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라도 생명이 다할 때까지 여성의 몸속을 정처 없이 배회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아니다. 그리고 언뜻 예상되는 것처럼 체외로 배출되지도 않는다. 쓸모가 다한 정자들은 여성의 몸 안에서 분해된다.
우리 몸에는 세균의 세포벽을 분해하는 리소짐(lysozyme)이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것이 불필요한 성분, 즉 목표를 잃어버린 정자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시퍼렇게 멍이 들었을 때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피부색으로 돌아오는 것도 리소짐의 활동에 따른 것이다. 한편 정자의 수명은 난자보다 길다. 난자는 1일, 정자는 2~3일 정도다. 조건에 따라 더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다. 아마도 임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인체의 신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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