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주식시장도 기대와는 달리 2,000포인트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재정정책과 함께 네 차례의 금리 인하 효과에 힘입어 상승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와는 달리 해외 악재가 여과 없이 시장에 반영되고 기업실적은 정체되는 악순환이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강력한 유동성과 기업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역사적인 고점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는 연초 전망은 무색해졌다. 오히려 시장의 고점이 낮아지며 지지선을 밑도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본격적인 실적시즌을 맞아 기대보다는 충격에 의한 변동성 확대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반면 코스닥으로 대표되는 중소형주 시장은 연초 이후 줄곧 강세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2007년 11월 이후 약 8년여 만에 780포인트를 웃돌고 시가총액은 210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 거래대금은 13개월째 증가세인 가운데 기관과 외국인도 지난해 이후 각각 9,523억원, 6,078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강력한 수급 주체로 등장했다.
이러한 중소형주의 상승은 현재 가치보다는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숙 단계에 이르고 있는 대형 장치 제조업보다는 코스닥의 바이오·헬스케어·콘텐츠 등 신성장 기술산업의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결국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수익률 차이는 현재 재무제표상의 저평가 여부보다는 신기술과 혁신을 담보로 한 미래의 먹거리와 성장성을 그만큼 중요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은 현재의 경제환경 변화를 위험보다는 새로운 기회요인으로 생각하는 기업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뿐만 아니라 2010년 이후 매년 중소형주 수익률이 대형주를 웃도는 현상도 단순히 이슈나 테마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 산업환경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 소비재 산업의 성장과 고령화, 저출산으로 상징되는 인구구조 변화 등이 기업환경의 구조적인 재편을 이끌고 있다. 전통적인 내수 관련 업체가 수출업체로 변신하고 인테리어 업체가 대형 건설사의 시가총액을 역전하는 현상이 이 같은 투자 환경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원칙도 사실 대형주와 다를 것은 없다. 성공적인 투자의 기본원칙은 본래 가격에 비해 싸게 잘 사는 것이다. 시장에서 이미 성장성을 인정받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보다 아직 시장 관심을 받지 못해도 환경 변화를 통해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이나 기업을 싸게 사는 것이 좋은 투자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일회성 테마나 이슈보다는 실적이 투자 판단의 바탕이 돼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성공투자의 열쇠는 일시적인 유행을 좇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핵심기업을 찾아내는 것에 있다. 주변에서 생활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해보자. 좋은 기업은 내 옆의 작은 변화에서 먼저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