔츠 자동 다림질장비 ‘거북선’으로 미국 세탁업소 시장에서 일제를 몰아내고 있다. 주인공은 30여년간 봉제업체 등에서 양복 등 의류를 빠르게 다림질해주는 프레스 다리미 전문업체 금성프레스. 3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25초만에 와이셔츠 한 장을 다릴 수 있는 다림질장비를 개발, 올 7월부터 거북선 브랜드로 본격적인 미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거북선은 와이셔츠 몸통 부분을 다려주는 싱글 벅(Single Buck)과 칼라ㆍ소매를 다려주는 장비(Collar cuff)로 구성돼 있다. 현지 시장의 90%를 장악해온 일본 제품은 와이셔츠 한 장을 다리는 데 30초가 걸리지만 거북선은 이를 25초로 단축했다. 따라서 ‘스피드=돈’인 세탁소 시장에서 거북선은 일제보다 한 수 위에 있다. 다리기 힘들고 늦게 마르는 겨드랑이 부분에 스팀 열풍을 불어줘 구김을 펴고 빨리 마르도록 설계한 점, 기계의 주요 부분에 센서를 장착해 LCD 창에 영어ㆍ한글로 고장 부위가 표시되게 한 점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가격도 4만 달러로 일제보다 10% 정도 저렴하다. 하지만 거북선의 인기는 짱짱한 제품력 못잖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고조된 재미교포 사회의 반일정서와 ‘비슷한 품질ㆍ성능이라면 한국 제품을 쓰자’며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 덕을 톡톡히 봤다. 2만2,000개로 추산되는 미국 세탁업소의 60%는 재미교포들이 경영하며, 대부분 대도시에 몰려 있어 실질적인 구매 영향력은 80%에 이른다. 현재 거북선은 일제가 점령했던 미국 세탁업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다. 오현식 금성프레스 회장은 “올해 250만 달러, 내년에는 1,0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성프레스가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은 인도 스리랑카 베트남 등지의 봉제업체에 수출해온 프레스 다리미가 값싼 중국 제품 때문에 ‘레드오션’으로 전락, ‘블루오션’ 제품이 필요했기 때문. 이 회사는 8월 초 중소기업진흥공단 워싱턴 수출인큐베이터에 입주해 현지법인(금성USA)을 설립, 미국 전역에 12개 대리점을 갖췄다. 정경호 해외영업부장은 “교포 딜러의 제안으로 거북선 브랜드를 채택했고, 딜러들이 애국심과 반일감정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벌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거북선 스티커를 구해 차에 붙이고 다니는 교포들도 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