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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미국의 정책 기대감을 바탕으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연일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지만 투신권으로 중심으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매도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 정책 기대감으로 증시가 단기 급등하면서 기관들이 서둘러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2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8.03포인트(0.41%) 내린 1,935.19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880억원을 순매수하며 12거래일 연속 ‘사자’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기관이 1,638억원, 개인이 70억원 어치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특히 투신권이 이날 1,770억원을 팔아 치우며 매도 규모를 확대했다. 투신권은 지난 8월 9일 이후 9거래일 동안 1조2,385억원을 순매도했다.
투신권은 전기전자(IT)ㆍ철강ㆍ운수장비를 집중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투신권이 가장 많이 판 종목으로는 삼성전자가 2,72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SK하이닉스(933억원)ㆍ현대차(740억원)ㆍ삼성전기(620억원)ㆍ기아차(573억원)ㆍ포스코(529억원)가 뒤를 이었다.
이처럼 투신권을 중심으로 기관의 매도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최근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에는 변화가 없는 가운데서도 유럽과 미국의 정책 기대감만으로 국내 증시가 단기 급등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이 지난달 27일 이후 본격적인 매수세로 돌아선 이후 한 달도 안돼 150포인트 이상 올랐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코스피지수 1,950선은 밸류에이션상 매력적이라고 보기가 어렵다”며 “최근 주가 상승은 글로벌 정책 기대감에 따른 유동성 효과에 따른 것이지 시장에서 하향조정 되고 있는 기업들의 실적이나 경기지표 등 증시 펀더멘털이 개선된 것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지수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을 고려하면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에 따라 투신권을 중심으로 기관이 차익실현을 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책 기대감 만으로 증시가 추가 상승을 이어가기는 어렵고 결국 유럽이나 미국에서 양적완화나 경기부양책 등 실질적인 대응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늘어나는 것도 투신권이 매도로 이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으로 8월 이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약 8,34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넘어서며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늘어난 것이 투신권 매도 확대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며 “지수가 추가 상승할 경우 환매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800대까지는 주식형 펀드로 돈이 들어왔지만 1,900선을 넘어서며 자금이 빠져나가 투신권의 매수 여력이 약화됐다”며 “환매 자금 등 현금을 보유해야하는 부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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