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조각가 엄태정 "조각에는 새로운 세계 여는 마법적 힘 있어"
전시2025.07.0118:18:34
거대한 은빛 원통형 구조물이 전시장 한켠에서 신비롭게 빛난다. 스스로 빛을 머금은 듯 은은하게 발광하는 얇은 알루미늄 조각은 마치 내부에 자리한 미지의 존재를 감싸는 은빛 베일처럼 기능하며 보이지 않는 ‘낯선 자’의 기운을 감각하게 한다. 한국 1세대 추상 조각을 대표하는 엄태정(87) 작가의 신작 ‘낯선 자의 은신처’ 연작은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6년 만의 개인전 ‘세계는 세계화한다’의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철학자 중 한 명인 마르틴 하이데거의 명제에서 빌려온 전시명
수집욕 자극하는 아트토이 한자리에…'토이콘 서울' 8월 첫선
Pick
2025.06.30
16:36:55
키덜트 문화의 확산으로 글로벌 ‘아트토이’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컬렉터들의 수집 열정을 자극할 새로운 아트토이 축제가 문을 연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아트 페스티벌 ‘어반 브레이크 2025’는 올해부터 국내 유일한 디자이너 토이 페어 ‘토이콘 서울’을 동시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행사는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8월 7~10일 나흘간 열린다. 어반 브레이크는 아티스트 중심의 예술 플랫폼을 지향하는 페
백남준 사진과 조승룡의 건축자료…국현, 예술가 아카이브 3만여점 신규 수집
작가
2025.06.30
14:50:55
백남준을 촬영한 이은주 사진작가의 기록들과 미국 판화가 마크 패츠폴이 백남준과 협업한 자료, 건축가 조성룡·우규승의 건축 자료 등이 국립현대미술관의 신규 수집 목록에 포함됐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는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조성룡, 김종학, 우규승, 이은주, 마크 패츠폴의 대규모 아카이브 약 3만 점을 신규 수집했다고 30일 밝혔다. 2013년 문을 연 센터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주요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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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10.20 14:16:06종로구 인사동에 즐비한 화랑 중에서도 ‘선화랑’은 역사나 영향력 면에서 단연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1977년 선화랑을 연 창업자 고(故) 김창실(1935~2011) 회장은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한 후 약국을 운영하던 약사 출신이다. 미술 애호가였던 김창실은 인사동 거리가 비포장도로이던 1950년대부터 그림 보러 다니길 즐겼다. 눈 호사가 기뻤을 뿐 선뜻 그림 살 엄두는 내지도 못하던 그녀가 1965년에 처음으로 그림 한 점을 품에 안았다. 둥그런 백자 항아리 위로 하얀 꽃송이들이 흘러넘치듯 탐스럽게 피어오른 도상봉(1902~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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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10.13 14:23:45고향 다녀온 지 며칠이나 됐다고 또 엄마가 보고 싶다. 돌아서면 곧 또 그리운 엄마, 만날 먹어도 질리지 않고 생각나는 집밥의 연장 선상에 박수근(1914~1965)의 그림이 있다. 나목(裸木) 아래로 젊은 아낙이 아이를 업고 섰다. 그의 눈은 짐을 머리에 인 채 장으로 나가는 여인 쪽, 그 건너편 먼 곳을 응시한다. 하염없이 바라보는 그 눈에는 분명 그리움이 가득하리라. 잎 떨어진 나무 탓인지 찬 바람이 부는 듯하다. 우둘두둘 화강암 같은 질감의 그림 표면 너머로 1950~60년대, 배는 늘 고팠지만 마음만은 넉넉하던 그 시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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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9.29 18:50:44달이 익어가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휘영청 둥근 달이 차오를 터이다. 한가위 보름달 뜬 밤 풍경을 그린 조선 영조 시절의 화원화가 김두량(1696~1763)의 ‘월야산수(月夜山水)’를 꺼내볼 때가 왔다. 보름달이 떠올랐건만 무슨 까닭인지 스산한 마음이 드는 그림이다. 맨살로 밤바람을 맞는 게 서늘해진 기온 탓인지, 뒤숭숭한 세상사 탓인지 혹은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아련한 그리움 때문인지 모를 일이다. 그림 왼쪽 위에 ‘갑자년 중추에 김두량이 그렸다(甲子中秋金斗樑寫)’고 적혀 있다. 당시 갑자년은 1744년이었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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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9.22 17:35:19가을 햇살에 나뭇잎이 파르르 떨린다. 연둣빛 새순도 짙푸른 초록도 아니건만, 초가을 햇빛은 자꾸만 이파리 하나하나를 건드린다. 작당한 듯 바람이 가세해 단풍 들기 전 마지막 생명력을 과시하라며 잎을 들추고 반짝임을 찾아낸다. 