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봄날은 언제나 올 수 있을까. 미국경제는 양적완화 축소를 계속 밀어붙일 만큼 경기에 자신이 있는 상태이고 유로존도 재정위기 충격을 벗어나 플러스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에 반해 우리나라는 경기개선을 좀처럼 체감하기 어렵다. 과거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는 초기에 우리나라는 더 큰 폭으로 성장하던 경험과 많이 다른 양상이다.
선진국 경기 나아져도 수출 제자리
주된 이유는 선진국 경기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채확대에 따른 폐해를 몸소 실감한 선진국 소비자들은 경기가 좋아져도 과거처럼 내구재 등 가격이 높은 제품에 대한 소비를 늘리지 않고 대신 헬스케어 등 안정적 생활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졌다. 헬스케어 서비스는 내구재 소비에 비해 수입을 유발하는 효과가 훨씬 적다. 결국 선진국 소비가 늘어도 수입이 늘지 않고 이에 따라 세계교역이 회복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이나 주요 유럽국가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높아졌지만 수입은 오히려 증가율이 떨어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수출은 지난해 2.1% 증가에 머물렀던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2월까지 0.6% 증가로 부진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국내경기가 완만하게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성장의 양상이 과거와 다르다. 기존의 회복기에는 수출이 늘어나면서 기업 소득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고용이 창출돼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소비나 건설경기가 수요를 이끌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뒤따른 재정위기, 출구전략과 개도국 금융불안 등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조금씩 해소되면서 소비심리를 호전시켰기 때문이다. 장기화된 공급부족으로 주택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심한 위축에서의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내수활력을 지속시키는 추가적인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문제나 고령층 소비성향 저하 등 소비를 억제하는 요인이 많다.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한 것으로 평가되는 건설투자도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문이다. 기업 수익성도 1990년대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져 투자확대도 쉽지 않다. 경기회복의 힘이 미약하다 보니 양적완화 축소 등 외부 충격이 있을 때마다 상승세가 꺾이는 상황이다. 수출 부문에서의 소득 유입이 없다면 경기가 쭉 뻗어 나가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과감한 규제완화로 내수기반 확충을
향후 선진국 경기회복이 지속되면 세계교역도 지금보다는 다소 나아질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선진국이 부채와 적자를 줄여나가는 글로벌 무역 불균형 조정현상은 중기적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과거처럼 활발한 세계교역이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앞으로도 우리 경기의 회복세는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은 장기적 성장활력 확대를 위해 중요한 정책이지만 당장 경기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듯하다. 부동산 경기를 과도하게 띄우거나 재정지출을 늘리는 단기적 처방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감한 규제완화와 집중된 선택을 통해 내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들이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여지가 큰 산업 부문의 규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인프라도 크게 늘려서 수요확대와 고용창출의 선순환을 만들어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중요한 정책과 산업에 힘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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