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말 서울 관악구의 재개발 아파트를 투자 목적으로 구입한 강 모씨는 요즘 세금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2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려면 이 아파트를 연내 팔아야 하지만 지금 처분해도 양도세 부담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강 씨는 당시 매도자의 요청과 중개업자의 설득에 이른바 ‘다운 계약서(이중 계약서)’ 작성에 합의해 줬다. 실제 거래가는 2억3,000만원, 다운 계약서상으로는 1억7,000만원에 구입했다. 지금 시세가 3억4,000만원이니까 취득ㆍ등록세 등 비용을 제외하고 얻은 차익은 1억여원이다. 그러나 과세당국이 다운 계약서에 근거해 판단하는 강 씨의 양도차익은 1억6,0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강 씨는 꼼짝없이 1억6,000만원의 40%인 6,400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실제 양도차익(9,000만원)에 따른 양도세 3,600만원보다 곱절이나 많다. 2년 이상 보유요건을 채우는 올 연말께 팔면 양도세율(9~36%)이라도 낮아져 양도세 부담이 4,500만여원으로 줄지만 요즘 같은 시장 분위기에 세밑 며칠간 집이 팔리기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자칫 해를 넘기기라도 하면 양도세는 1억6,000만원의 50%인 8,000만원으로 불어난다. 과거 관행처럼 일반화됐던 다운 계약서가 내년 양도세 중과 적용을 앞둔 전국 72만여명의 2주택자들에게 ‘이중고’로 다가서고 있다. 당국의 강력한 실거래가 과세 방침으로 더 이상 매도가를 낮춰 신고할 수 없게 되면서 상당수 2주택자가 실제 손에 쥐지도 못한 양도차익에 대해 거액의 세금을 물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 2004년 하반기 이후 집을 구입해 1가구 2주택자가 된 경우 2년 보유 요건을 채우는 연말까지 집을 팔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기로에 빠졌다. 2년 이상 보유할 경우 양도세가 9~36% 누진율로 부과되지만 1년 미만 보유는 50%, 1~2년 보유는 40%의 단일세율이 적용된다. 다운 계약서를 써줬던 ‘업보(?)’를 씻을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실거래가를 증명할 수 있는 당시의 실제 계약서나 송금내역, 영수증 등을 갖고 있으면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운 계약서를 근거로 양도차익을 축소 신고한 당시 매도자에게 덜 낸 양도세에 가산세까지 추징된다는 게 문제다. 하동형 세무사는 “실거래가를 입증할 수 있다면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양도세를 덜 낼 수는 있다”며 “과거 쌍방 합의로 다운 계약서를 작성해 놓고 결과적으로 이를 파기할 경우 민사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계약서 등 증빙서류를 분실한 것은 물론 정확히 얼마에 팔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생떼’를 쓰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과세당국은 양도가액에 현재/과거 기준시가의 비율을 곱해 과거의 취득가액을 결정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일반 매매사례와 차이가 많이 나면 당시 매도자에게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실거래가를 인정받기가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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