그런 영롱한 자연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농락당한 듯 어지럽다. 그래서 가을을 타나 보다. 어떤 그림은 남의 숨겨둔 감정을 후벼 파듯 끄집어내거나 아픈 자리 다시 꼬집은 것처럼 흠칫하게 만들곤 한다. 반면 슬픔 하나 없이 마냥 기쁘고 행복하게 만드는 그림이 있으니 이대원(1921~2005)의 작품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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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9.15 15:01:01이 꼴 저 꼴 보기도 싫고 이러쿵저러쿵 거들고 싶지도 않다. 다투고 시비 가려 무엇하랴, 내가 한 발 물러나면 그만인 것을. 그래서 훌쩍 떠났다. 혼자만 아는 숲, 깊숙한 곳에 다다라 호숫가 바위 위에 엎드려 물을 바라본다. 물을 보는 것인지, 물에 비친 나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물을 보는 척하며 더 먼 곳을 내다보는 것인지. 허리 힘을 빼고, 한쪽 다리를 끌어당긴 품새로 보아 한참을 이렇게 물을 보고 있었고, 한동안 더 물만 바라볼 듯하다. 조선 초기 화단에서 안견이 화원화가를 대표한다면 사대부 출신을 대표하는 화가는 두말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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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9.08 15:19:42여름이 떠나서 가을이 온 건지 쳐들어온 가을에 여름이 쫓겨간 건지는 알 수 없으나, 가을이 왔다. 영원할 것처럼 기고만장하던 여름은 안녕조차 남기지 않았고, 가을은 도둑처럼 몰래 숨어와 더위를 싹 쓸어갔다. 때가 되어 철이 바뀌는 것을 수십 차례 겪었음에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당혹스러운 마음은 매번 반복된다. 그래서 그림 하나를 꺼내 본다. 신라의 솔거, 고려의 이녕(李寧)과 더불어 우리나라 회화사의 삼대가(三大家)로 꼽히는 안견(1410년 경~1464년 이후)의 ‘사시팔경도(四時八景圖)’다. 사계절의 변화를 별스럽지 않게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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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9.01 14:42:04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을 기념한 우표첩이 발행과 동시에 ‘완판’됐고 예약을 받아 다음 달까지 제작될 추가 발행분은 약 25만 부에 달한다. 우표 속에는 대통령의 어린 시절부터 결혼식과 취임식, 웃고 울며 때로는 비장하고 때로는 침통한 표정까지 다양한 얼굴이 담겨 있다. 왕조시대의 국왕과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전혀 다른 성격의 지도자이나 한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권력자라는 공통 선상에서 봤을 때, 조선에서는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왕을 그린 그림을 어진(御眞)이라고 한다. 지엄한 왕의 얼굴을 감히 그릴 수가 없다 하여 어좌(御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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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8.25 15:58:54계절이 바뀌는 시기라 그런지 “옷장이 가득해야 든든하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냉장고가 꽉 차면 걱정이 없다”는 사람, “지갑이 두둑해야 안심”이라는 사람도 있다. 채우고 싶은 곳은 제각각일진대 그 중 “책장이 빽빽하면 행복하다”는 이들도 있을 터. 책 사랑이 유난했던 인물이 바로 조선 르네상스의 군주 정조(1752~1800·재위 1776~1800) 임금이다. 그는 책과 책장을 소재로 ‘책가도(冊加圖)’라는 한국 고유의 그림 분야를 개척하게 한 최고의 예술 후원자였다. 조선에서는 예조 산하 도화서가 왕실과 정부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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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8.18 18:09:07사과가 익어가는 계절이 왔다. 늦봄 사과꽃이 떨어지고 한여름을 온몸으로 견딘 풋사과는 더위가 한풀 꺾이는 처서(8월 23일)를 전후로 붉은 옷을 챙겨 입는다. 사과하면 대구다. 기후 변화로 사과 주산지가 북상하고 대구의 사과 생산량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과는 대구의 명물이다. 대구 북구 산격2동에는 ‘이인성 사과나무거리’라는 벽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조선의 고갱’이라 불리는 천재화가 이인성(1912~1950)을 기억하는 명소다. 그 이름의 계기가 된 이인성의 1942년작 ‘사과나무’는 늦여름 요맘때 빨갛게 물들기 시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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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8.11 14:51:13“해방(解放)이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본에 외교권을 박탈당한 대한제국은 1910년 8월 29일 주권을 완전히 빼앗긴 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고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1945년 8월 15일까지 꼬박 36년간 식민지배를 겪었다. 