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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마공원 신우철(58ㆍ사진) 조교사가 한국 경마 최초 통산 1,000승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983년 데뷔 이래 통산 7,431전 999승을 거둔 신 조교사는 이르면 이번주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한국 경마 80여년 역사상 처음으로 빛나는 금자탑을 쌓게 된다. 조교사(調敎師)는 마주와는 말에 대한 위탁관리 계약을, 기수와는 기승계약을 맺는 등 말ㆍ기수ㆍ마필 관리사를 총괄 관리하는 사람이다. 일반 스포츠로 치면 감독과 흡사하다. 두번째 1,000승 기록은 당분간 달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양선 조교사가 735승으로 통산 승수 2위에 올라 있으나 264승이나 차이가 난다. 신 조교사와 경마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그는 1952년 서울 신설동 경마장에서 태어났다. 당시 6ㆍ25 전쟁으로 군마가 모두 징발되고 남은 말들을 모아 경마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시절이었다. 부친은 만주에서 13세에 기수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고 백부는 유일한 조선인 조교사였다. 6세 때부터 말을 탔다는 그는 자연스럽게 조교사의 길을 걸었다. 우승 행진의 바탕에는 지략가로서의 면모가 깔려 있다. 국내 최강의 경주마 '터프윈'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지만 평범한 말을 잘 훈련시키고 입상 가능한 조건의 경주에 출전시키면서 차곡차곡 승수를 쌓았다. 경주를 앞두고는 기수와 치밀하게 전략을 세운다. 이로 인해 객관적인 전력에서 다소 떨어지는 마필도 그의 이름과 함께라면 최소 복병마로 지목되기 일쑤다. 과천벌 여우, 경주로의 제갈공명, 마신(馬神)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지난해 자신이 세운 한 시즌 조교사 최다승 기록 재경신도 노린다. 신 조교사는 지난해 KRA컵 클래식 등 64승을 기록, 2009년 2승 차이로 다승왕 타이틀을 내줬던 박대흥 조교사를 10승 차이로 제쳤고 최우수 조교사에도 올랐다. 올해는 아직 3위(7승)지만 34조의 터프윈, 블루핀, 발해명장, 3세마 슈트윈 등 탄탄한 마필들을 앞세워 우승 몰이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 조교사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며 "기록에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최다승 기록 경신과 함께 올해도 다승왕을 꼭 차지하고 싶다"며 각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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