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에서 두시간 내내 지하철을 타고 온 한 주부는 학생들 영정사진을 보며 눈물을 삼켰다. 이 주부는 "너희들 왜 이렇게 예뻤니"라며 탄식을 연발했다. 세 차례 조문객 추모행렬이 바뀔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단원고 학생들 또래의 아이를 둘 두고 있다는 그는 "사실 내가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지금 쓰고 있는 이 쪽지도…"라며 "이 예쁜 얼굴들 내가 다 기억해서 평생 기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에서 온 고등학생과 중학생 자매도 "저희가 잊지 않을게요. 언니·오빠들이 믿은 어른들이 정작 언니·오빠들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 저희가 커서 다 하겠다"는 약속을 한자한자 힘주어 써서 벽에 붙였다.
분향소를 찾는 조문객들의 긴 대기행렬에는 외국인들도 여럿 목격됐다. 추도객의 메시지를 모아 만든 한쪽 벽에는 베트남·필리핀·태국·중국 등 각국 언어로 쓰인 메시지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안산 단원구에 사는 인도 국적의 부부 역시 이날 오전 분향소를 찾았다. 계속 눈물을 훔치던 부부는 "아들이 이번에 사고 난 아이들처럼 고등학교 2학년"이라며 "우리 애 같은 아이들이 어둡고 추운 바다에서 그렇게 갔다고 생각하니 오면서도 계속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시흥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의 한 여성도 "계속 기도하고 있다. 기대와 다르게 많은 사람이 하늘나라로 갔지만 꽃 같은 아이들 두 손 꼭 잡고 하늘에서만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그가 남긴 핑크색 색종이에 남긴 메시지에는 '희망' '꿈' '미안하다'는 말이 번갈아 적혀 있었다.
이번 사고로 많은 학생들이 희생된 안산시 단원구에는 반월공단과 시화공단 일부가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는 "이번 사고로 동료가 아직 아이를 찾지 못했다"며 "안산 전체의 슬픔인 것 같다"고 이 상황을 표현했다. 안산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67개국 7만여명이다. 지금 슬픔을 함께하는 이웃 열명 중 한명은 외국인인 셈이다.
이번에 희생된 승객 중에는 다문화가정 자녀도 포함돼 있어 다문화가정 조문객들의 발걸음도 무겁다. 한국에 온 지 4년 된 부인을 데리고 온 이모씨는 "아내가 구조된 아이를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서 많이 울었다"며 "아직 찾지 못한 엄마가 고향이 같아 그런지 너무 슬퍼해서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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