그 암흑 같은 시절에서 빛을 되찾은 날이 바로 광복절이다. ‘해방고지’는 그 기쁨의 순간을 그리고 있다. 제목에는 천사가 동정녀 마리아의 임신을 알리는 ‘수태고지’와 같은 작법이 쓰였다. 그림 왼편에서 맨발로 달려오는 하얀 한복 입은 두 여인이 해방의 소식을 전하는 중이다. 얼마나 좋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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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8.04 16:00:00한여름 무더위가 최고조에 올랐고, 여름 휴가철도 절정을 맞았다. 휴가지에서의 시원한 기억, 뜨거운 추억을 가슴 속이나 휴대폰 사진첩에만 넣어두기엔 아쉬움이 진하다. 그런 마음이야 조선의 선비도 다를 바 없었으니 진재 김윤겸(1711~1775)은 50대의 어느 여름에 다녀온 영남지역의 명승 14곳을 화폭에 담았다.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이 소장한 보물 제1929호 ‘영남기행화첩’이다. 그 첫 그림인 몰운대(沒雲臺)는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인근, 바다로 비죽 튀어나온 땅이다. 원래는 섬이었지만 낙동강 토사가 쌓여 육지와 연결된 곳으로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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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7.28 17:50:42유난히 기분 좋은 날이 있다. 알람이 울리지도 않았건만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고, 털어 말린 머리가 뜻대로 자리 잡았으며, 무심코 집어든 양말이 바지 색과 썩 잘 어울리는 데다 출근길 지하철이 기다리지 않게끔 맞춰 도착했다. 딱히 특별할 일 없지만 그런 소소함에 기분이 좋아서, 준비 부족한 기획안이나 심지어 계획안 했던 사랑 고백까지도 받아들여질 듯한 그런 날이 있다. 요절한 화가 최욱경(1940~1985)의 1977년작 ‘환희’는 꼭 그런 기분 좋은 날의 일기 같은 그림이다. ‘환희’라는 단어의 의미는 엄청난 큰 기쁨이지만,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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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7.21 18:08:13눈이 부시게 푸르른 자연 속에 한 남자가 동그마니 섰다. 그를 둘러싼 쪽빛(藍色)이 산이어도 좋겠고, 물이어도 좋겠지만 실상은 가지 늘어뜨린 버드나무다. 한국 현대 동양화단의 대표작가 남정(藍丁) 박노수(1927~2013)가 1980년에 그린 ‘류하(柳下)’, 즉 ‘버드나무 아래서’라는 작품이다. 짙은 파란색 덕분에 눈으로 보기만 해도 온몸이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더운 날씨 탓인지 마치 공기청정 기능을 탑재한 에어컨의 찬바람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자연을 그린 것이건만 기계 바람에 빗댈 정도로, 요즘은 어디를 가야 저토록 맑고 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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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7.14 16:18:44“히틀러 암살미수 사건이 발생한 1932년 7월 20일에 나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아들로,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손자로 태어났다. 음력으로 하면 6월 17일(스탈린에 대항하는 봉기일)이다. 한국 전통에 따라 집에서는 음력 6월 17일에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하지만 학교 서류와 여권에는 7월 20일이 내 공식적인 생일로 기록되어 있다. 나는 이 날을 더 좋아했는데, 왜냐하면 독일국민이 히틀러에 저항한 날이기 때문이다. 스탈린 때문에 흘린 피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6월 17일 뿐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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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17.07.07 15:43:15‘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이 아마도 이쯤 아니겠나. 시인 정지용(1902~1950)이 대표작 ‘향수’를 통해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읊조리던, 애틋한 꿈에서 깨기 싫어 지그시 눈감게 한 그 풍경이 여기 있다. 딱 요맘때 초여름 날씨인 듯 짙푸른 녹음이 산과 논을 가른다. 운보 김기창(1913~2001)의 그 유명한 ‘청록산수’ 중 하나인 1981년작 ‘투망’이다. 화가는 가장 좋아하는 색인 청록을 중심으로 화면의 반 이상을 산으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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