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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소스 들고 김밥축제 간 삼성證
증권 증권일반 2025.10.26 18:04:41삼성증권(016360)이 경북 김천시에서 개최된 ‘2025 김천 김밥축제’를 찾아 네 종류의 매운맛 소스를 제공하는 이색 마케팅을 펼쳤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 홍보를 지역 축제 현장에서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25~26일 이틀 동안 경북 김천 김밥축제 현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GS25와 협업해 구성한 ‘주식불장 패키지’ 2000세트를 현장 이벤트를 통해 경품으로 증정했다고 밝혔다. 주식불장 패키지는 고추장(한국)과 와사비(일본), 마라장(중국), 핫소스(미국)의 4종 세트로 구성된 소스 제품이다. 삼성증권 부스는 축제의 메인 음식인 김밥과 함께 소스를 즐기려는 고객들로 행사 기간 내내 붐볐다. 부스를 찾은 방문객들은 친구 또는 가족 단위로 함께 소스 맛을 비교하는 등 이벤트에 적극 참여했다. 김밥 축제를 즐기기 위해 서울에서 방문했다는 한 대학생은 “주식불장 소스를 맛보고 평소 관심 있던 주식 투자를 시작하기 위해 삼성증권 계좌를 바로 개설했다”며 이벤트의 연상 효과에 긍정적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주식불장 패키지는 삼성증권의 ‘주식장인’ 캠페인에 연계해 제작된 제품이다. 캠페인 이름은 주식시장의 ‘장(場)’과 음식의 ‘장(醬)’이 발음상 동일하고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국장’, 미국 주식시장을 ‘미장’으로 줄여 부르는 표현에 착안했다. 각국을 대표하는 매운맛 소스로 구성해 주식시장의 ‘불장’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26일 현재 삼성증권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주식장인 캠페인 3편의 영상은 누적 조회 수 1400만 회를 돌파했다. 영상에는 ‘주식시장의 장(場)을 읽는 장인(匠人)’이 실시간 투자 정보, 믿을 수 있는 전문가, 전 세계 30여 개국 해외 주식투자 기회 등 삼성증권의 핵심 강점을 장인만의 비법처럼 제시해 투자자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해결사로 등장한다. 해당 광고는 공개 후 20~40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기 반응 조사에서 선호도 81%라는 긍정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증권은 이색 광고나 현장 캠페인 등을 통해 증권업계 홍보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 화장품·음식료 담당 애널리스트인 이가영 선임연구원이 직접 출연해 김밥과 매운 소스를 즐기는 유튜브 콘텐츠도 영상 게시 사흘 만에 조회 수 12만 회를 넘겼다. 삼성증권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2023년 말 174만 명에서 이날 기준 262만 명으로 50.6% 증가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주식장인 캠페인은 투자자들의 언어와 문화를 반영해 주식시장의 열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프로젝트”라며 “이번 김천 김밥축제 현장 참여를 통해 고객과 직접 만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삼성증권 브랜드를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
선박 엔지니어링 합작사도 추진…군함 건조로 한미 조선동맹 격상
산업 기업 2025.10.26 18:02:39HD현대(267250)와 미국 헌팅턴잉걸스인더스트리(HII)의 협력은 한국 조선 업체가 미국 군함을 공동 건조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한미 조선 협력이 함정 건조 단계로 발전한 만큼 한국 조선사들의 미국 진출이 본격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 업체와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미국 내 기반을 빠르게 확장하고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HD현대는 26일 미 HII와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미 해군이 추진 중인 차세대 군수지원함 설계와 건조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국 조선 업체가 미국 군함을 건조하는 첫 사례다. 군수지원함은 작전 해역에서 전투함에 연료 및 군수물자를 제공하는 함정으로 차세대 함정은 기존보다 기동성이 높고 효율적이어서 미 해군의 보급·물류 능력 현대화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합의를 통해 두 회사는 미국 내 조선 생산 시설 인수 또는 신규 설립에 공동 투자하고 향후 선박 엔지니어링 합작사 설립과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상선과 군함 분야 전반에 건조 비용과 납기 개선을 위한 노하우와 역량을 공유하기로 했다. HD현대는 4월 HII와 ‘선박 생산성 향상,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HD현대는 실무진이 잉걸스 조선소 등을 찾아 기술 협력 및 제조 공정을 공유하는 등 협력을 이어왔으며 그 결과 군함 건조와 향후 공동 투자까지 협력 범위가 확대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HD현대는 그동안 미국 군함 발주 증가에 대비해 HD현대중공업(329180)과 HD현대미포를 합병해 함정 건조 역량을 통합하고 서버러스캐피털·한국산업은행과 함께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비해왔다. 여기에 HII와의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됨에 따라 업계에서는 마스가 프로젝트의 든든한 파트너를 확보하고 미국 내 사업 기반도 속도감 있게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HD현대와 손잡은 HII는 미 최대 군함 설계·제조 기업으로 미시시피주와 버지니아주 등 2곳의 조선소를 운영 중인데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대형 상륙함과 대형 경비함은 물론 미국에서 유일하게 핵항공모함을 설계·건조하고 있을 정도로 미국 조선업계의 핵심 기업이다. HD현대는 HII 조선소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블록 모듈과 주요 자재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미 간 조선 협력 단계가 단순한 MRO에서 공동 건조까지 확장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미국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행법 상 미 군함의 해외 건조는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한화오션(042660)처럼 미국 내 조선소를 인수하든지 설립해야 할 텐데 국내 조선업계의 진출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조선사들과 미국의 협력 관계가 깊어질수록 중국의 견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한화오션의 미국 법인 5곳을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는데 미국 조선·해운 프로젝트에 협조했다는 이유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중국이 제재 범위를 한국 조선사로 확장할 경우 중국 기항 비중이 높은 선주사들의 한국향 발주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국내 조선사의 중국산 기초 기자재 조달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
