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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와 정치불안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될 위기에 놓였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브라질의 국가신용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다.
피치는 "브라질 경제가 저성장과 고인플레이션으로 현저히 악화되고 있다"며 "계속되는 경제부진, 거시경제 불균형, 재정악화, 정부부채 증가로 국가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적자를 줄이고 외국인 투자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영기업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 등으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어 개혁은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피치와 무디스의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은 투자등급의 맨 밑에서 두 번째인 'Baa2'와 'BBB'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평가한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은 'BBB-'다. 이는 S&P가 평가하는 투자적격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이다.
이에 따라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도 이날 0.47% 하락한 3.071헤알로 약세를 나타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30% 넘게 떨어진 것이다.
브라질 경제는 높은 물가 상승률과 재정난 등으로 점점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에 그쳤으며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의 수출도 크게 줄어 지난해 14년 만에 첫 무역적자를 기록했으며 과도한 사회보장과 세제혜택으로 재정적자가 전년 대비 2배나 증가했다.
지난달 30일 조아킹 레비 브라질 재무장관은 "긴축과 증세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을 비롯한 국영은행의 기업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치불안도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오는 12일에도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예정돼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세프의 지지율은 18.9%에 그쳤으며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77.7%나 됐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답변도 59.7%였다. 브라질 국민들은 호세프 대통령이 페트로브라스의 비리 의혹과 경제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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