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 하고도 일주일. 아직 실종자 수색이 끝나지 않았고 선체 인양을 포함해 사고 뒷수습이 남아 있지만 그동안 우울증에 빠져 있던 대한민국은 사고 충격을 치유하며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세월호 참사로 연일 주가가 빠지던 소비 관련주가 일제히 반등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들 관련주의 경우 일시적인 투자 심리 위축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하며 성수기 진입, 이연 소비 증가 등에 힘입어 주가 반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2일 CJ CGV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3.81%(1,700원) 오른 4만6,35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사흘째 강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중순 5만원 내외에서 형성됐던 CJ CGV의 주가가 지난 19일 4만3,200원으로 바닥을 찍고 재차 회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나투어(039130)도 이날 0.31% 오른 것을 포함해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15일 장중 한때 기록했던 연중 최저치 6만1,500원과 비교하면 닷새 동안 4% 넘게 올랐다.
백화점과 홈쇼핑 관련주도 일제히 반등하고 있다. 롯데쇼핑(023530)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13%(3,500원) 오른 31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쇼핑은 13일 장중 30만원이 무너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신세계(004170) 역시 이날 보합세로 장을 마감하며 20일 이후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다. 현재 주가는 세월호 참사 이전보다 7.59% 낮은 수준이다. GS홈쇼핑(028150)도 8일 연중 최저가 대비 7.98% 오른 23만4,1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들 소비 관련주의 주가가 반등하는 것은 세월호 사고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여파로 4월 영화 관람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급감한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5월20일 기준으로 2ㆍ4분기 누적 관람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2% 적은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누적 관람 매출액은 지난달 14% 역성장했던 것에서 1.9%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김지상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세월호 사고 영향으로 4월 국내 영화시장이 급격히 침체됐지만 5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회복되고 있다"면서 "엑스멘과 엣지 오브 투모로우, 트랜스포머4 등 흥행이 예상되는 대작들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영화 시장의 회복세도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패키지 여행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곤두박질쳤던 하나투어의 예약률도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나투어의 5월 패키지 여행 예약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다.
황용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월호 사고의 영향으로 2·4분기에는 하나투어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겠지만 이를 연간 여행시장의 침체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단체 패키지 여행은 둔화되더라도 항공권 판매를 통해 예측 가능한 개별 자유여행은 여전히 고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어 휴가시즌에 돌입하는 3·4분기부터는 하나투어의 영업이익 증가율도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쇼핑 관련주는 하반기 실적 개선폭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 여파로 줄였던 소비가 하반기로 이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대형 사고라는 사회적 이슈에 따른 소비 위축은 가계의 자체적인 소비 여력과는 무관한 사안이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며 "특히 내구재와 여행의 경우 하반기 이연 소비 확대를 기대할 수 있어 연간 실적 기대감은 여전한 만큼 최근 소비재 업종의 주가 하락은 저점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 CGV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해보다 18.02% 늘어난 804억원으로 집계된다. 하나투어의 연간 영업이익은 39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롯데쇼핑이 1.69% 늘어난 1조5,10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현대홈쇼핑(057050)과 GS홈쇼핑의 영업이익도 각각 6.82%, 4.84%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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