구세군, 캄보디아 소녀에 심장수술…1010번째 '새 삶'
사회 피플 2025.10.26 18:02:21폐동맥 이상으로 목숨이 위태로웠던 캄보디아 소녀가 구세군 한국군국의 도움을 받아 국내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 소녀는 구세군이 1995년 시작한 아동 심장병 수술 지원 사업의 1010번째 수혜자가 됐다. 26일 구세군 한국군국에 따르면 폐동맥 이상을 앓았던 캄보디아인 쏙 리나(18) 양이 구세군의 초청을 받아 23일 국내 한 의료시설에서 약 6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고 집중치료실에서 회복 중이다. 구세군의 심장병 수술 지원 사업은 시작 첫해에만 34명이 새 생명을 얻었고 1997년 말까지 100명이 수술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다. 국내 기초생활수급자 및 저소득층 심장병 환자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던 구세군은 1999년 중국 옌지의 조선족 어린이 4명을 초청한 것을 시작으로 국경을 넘어 심장병 아동을 지원했다. 올해 10월까지 중국·러시아·몽골·필리핀·베트남·캄보디아·키르기스스탄 등 7개국 아동 531명과 국내 어린이 479명 등 1010명이 구세군의 도움으로 심장병 수술을 받았다. 구세군의 심장병 수술 지원 사업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수혜자의 처지를 고려해 치료비 전액을 대신 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구세군 관계자는 “대상자를 결정하기 위해 까다롭게 심사하는 대신 그 비용을 줄여 한 명이라도 더 치료하자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복잡한 서류 심사 대신 지역 기관장의 추천서와 필수 심사 서류만으로 지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 여러 기관이 힘을 보탰다. 국립의료원·부천세종병원·안산동의성단원병원·가천대길병원 등 국내 의료기관과 캄보디아 헤브론병원 심장센터, 키르기스스탄 국립병원 등 외국 의료기관이 함께했다. 한국도로공사는 비용 마련을 위해 요금소에서 모금했고 최근에는 키오스크 방식으로 자금 마련에 협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KB국민은행은 매년 약 1억 원 규모를 지원했다. 구세군은 최근에는 수술을 받은 아동과 국내 후원자를 일대일로 연결해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세군은 내년에는 동남아 지역 내 더 많은 치료 대상자를 발굴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
삼성 "초격차 확대" 전영현, 창립 56주년 맞아 사기 높인다
산업 기업 2025.10.26 18:01:42전영현 삼성전자(005930) 대표이사 부회장 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이 이달 31일 창립 56주년을 맞아 임직원을 대상으로 ‘1등 DNA’를 거듭 주문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31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삼성전자 창립 56주년 기념식이 열린다. 전 부회장과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겸 사장 등 경영진과 임원들 대부분이 참석한다. 회사는 매년 창립 기념식을 통해 기업 현실에 대한 냉혹한 인식을 바탕으로 임직원 전체가 공유할 사업 방향과 전략, 마음가짐 등을 공유해왔다. 올해 기념사는 1등 기업으로 ‘초격차 확대’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사업은 물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와 시스템반도체 등에서 위기를 겪었지만 최근 완전히 회복·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HBM4는 엔비디아의 퀄 통과를 앞두고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과 속도 경쟁이 치열하고 파운드리도 애플과 테슬라 등 빅테크와 대형 수주 계약을 맺으며 대만 TSMC를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전 부회장은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신기술 개발을 주문하고 부서 간 칸막이 없는 활발한 협업 등을 독려해 초격차 기술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미중 갈등으로 급변하는 산업 지형에 대한 신속한 대응 역시 강조될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올해부터는 미중 간 기싸움과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실제 통상 환경 변화로 이어지며 삼성의 사업 전반에 급격한 변화를 몰고 왔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수출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해졌으며 중요 생산 기지가 있는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신규 도입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는 형편이다. 갤럭시 S26과 Z7 시리즈 폴더블 제품 등의 성공과 함께 최근 갤럭시XR까지 선보이며 모바일 사업을 리드하고 있는 노 사장도 내년 신제품 개발 및 출시를 독려하며 새로운 통상 질서에 적극 대응할 것을 임직원들에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노 사장은 다음 달 말쯤 이뤄질 인사에서 DX부문장 겸 대표이사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사업 전반에 걸쳐 반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며 저력을 확인한 만큼 초격차 확대와 임직원 사기를 높이는 경영진의 메시지가 나올 듯하다”고 분석했다. -
사법 족쇄 벗고 삼전 시총 60% 팽창 주도…'뉴삼성' 본격 드라이브
산업 기업 2025.10.26 18:00:51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27일 취임 3주년을 맞으면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바이오 부문 초격차 경쟁력을 향해 광폭 경영에 돌입한다. 이 회장은 반도체 불황과 갤럭시 S22 발열 사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 등 삼성호(號)가 악전고투하던 3년 전 선장에 올라 위기의 순간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며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해왔다. 올 7월 대법원의 무죄 확정으로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떨쳐낸 이 회장은 숫자로 경영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년 만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앞두고 있고 시가총액은 약 60% 팽창해 600조 원 고지가 코앞에 있다. 이 회장은 취임 3주년을 지나며 국내외 주요 인사들과 폭넓게 접촉하며 ‘뉴삼성’을 향한 조직·인적 쇄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취임 3주년인 27일 별도 기념식이나 대외 메시지 없이 일상 업무를 챙기다 28일부터 시작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참석을 계기로 활발한 대내외 활동에 나선다. 