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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지킴이] <5> '탈북청소년 대모' 이영주 드림학교 교감

'남쪽 엄마'로 산지 13년… 가슴에 300명 넘게 품었죠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서 교육 봉사

그룹홈 만들어 방과 후도 보살펴 헌신적 노력에 대통령 표창 받아

"정착 막는 것은 우리 차가운 시선 먼저 이해하고 알아가는 노력을"

이영주(왼쪽 두번째) 드림학교 교감이 지난해 말 학생들, 동료 교사와 함께 청와대를 견학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드림학교

지난 2003년 충남 천안 삼룡동에 있는 대안학교 '드림학교' 학생들 중 가장 외소했던 탈북청소년 김진명(가명·당시 17세)군. 북한에서 꽃제비로 자란 탓에 160㎝도 안되는 키에 부모도 없는 그가 기댈 곳은 학교와 선생님뿐이었다. 유독 외로움을 많이 타던 김군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이영주(53) 교감은 남쪽의 엄마가 돼주기로 결심했다. 김군은 드림학교에서 초중고 검정고시를 잇따라 합격한 후 한국관광대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한 음식점에서 근무하는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이 교감은 애틋하게 기억되는 김군이 전화로 '엄마'라고 불러줬을 때의 뭉클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 교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땅의 탈북 아이들 대부분은 정착하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생활하는데 일부 청소년들의 어긋난 행동이 보도를 통해 부각되고 오해를 받아 마음이 아팠다"며 "새해에는 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많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1호인 드림학교(옛 천안 하늘꿈학교)가 세워진 2003년부터 교사로 부임해 13년째 아이들을 가르치며 돌보고 있다. 주말에는 학교 기숙사에 머물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그룹홈을 만들어 학교 후 생활까지 보살피고 있다. 헌신적인 노력에 통일부는 최근 이 교감을 북한 이탈 청소년 지원 유공자로 선정하고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그는 "과분하고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탈북청소년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해외 선교차 방문한 태국 방콕에서 40여명의 탈북민과 자녀들을 만난 때부터다. 당시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이 교감은 고심 끝에 이듬해 고신교단 등의 지원으로 세워진 드림학교에 교사로 참여했다.

대안학교 교사직은 녹록지 않았다. 입교한 30여명의 청소년들은 평균 17~18세를 넘는데다 상당수가 중국 등에서 생사를 넘나든 도피경험을 갖고 있어 설립 초기 4명의 여교사들이 감당하기 버거웠다. 학생들 중 흡연자가 많았고 학교가 고신신학대학원 내에 세 들어 있는 탓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였다.



"한동안 교사들과 학생들이 서로 지지 않으려고 기 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선생님들의 진심을 받아들였어요."

드림학교 학생들은 2~3년 짧은 기간 내 초중등 과정을 배우고 일부는 일반학교로, 또는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이나 사회로 진출한다. 10여년 동안 배출한 졸업생만 300명이 넘는다. 숙명여대 화학과를 졸업한 이 교감은 직장생활에 이어 부친 사업을 돕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서울 구로 지역 공부방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었다. 당시 사회복지사(1급)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관심을 가진 그룹홈은 대안학교로 이어졌다. 부모가 없거나 무연고 학생들이 주말이나 방학기간에 마땅히 머무를 곳이 없음을 알고 2012년 여학생 그룹홈 등을 천안 시내에 마련했다. 하지만 학교법인, 교회 후원과 은행 대출을 통해 아파트를 얻은 탓에 남학생 그룹홈의 경우 106㎡(32평형)에 15명이 비좁게 생활한다. 게다가 불경기로 후원마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는 "만 18세 이상 청소년은 그룹홈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안타깝다"며 "기숙사를 더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입시 때 검정고시 특례입학에 부정적인 대학들도 탈북청소년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주기를 희망한다며 "그들의 정착을 막는 것은 우리의 차가운 시선"이라고 꼬집었다. 새터민이 소중한 통일자원이라고 강조한 그는 이어 "북한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 진정 통일을 위한 준비"라며 "함께 살아가며 우리가 먼저 그들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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