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이달 초 연휴기간에 임원들과 함께 국내 주요 공사현장을 방문해 안전관리 시스템을 점검하는 한편 모든 현장에 공문을 보내 안전관리 강화를 지시했다. 이 같은 지시에 따라 이달 분양하는 '당진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 현장에는 화재 등 재해상황에서 빠르게 대피할 수 있는 안내도를 건물 곳곳에 부착하고 30분에 한번씩 안내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앞으로 모든 모델하우스에 이 같은 안전관리 대책을 적용할 예정이다.
'안전경영'이 최대 화두로 부각되면서 산업계가 안전설비 및 관리체계에 대한 전면 재점검에 나서고 있다. 올 들어 산업현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은데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잇따른 산업재해에 대응해 주요 산업설비에 대한 실태파악과 함께 종합적인 산업안전 관리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 2면으로 계속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안전관리 매뉴얼을 대폭 수정, 보완하는 것은 물론 산업현장의 사고를 막기 위해 관련 조직 확대와 안전투자 예산 증액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를 계기로 안전환경 강화에 나선 삼성그룹은 올해 말까지 3조원 정도의 투자집행을 완료해 안전관리 체계를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차 계열의 현대제철도 당초 1,200억원 규모였던 안전 관련 투자예산을 5,000억원으로 4배 이상 증액했다.
기업들은 이와 함께 선제적 사고예방뿐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대응을 위한 위기관리 시스템 정비 및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안전관리자에게 작업중지권을 부여하는 동시에 사고위험 경보제를 도입했으며 제주항공은 고령 조종사에게 '비행시간 조정 요청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삼성은 3월 전국 16개사 2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고 보고와 신고, 피해확산 방지와 복구, 재발방지 노력 등 대응 수준을 평가하는 훈련을 실시했으며 2월 원유유출 사건이 발생했던 GS칼텍스는 여수공장에 실제 현장과 같은 '안전훈련장'을 마련해 안전교육을 확대 실시하고 있다.
김영선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월호 사고로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된데다 앞으로 근로시간 단축 등의 영향으로 노동강도가 강화되면 안전사고도 늘어날 수 있어 생산현장을 중심으로 안전교육 확대와 사후대응 체계 강화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