이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빅테크 거물들뿐 아니라 한국을 방문할 미국·중국 등의 정상들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취임 3주년인 올해 역대급 성과를 올리며 삼성전자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이 흔들리던 2022년 10월 회장에 선임된 그는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하자”며 ‘기술경영’에 온 힘을 쏟았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 실적이 극적으로 반등하며 새로운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의 경영 성과는 숫자로 입증된다. 회장 취임 당일 354조 6051억 원에 머물던 삼성전자 시총은 3년 만에 60%가량 늘어 584조 8602억 원(10월 24일 기준)으로 급증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 규모도 324조 원 이상으로 전망돼 2022년(302조 원) 세웠던 창사 이래 최대 기록을 3년 만에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 취임 후 3년은 위기 극복의 연속이었다. 삼성전자는 2023년 반도체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며 영업이익이 6조 5670억 원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35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3년에 걸친 이 회장의 땀은 내년에 더 큰 결실이 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창사 이후 최고치(2021년 51조 5700억 원)를 쉽게 갈아치우고 6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금융투자 업계는 벌써 전망하고 있다. 초기 대응에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삼성은 완전히 전열을 재정비했고 이 회장의 글로벌 빅테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대만 TSMC가 단독 공급하던 테슬라의 AI 칩을 공동 수주하거나 단독 공급하는 빅딜을 맺기도 했다. 삼성은 최근 오픈AI로부터 월 90만 장(웨이퍼 기준) 규모의 D램 공급의향서(LOI)를 확보하기도 했는데 이 회장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나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와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국가 경제발전에도 앞장섰다. 지난해 7월 이 회장은 직접 파리올림픽 현장을 찾아 한국 선수단을 응원하고 글로벌 정·재계 인사를 만나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바 있다. 그는 올 8월에는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해 격변하는 통상 환경에서 국익을 지키려 정부를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별장으로 불리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활약을 설명하며 관세협상 진전에 힘을 실었다. 사법 리스크가 끝나자 경영에 전념하며 실적 회복으로 자신감을 충전한 이 회장의 ‘뉴 삼성’ 구상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음 달 말 대대적인 조직·인사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AI 시대에 걸맞은 조직과 인사, 신사업과 인수합병(M&A)을 이끌 컨트롤타워 신설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여부도 관심사다. 그는 2019년 10월 사법 리스크가 닥치자 등기임원직을 내려놓았다. 4대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한 상황이어서 등기임원 복귀로 ‘책임 경영’이 강화되는 모습을 기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재계에서는 지금이 이 회장에게 ‘뉴 삼성의 비전’을 각인 시킬 최적기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과 주가, 사법 리스크 해소 등 쇄신을 위한 모든 조건이 마련돼 있다”면서 “지금이 AI 초격차를 위한 조직 혁신을 할 최고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
방한 앞두고 美요구안 최후통첩…막판까지 합의 진통 불가피
정치 대통령실 2025.10.26 17:59:0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마무리 단계에 매우 근접했다. 그들(한국)이 준비된다면, 나도 준비돼 있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의 최후통첩으로 해석된다. 닷새간의 아시아 순방을 위해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출발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기내 간담회에서 자국의 협상안을 한국이 수용하도록 막판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6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관세 협상을 APEC에 구애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그 시기를 손쉽게 흘려 넘기겠다는 게 아니라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취지”라며 “정상회담에서 네고(협상)하기보다는 사전 준비를 해서 정상회담이 일종의 화룡점정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여지를 뒀다. 미국은 이번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를 ‘관세 선전’ 효과로 삼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전날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한국과 협정을 체결하기를 매우 열망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이 우리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조건들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종 합의를 위한 결정 의무는 상대방인 한국에 있음을 드러내는 한편 미국 측의 합의 의지 역시 강조한 셈이다. 위 실장은 “대통령은 ‘경제적 합리성’, 그다음으로 ‘국익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협상하라’는 상당히 강한 훈령을 줬다”고 말해 우리 역시 미국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을 수행 중인 위 실장은 이날 쿠알라룸푸르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이 “조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오는 29일 경주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 전에 아세안 정상회의장을 오가며 ‘조우’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양국간 입장차가 팽팽한 현금 투자 규모와 기간 등에 공감대를 형성할지 주목된다. 위 실장은 또 APEC기간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와 외교·안보 분야를 포괄하는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위 실장은 “팩트시트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하는 형태도 있고 합의나 마찬가지인 조인트 팩트시트도 있다”며 “안보 분야는 대체로 공통으로 양해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 분야에서 공통의 문서로 이르지 못한 것이다. 