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 메가히트하는 한국 영화에는 그 영화의 정체성을 온전히 대신하는 아이콘 대사가 있다.
"그건 비겁한 변명입니다"라며 절규했던 설경구의 '실미도', '범죄와의 전쟁'의 "마, 살아있네!", 대한민국 주부들의 반란 '댄싱퀸'의 "당신 꿈만 꿈이고, 내 꿈은 꿈도 아냐?", '도가니'의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건축학개론'의 "첫 사랑이 썅* 이었다고 하던데, 그러면 아구창을 날릴까?" 실로 관객을 극장으로 몰려들게 만드는 촌철살인의 KO펀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영화들은 수백만명의 관람객 유치뿐만 아니라, '도가니'의 경우처럼 영화의 메시지가 집단 지성화돼 엄청난 사회적인 힘을 발휘하기까지 한다. '써니'를 보고 모녀 사이가 친구와 같이 가까워지고 '괴물'을 보고 세대 공감의 가족 유대가 새롭게 싹텄다는 얘기도 들은 바 있다.
과거 화려한 배우 캐스팅과 최고의 제작진을 내세우거나 스펙터클한 영화의 스케일을 화두로 홍보하던 시대가 있었다. 또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라는 세련된 반 강요(?) 구호로 영화를 대량 소비시키던 때도 스쳐 지나갔다.
요즘 현대인에게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생활의 전부가 돼버렸다. 자신의 주장과 의견, 신변잡기를 누구나 1인 미디어가 돼 손쉽게 전달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음악과 미술, 공간예술, 연기 등 총체적 문화 예술 장르인 영화의 홍보는 고객의 심장에 누가 먼저 파문의 돌을 던지고 공감의 씨앗을 심는가 하는 각축의 게임이라고 본다. 언제, 어떻게, 어떤 지점에 무슨 한마디를 건네야 하는지를 정확히 꿰뚫어 보는 자가 승리한다.
최근 한국 영화는 '화차' '시체가 돌아왔다' '부러진 화살'등 제2의 전성시대를 방불하게 하는 선전을 펼치고 있다. 스크린을 뛰쳐나와 고객들의 마음을 펄떡거리게 만들 '한마디'의 사냥이 필요한 것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완성도 높은 씬(장면)에다 귀에 꽂히는 외마디 대사를 찾아야 흥행의 보증 수표를 거머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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