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軍事)는 국가의 큰일이다. 병사의 생사와 나라의 존망이 달려 있으니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춘추시대 병법서'손자'의 도입 부분이다.
'손자'는 6,000자 분량의 비교적 짧은 책이지만, 추상적이고 압축적인 개념이 많이 나오기에 분명하게 이해하기 쉽지 않은 책이다. 모두 13권으로, 전쟁을 벌이기 전 먼저 신중하게 따져보아야 한다는'계(計)편'에서 시작해 간첩의 중요성을 설파한'용간(用間)편'에서 끝을 맺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고문헌학, 고문자학, 고고학을 아우르는 삼고(三古)의 대가로 널리 인정받는 리링 베이징대 교수가 병법서'손자'에 들어 있는 정수와 문화사적 가치를 유려하게 풀어냈다.
리링 교수는 병법에도 철학이 있다고 역설한다. 철학이란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인데, 전쟁 중에 죽지 않고 살기 위해 발달한 병법엔 당연히 지혜가 녹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전쟁의 유일한 규칙은 그것이 없는 것"이라며 "전쟁에서는 언제나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기에 결코'규칙'과'완전한 지혜'란 없다"고 풀이한다.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 적의 계책과 형세를 파악하려 아무리 애써도 결코 적의 사정을 다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늘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하고, 이 판단은 군사행동으로 이어져 전군의 생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모호함 가운데서도 최대한의 추측으로 마치 도박을 하듯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저자는 지식과 추측과 미신을 동원해 그 안에서 최선의 판단을 해야만 하는 것을 병법의 원리로 파악하고, 병법 그 자체가 기존의 인류 지혜 관념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한다.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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