그게 나오면 (관세·안보 분야 패키지 딜이) 다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안보 협상 중에는 특히 일본 수준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권한을 우리가 갖는 데 대해서는 미국 측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살얼음판 같은 관세 협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에 기대를 놓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기내 간담회를 통해 “(북한을) 핵보유국(뉴클리어 파워)으로 간주한다”며 북핵을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그(김정은)가 연락한다면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깜짝 회동’에 대해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렸다. 김동중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요구에 트럼프 대통령이 반응한 것으로 깜짝 회동의 가능성을 높였다”고 봤다. 반면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비핵화 논의는 없다’는 한 발 더 나아간 메시지를 김 위원장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회동 가능성을 낮게 봤다. 위 실장도 “북미 정상 접촉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이뤄지면 성원하려고 한다”면서도 “(우리가 북미 회담과 관련해) 특별히 알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쿠알라룸푸르 브리핑에서도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그리 긍정적인 것은 아닌 게 맞다”면서도 “어느 경우에도 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연달아 방문하려면 수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시기에 북한의 외교를 책임진 최 외무상은 한반도에 없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물론 최 외무상이 없는 상황에서 북미 정상 간 만남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북미 회담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속단은 어렵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첫 대면과 한중 정상회담도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위 실장은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와 안정을 이루려면 중국의 협력을 견인해내야 한다”며 “이번에 중국과 실질적 협력과 운신의 공간을 찾아내야 한다”고 짚었다. 위 실장은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의 논란이 됐던 역사 인식 발언에 대해서는 “정치인으로서 한 발언과 총리의 행보는 같게 볼 수 없다”며 “한일 간 파트너십 발전에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단독] 미래에셋, 中 '테리픽10'이을 히트상품으로 증권주 ETF 꺼낸다
증권 증권일반 2025.10.26 17:56:14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 자산운용사 중 처음으로 중국·홍콩 증권주를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이기로 했다. 일찌감치 중국 시장에 뛰어든 미래에셋이 올 상반기 중국 테크에 이어 차기 투자 먹거리로 증권주를 점찍은 것이다. 특히 이번 상품 개발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특명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르면 다음 달 중국·홍콩 증권주에 투자하는 ETF를 출시할 계획이다. ETF는 중화권 대형 증권사인 중신증권·화태증권·국태해통증권 등을 포함해 중국 증권 업종으로 구성된 지수(CSI 올셰어 시큐리티스 인덱스)를 추종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자산운용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 본토와 홍콩을 아우르는 현지 증권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늦어도 연내 상품 출시를 위해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ETF를 출시한 배경에는 중국 자본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자리한다. 최근 기술주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자 중국 주식시장으로 시중자금이 빠르게 유입됐고, 이는 곧 주식 거래량 증가로 이어져 현지 증권사들은 실적 개선이라는 직접적인 수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4일 전장보다 0.71% 오른 3950.31로 거래를 마치며 2015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기업공개(IPO) 자금이 넘어오면서 홍콩 증시도 활황이다. 홍콩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2973억 홍콩달러(약 54조 3553억 원)이며 올 상반기 홍콩이 조달한 IPO 자금 규모는 1071억 홍콩달러(약 19조 5843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중화권 증권주도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중신증권은 올 들어 이달 24일까지 8.8%(27.45위안→29.87위안), 화태증권은 29.7%(16.81위안→21.80위안)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기술주의 견조한 흐름으로 중국 증시가 우상향하면서 현지 증권주가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확정되면서 중국 증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일단 해소됐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이달 23일 열린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기술 자립’을 강조한 점도 기술주 향방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하오 홍 로터스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 증시의 많은 종목이 상승장에 참여하고 있어 주식시장은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금융시장 개척의 선구자로 불리는 박 회장은 올 들어 유독 미국 쏠림을 경고하며 중국을 주시하는 발언이 늘었다. ‘미국·중국·인도’ 3국을 주축으로 한 ‘글로벌 분산 투자’ 필요성 차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만 수차례 자사 프라이빗뱅커(PB)들을 중국 선전·광저우 등에 탐방을 보낸 뒤 관련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공유했다. 알리바바, 비야디(BYD), 로보테크 같은 유력 기업을 직접 접해봐야 한다는 박 회장의 주문에서다. 증권 내부적으로는 글로벌경영관리 부문에 ‘차이나전략팀’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대형 기술주인 ‘매그니피센트7(M7)’의 대항마로 떠오른 중국 기술주 ‘테리픽10(T10)’ 중심의 ETF를 상반기에 내놓는 등 중국 관련 ETF만 약 20개에 육박한다. 박 회장이 이달 초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타이거(TIGER) 차이나테크 톱10 ETF’ 1년 수익률은 50% 가까이 되고 내년에도 빅테크가 유망할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톡톡히 성과를 냈다. 중화권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자 중국 ETF를 다변화 하려는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화권 주식을 거래하는 국내 투자자는 이달 들어서만(24일 기준) 중국 주식과 홍콩 주식을 각각 958만 달러(약 138억 원), 2886만 달러(약 415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
