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트 호스'는 지난 5일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세워진 대형 청동 조각상의 이름입니다. 자연사 박물관에 들어서면서 마주치는 공룡 뼈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무려 4.6m 높이의 말 골격을 형상화한 것으로 독일 출신 작가 한스 하케가 사실적 말 그림으로 유명한 18세기 영국 작가 조지 스터브스의 해부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합니다.
광장을 채우고 있는 기마상이나 인물상 등과 달리 골격으로 이루러져 단숨에 런던의 명물을 예약한 작품의 이름은 '선물로 받은 말'이라는 뜻입니다. '남의 호의를 트집 잡지 마라(Don't look a gift horse in the mouth)'라는 속담에서 기원한 신조어인데 원래의 의미가 재미있습니다. 세계 어느 곳이나 예부터 좋은 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은 말의 치아 상태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말을 선물 받았을 때 입안을 살펴보는 것은 상대방의 호의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나아가 상대에게 완벽한 선물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선물의 표시라고도 생각되는 작품 왼쪽 앞다리의 발광다이오드(LED) 리본에는 최근 런던 주식시장의 자막뉴스가 표출된다고 합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주식시장과 뼈만 앙상하게 남은 말의 결합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살아있는 말이 아니라 죽은 말의 뼈를 선물 받고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데 트집을 잡지 말라니 매우 역설적입니다. 작가의 인터뷰에 의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 즉 규제가 없는 금융산업이 정말 공공의 복지를 가져오는지, 일부 모순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전체가 완전히 잘못된 것인지 생각하는 계기를 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받은 '자본주의'라는 선물에서 완벽함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의미도 담겨 있을지 모릅니다. 말은 사람이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건강한 혹은 병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운 견해가 펼쳐지는 장소에 세워진 만큼 많은 사람들은 작품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나누며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작품은 이곳에서 내년 2월까지 전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경마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에 이어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또 하나의 명마를 작품으로 소유한 영국이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김정희 말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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