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시장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펀드의 수익률과 무관하게 일부 인기 있는 소수 펀드에만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 운용 실적보다는 판매망이 잘 갖춰져 있는지 여부에 따라 펀드 판매 성적도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2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 대부분이 소수 펀드로 집중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중국본토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올해 자금이 순유입된 33개 펀드 중 5개 펀드가 전체 유입액의 54%를 차지했다. '동부차이나본토자(H)[주식]ClassC-F'에 1,247억원이 몰려 가장 많았으며 '신한BNPP중국본토RQFII자1(H)[주식](종류A1)'에 1,192억원,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자H[주식]_A'에 1,139억원 등 상위 5개 펀드가 5,964억원을 끌어모아 전체 중국본토펀드 자금유입액(1조469억원)의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
올 들어 1조2,126억원이 몰린 공모주펀드 역시 상위 5개 펀드에 8,515억원이 몰려 전체 유입액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채권과 함께 공모주에도 투자를 하는 'NH-CA Allset모아모아30[채혼]ClassA'가 2,255억원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들였고 'KTB공모주분리과세하이일드[채혼]종류A'와 '동양뱅크플러스공모주10 2(채혼)Class-c' '미래에셋단기국공채공모주(채혼)종류A' 펀드에도 각각 1,5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코스닥 열풍에 힘입어 인기를 끌고 있는 중소형주 펀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 들어 자금이 순유입된 중소형주 펀드는 15개이며 전체 유입액은 1,959억원이다. 이 가운데 5개 펀드에만 유입액의 97%에 해당하는 1,899억원이 몰렸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펀드시장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인기 있다는 섹터 펀드조차도 대부분 일부 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나머지는 자금 유입이 미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금 유입이 많은 펀드가 꼭 수익률이 뛰어난 펀드는 아니다. 실제로 최근 6개월간 운용 수익률을 살펴보면 중국본토펀드 중 상장지수펀드를 제외하고 가장 수익률이 좋은 상품은 '현대차이나대표기업레버리지1[주식-재간접파생]종류A'로 160.17%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상품에 유입된 자금은 19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동부차이나본토자(H)[주식]ClassC-F'의 수익률은 26.67%였다.
공모주 펀드와 중소형주 펀드도 마찬가지. 공모형 펀드 중 6개월 수익률이 가장 좋은 상품은 'KTB글로벌공모주[주혼]종류A'로 21.68%를 기록했지만 오히려 올 들어 1억원이 빠져나갔다. 중소형주 펀드 가운데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주식)A'는 34.04%의 뛰어난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134억원이 순유입되는 데 그쳤다.
투자자들이 펀드를 선택할 때 수익률이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오히려 판매망이 잘 갖춰져 있는 대형운용사들의 펀드나 판매사인 증권사 등에서 판촉활동을 집중하는 펀드에 자금이 몰린다는 지적이다. 실제 자금유입 상위 펀드 중 대부분이 대형 증권사나 은행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금융그룹사 계열 운용사 상품이 많다. 공모주 펀드의 경우 자금유입 상위 5개 펀드 중 동양생명 계열사인 동양자산운용사의 '동양뱅크플러스공모주10 2(채혼)Class-c'를 제외하고는 모두 금융그룹계열의 상품이었다.
문제는 이런 양극화 상황이 계속될 경우 경쟁력 있는 중소운용사 상품이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금이 몰리는 펀드는 적정 운용 규모를 뛰어넘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펀드의 경우 '애물단지'로 전락해 피해가 투자자들에게도 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펀드슈퍼마켓 등 온라인 판매 등 판매망을 다양화하고 확대하는 것이 중소 자산운용사에게는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판매사에서는 다양한 펀드 라인업을 제공하고 투자자들에게 선택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집중하는 상품만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판매망을 구축하는 것이 자산운용업 성장의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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