국내 건설사 첫 대형 원전사업 참여…美시장 공략 빨라진다
부동산 정책·제도 2025.10.26 17:47:50현대건설이 미국에서 대형 원전 4기를 건설하기 위한 기본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미 원전 협력 체계 가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특히 기본 계약 이후 앞으로 조달·시공 등을 포함해 최대 60조 원에 달하는 ‘잭팟’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26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 에너지 및 AI 캠퍼스 조성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5000억 달러(719조 원)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복합 에너지단지의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8배에 달하는 2119만㎡에 달한다. 이 부지에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가스복합화력 등 총 11GW 규모의 에너지를 생산·공급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기본 계약 체결로 대형원전 4기 건설의 첫 번째 단계인 부지 배치 계획 개발과 냉각 방식 검토, 예산 및 공정 산출 등의 기본 설계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두 회사는 올해 7월 본 프로젝트의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원자력 기반의 하이브리드 에너지 기획부터 기본설계, 설계·구매·건설(EPC)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왔다. 페르미 아메리카는 차세대 인공지능(AI) 구현에 필수적인 기가와트(GW)급 전력망 구축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민간 에너지 디벨로퍼다. 미국의 전 에너지부 장관 릭 페리(Rick Perry)과 토비 노이게바우어가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현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통합 인허가를 검토 중이다. 인허가 결정이 내려진 뒤 현대건설은 내년 상반기에 EPC 계약 체결을 목표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미국이 에너지 안보에 대한 강화 정책을 펼치면서 원자력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현대건설이 미국의 대형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수행 계약을 체결한 것은 국내 건설사 중 처음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난 10월 초, 설립 9개월 만에 나스닥과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등 강력한 추진력을 보유한 페르미 아메리카와 미국 원전 건설시장 개척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계약은 현대건설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신뢰받는 원전 파트너임을 입증한 중요한 성과로, 한미 간 긴밀한 에너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실리적인 협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이 내년에 본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미국 원전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은 최근 들어 원자력 발전소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인해 전기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노후된 미국 내 발전소들의 교체 시기도 겹쳤기 때문이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5월경 현재 100GW 정도인 미국의 원전 설비 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4배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원전 르네상스’를 천명한 바 있다. 1.4GW급 대형 원전을 약 215기 추가 건설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이미 원전 21기에 대한 건설 계획이 미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17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진행된 포럼에서 “많은 기술 회사들이 AI를 가동하기 위해 핵 기술 발전에 투자하고 있다”며 “원자력은 다시 매력적인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기존에 존재하던 원전도 다시 보는 추세다. 한국원자력학회에 따르면 미국은 가동 중인 약 90여 기의 원전 중 80여 기는 설계 수명을 넘겨 계속운전 하고 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는 1979년 노심용융 사고 이 폐쇄됐던 스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해 20년 기간의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신설된 원전 대부분이 중국과 러시아가 만든 것인데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 안보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도 미국이 원전 개발에 적극 나서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WNA 조사를 보면 현재 건설 중인 대형 원전 70기 중 중국(33기)과 러시아(7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57.1%에 달한다. -
