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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봉 개인전] 변화무쌍 물의 흐름서 인생을 본다
입력2003-09-07 00:00:00
수정
2003.09.07 00:00:00
김희원 기자
평면, 조각, 설치 등 다양한 표현방법을 이용하여 작은 일상을 채용하는 것이 특징인 서양화가 이기봉은 개인전과 그룹전을 지난 1982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활동 해 그의 약력이 A4용지 2페이지에 빼곡히 채워진다.
1986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였고, 1988년 인공갤러리, 1991년 미건갤러리, 1997년 2002년 국제화랑 등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졌고, 1997년 제2회 광주비엔날레, 2002년 독일 쿤스버라인 그룹전, 2001년 분당 요한 성당벽화 작업 등 공공 미술분야에서도 그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세련된 감각으로 물질의 본질과 변화를 탐구하고 있는 이기봉이 이번에는 `물의 흐름`에 맡겨져 생성과 변화, 소멸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물`은 또한 그 자체로 환경을 만들어내며 관람객의 신체적인 반응을 유도하기도 한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27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이기봉 개인전`There IsNo Place-The Connective(그 곳은 장소가 없다-접속사)`은 회화와 설치작업을 통해 물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그에 따른 변화를 보여준다.
이 전시는 갤러리 입구 왼쪽부터 시선을 확 잡아 끈다. `잔인한 커플-이중적 의미`라는 제목이 있는 이 작품은 강렬한 빨강 파랑의 형광색의 책상 주변에 액체가 흘러내린 모습을 연출했다. 견고한 것으로 보이는 고체도 녹아버린다는 `허무한 인상`을 준다.
다른 옆에는 작은 박스형태의 수족관이 있고 그 안에 빨간 액체가 담겨 있는 두개의 병이 부유한다. 겹쳤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제목은 `I Couple 사랑과 애증의 대화`. 작가는 “마음속 두가지 자아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는 수족관 속을 떠다니는 책을 묘사한 `독신자-이중적 신체` 제목이 있다. 책은 펼쳐졌다 접혔다 하면서 물의 흐름에 따라 떠다니는 책의 모습을 통해 나비가 날고 있는듯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다음 갤러리를 가보자. 가운데 중앙에 덩치 큰 직사각형의 설치작품이 있다. 제목은 `수면기계 There is No Place: The Sleep Machine`. 시각적 반응 뿐아니라 졸음을 불러오는 신체적 반응을 유발시키는 작업이다. 전시장 한가운데 흰매트리스가 놓여있고 사면을 수직선들이 촘촘하게 둘러싸고있다. 선을 따라 내려오는 붉은 물방울들은 위기감과 긴장감을 보여주지만 천천히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응시하면 나른한 기분이 절로 생겨난다.
흑백으로 된 그의 평면작업 `Bubble Reading` 시리즈는 몽환적 분위기의 아날로그적 묘사와 점자를 연상시키는 디지털적 기호의 나열로 구성된다. 불투명한 흰색화면에 꽃과 같은 자연물이 배어나오게하는 작업과 검은 표면에 물방울이 맺힌 듯한이미지를 대비시켜 구체적인 사물이 형체도 없이 추상적인 사물로 변해버린 모습을 나타낸다. (02)735-8449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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