일본식 함정 닮아가는 韓부동산…빚 유혹 ‘경고장’ 던진 한은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10.26 17:44:38한국은행이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사례를 들어 건설투자에 의존한 경기 부양의 장기 부작용을 경고했다. 아울러 자산 가격 하락 이후 빚 부담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26일 발표한 ‘일본과 중국의 건설투자 장기 부진의 경험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이 버블 붕괴 이후에도 건설 중심의 경기 부양책을 추진한 결과 정부와 가계의 부채가 늘며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는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1990년대 일본은 버블 붕괴 직후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10여 차례 경기 부양 정책을 시행했다. 도로·철도·항만·공항·댐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 주요 대책이었으며 건설투자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기대만큼 경기 회복 효과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재정 상황을 악화시키며 경제 체질 개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일본의 재정승수는 1975~1989년 0.8에서 버블 붕괴 이후 0.6으로 낮아졌다. 재정승수는 정부의 재정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을 어느 정도로 증가시키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반면 정부 부채는 1990년대 초 GDP 대비 60%대에서 2010년대 200% 이상으로 늘었고 부실채권도 급증했다.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주택 건설을 살리기 위해 저리 대출과 세액공제 등으로 주택 구매를 유도했지만 주택 가격 하락이 2010년까지 이어지면서 가계는 부채 상환에 시달렸고 가계소비는 둔화됐다. 이는 부동산 ‘영끌 구매’가 확산된 현 한국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은은 중국 사례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는 일본의 사례를 참조해 급격한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막으면서도 적극적인 부양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
중국, 위안화 국제화 가속…해외대출 5년 새 4배↑
국제 경제·마켓 2025.10.26 17:40:59중국이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내면서 위안화 대출과 예금·채권 투자 규모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위안화 중심의 무역결제 확대와 채권시장 개방을 통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통화의 국제 금융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이 보유한 위안화 표시 해외 대출, 예금, 채권 투자 규모는 3조 4000억 위안(약 687조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년 새 네 배나 급증한 수치다. 중국 외환관리국 통계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이 보유한 역외 고정수익자산(채권) 규모는 지난 10년간 두 배 넘게 늘어나 1조 5000억 달러(약 2160조 원)에 달했다. 대외 채권 자산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 자산이 차지하는 규모는 6월 말 현재 4840억 달러로 나타났다. 위안화 대출과 예금도 이 수치에 포함되는데 2020년 1110억 달러에서 올 6월 말 3600억 달러로 폭증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추산에 따르면 개발도상국들의 위안화 대출은 4년 동안 3730억 달러(올 3월 말 기준)나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수출 대금 결제에서 달러·유로화 비중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안화 대출의 상당 부분은 무역금융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전 세계 무역금융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불과 3년 만에 2% 미만에서 7.6%까지 상승했다. 중국이 금리를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한 덕분에 케냐·앙골라·에티오피아 등은 달러 표시 채권을 올해부터 위안화 표시 채권으로 전환했다. 인도네시아와 슬로베니아도 최근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카자흐스탄개발은행은 지난달 3.3%의 수익률로 역외 위안화 채권 20억 위안어치를 발행하기도 했다. 다만 전 세계 외환보유액 비중에서 위안화는 2%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한편 중국의 자체 결제망인 국제결제시스템(CIPS)도 최근 1년 새 분기당 거래 규모가 40조 위안을 돌파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서방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의존을 줄이고 독자적인 결제 인프라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
"AI 굴기 막자"…미일, 첨단기술 '對中 포위망' 죈다
국제 국제일반 2025.10.26 17:40:43미국과 일본이 6년여 만에 성사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 동맹을 강화한다. 중국의 ‘AI 굴기’를 견제하면서 첨단산업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일본은 도요타자동차의 역수입 제안까지 검토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28일 도쿄에서 기술 분야 협력 각서를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7일부터 29일까지 일본에 머무르는 동안 기술 정책을 관할하는 오노다 기미 경제안보담당상과 마이클 크라치오스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실장이 각서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는 △AI △연구 안전성 △고속 통신 규격 △의약품·바이오 △양자 △핵융합 △우주 등에서 협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AI와 6세대(6G) 등 초고속 통신 규격 표준화에서 공동 연구를 확대하고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일본이 적극 참여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각서 초안에는 ‘자유와 번영을 굳건히 하기 위해 혁신의 황금 시대를 연다’는 문구가 담기고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심화시켜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두 나라가 역점을 두는 협력 분야는 AI다. 미국 국립과학재단과 일본 이화학연구소 등 연구기관 주도로 AI 활용 방안을 찾고 최첨단 반도체 협력에도 나선다. 중국의 AI 기술이 신흥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AI 기술 표준 확보와 수출 협력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첨단기술 시장에서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미국과 일본이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오픈AI·앤스로픽 등 미국 신생 기업들이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딥시크로 대표되는 중국 후발 주자들의 등장으로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한 미중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닛케이는 “양국의 기술 협력 배경에는 중국이 촉발한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중국이 개발한 AI는 개인정보 보호와 정확성 등에서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나라는 신흥국에서 중국 AI 의존도가 심화되는 현상을 경계하고 있다”며 “안전성·신뢰성이 높은 AI를 보급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국제 규격을 확보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어려움에 처한 일본 기업들도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NHK방송은 트럼프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며 이 자리에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역수입’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생산한 자사 브랜드 자동차를 일본에 들여와 판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무역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입 규제를 완화해 캠리(세단), 시에나(미니밴), 탄도라(픽업트럭) 등 일본에서는 팔리지 않는 차량을 들여오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닛산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미국에서 일본으로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쿄가스는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연간 100만 톤가량 조달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있다. 올 7월 관세 협상에서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약 800조 원)의 대미 투자 후속 논의도 이어간다. 요미우리신문은 두 나라가 대미 투자 분야에 포함된 조선업과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 개발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선박 설계와 인재 육성에서 힘을 합쳐 중국의 해양 패권 장악을 막고 첨단산업 핵심 소재인 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 같은 대책들이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역수입은 미국과 일본의 소비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여서 무역 불균형 해소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닛케이는 “미국에서는 대형차가 선호되는 경향이 있어 미국의 인기 차종이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지 불투명하다”면서 양국의 운전석 위치가 좌우로 다른 점 등 장애물이 존재해 역수입이 소규모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매출 500% 껑충…'글로벌 백신리더' 도약[스타즈IR]
증권 증권일반 2025.10.26 17:40:27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펜더믹 이후 새로운 성장궤도 진입에 나섰다. 코로나19 백신 상용화 과정에서 확보한 제조·공정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백신 시장에서 위탁개발생산(CDMO)과 자체 백신 개발 두 축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매출은 1619억 원, 영업손실은 374억 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268억 원) 대비 500% 넘게 뛰어 3분기 연속 1500억 원을 돌파하면서, 코로나19 특수 이후 부진을 겪었던 실적이 빠르게 회복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8년까지 매출을 두 배로 늘리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을 25%까지 끌어 올리는 동시에, 5년 내 매출 1조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독일 백신 전문기업 IDT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생산 체계의 이원화를 꾀했다. 특히 원액(DS)부터 완제(DP)까지 일괄 생산이 가능한 ‘통합형 CDMO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로 평가된다. 기존 안동 L하우스에 이어 유럽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해 공급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성장 동력은 ‘백신 포트폴리오 고도화’다.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폐렴구균 백신(PCV21)은 미국·유럽·호주·한국 등에서 글로벌 3상 임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기존 13가·15가 제품보다 혈청형 범위가 더 넓은 21가 백신으로, 소아·성인 시장을 모두 공략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으로 꼽힌다. 중국 내 임상실험 승인도 확보해 상업화 일정이 구체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아울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생산 인프라도 강화했다. 최근 준공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가동 준비에 들어간 ‘안동 L하우스’는 폐렴구균 백신 전용 생산 시설을 완공해 기존보다 3배 이상 확장된 4200㎡(1300평) 규모의 공간을 확보했다.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 인증 절차가 진행 중이며, 해당 시설은 향후 폐렴구균뿐 아니라 다양한 차세대 백신 생산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L하우스를 글로벌 상업 생산 허브로 육성해 해외 기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연구개발(R&D)과 공정 개발을 통합한 복합형 시설인 ‘인천 송도 글로벌 R&PD센터’도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 1월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본사와 연구소의 이전도 예정돼 있다. 플랫폼 기술 다변화와 보건 네트워크 강화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합성항원과 세포배양 기반 기술에서 나아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을 활용해 일본뇌염, 라사열 등 신흥 감염병에 대응하는 후보 물질을 개발 중이다. 질병관리청(KDCA)과 함께 국가 방역 체계 고도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최종 목표는 '포스트 코로나'를 넘어선 글로벌 백신 리더로의 전환이다. 회사는 폐렴구균 백신 상업화와 IDT바이오로지카의 수익성 개선을 중심으로 차세대 백신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장기 성장 기반을 다진다는 복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코로나19 펜더믹 시기에 구축한 기술력과 신뢰를 토대로 경쟁력을 쌓을 것”이라며 “단순한 백신 생산 기업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백신 주권과 공공성을 실현하는 세계적 리더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
"밀레이 이겨야 돈 준다" 트럼프 관여에 판 커진 아르헨 중간선거
국제 정치·사회 2025.10.26 17:38:3526일(현지 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여당의 승리를 전제로 재정 지원을 약속하면서 여당 패배 시 가뜩이나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중간선거에서 하원(257석)의 절반인 127석과 상원(72석)의 3분의 1인 24석이 선출된다. 임기 4년 중 2년 차에 접어든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으로서는 반드시 이겨야 국정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하원에서 3분의 1 이상 의석 확보 여부가 정권의 명운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문제는 집권 자유전진당이 현재 상원 6석, 하원 37석에 불과한 소수 정당이라는 점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출신인 밀레이는 정계 입문 2년 만인 2023년 12월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기성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는 ‘모두까기’ 전략과 과격한 언행, 전기톱 퍼포먼스 등 괴짜 행보로 인기를 얻어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취임 이후 ‘전기톱 개혁’으로 불리는 공격적인 긴축정책을 감행해 300%에 달했던 물가 상승률을 8월 기준 34%까지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급증하는 실업률과 대중교통·에너지 요금 폭등 등 부작용이 이어지며 시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여동생의 부패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올해 초 55%에 달했던 지지율은 최근 39.9%까지 하락했다. 여기에다 지난달 7일 아르헨티나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패배하며 충격을 줬다. 중간선거의 전초전으로 여겨졌던 만큼 밀레이 정권의 자유주의 정책 기조가 뒤바뀔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페소화 가치가 폭락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밀레이 대통령의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막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200억 달러(약 28조 7000억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와 또 다른 200억 달러 규모의 펀드 조성 등 금융·재정 지원안을 내밀면서 ‘선거에서 여당이 지면 없던 일’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여론조사에서는 여당이 소폭 앞서는 가운데 미국의 금융 지원이라는 변수가 막판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더 나아가 미 재무부가 최근 2주간 최대 21억 달러(약 3조 원)를 투입해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매입하며 선거 전 환율 급등을 막으려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밀레이 정권을 지원하는 배경에는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남미에는 브라질·콜롬비아·베네수엘라 등 반미·친중 성향의 좌파 정권이 다수 포진해 있다. -
이현순 중앙대 이사장 "AI 시대에도 '붕어빵 교육' 여전…규제족쇄 풀어 자율혁신 유도해야"
사회 피플 2025.10.26 17:37:56“중국에서는 엔지니어가 의사보다 월급이 2~3배 높아 공대 열풍이 지속되고 있죠. 인도에서도 공학 열기가 뜨겁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도약이냐 추락이냐의 갈림길에서 골든타임이 많이 남지 않았는데 우수 인재들이 의대로만 쏠리니 참 안타깝습니다.” ‘엔진 영웅’으로 불리는 이현순(75) 중앙대 이사장은 26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학교법인 중앙대 이사장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기술자에 대한 대우를 잘해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인재들이 큰 것처럼 오늘날 기술 패권 시대 과학기술과 공학을 키우는 데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대학의 구조 개혁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권과 정부 모두 대학에 대한 족쇄를 풀어 혁신을 꾀하도록 유도하는 게 아니라 대학이 알아서 인재를 키우라고 미루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재 공급을 위해 대학 혁신이 중요한데 첩첩산중의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17년째 이어진 반값 등록금 정책에 따른 재정 고갈, 인공지능(AI) 등 첨단학과에 대한 수도권 정원 규제, 교육 시설 면적 제한, 교원 인센티브 실시에 대한 80% 동의 조항, 학생 선발권 박탈, 연구 분야 주 52시간제 적용, 학교 폐쇄 및 인수합병(M&A) 애로 등을 꼽았다. 그는 “AI 등 첨단 분야의 교수를 제대로 뽑을 수 없는 현실에서 대학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풀고 ‘(가칭)이공계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이공계를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국가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립대는 예외로 하더라도 일본처럼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에 관한 재량권을 대학에 줘야 한다는 게 그의 제언이다. 그는 “요즘 AI 시대에도 국내 대학의 시스템이 예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아 세계 순위의 지속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도 대학의 자율적 혁신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에서도 과별로 쪼개 정원 관리를 하는 바람에 미국처럼 다학제 융합학과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자성했다. 결국 대학에서 톱클래스가 아니라 고만고만한 인재를 길러낼 수밖에 없는 게 씁쓸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또한 실력 있는 엔지니어 양성이 안 되다 보니 기업들이 정보기술(IT) 개발 과정에서 인도·베트남 등으로 용역을 줘 기술 유출 우려도 제기된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고 할 정도로 대학이 과학기술·공학 발전, 벤처·스타트업의 산실이고 중국 대학들도 그렇게 발전하고 있다”며 “국내 대학들은 정부에서 링거처럼 생존 자금을 수혈받고 수준이 떨어지는 외국 유학생을 대거 받아 근근이 버티는 곳이 많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 올해만 250개가량의 대학이 매물로 나와 있을 정도로 M&A가 활발하고 일본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면 문을 닫는 대학이 많은데 우리 대학은 문을 닫고 싶어도 부동산을 국가에 귀속시켜야 하는 등 제도적 맹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이사장은 “대학 정원이 고교 졸업생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 대학이 붕어빵 찍듯이 교육해서야 되겠느냐”며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그 뜻은 잘 알겠지만 AI·반도체 등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하는 특화된 대학을 지향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이현순 중앙대 이사장 "어느새 ‘넘사벽’ 된 중국…이공계 붐 일으켜야 국가 생존”
사회 피플 2025.10.26 17:37:05“판사는 평생 수십 명의 생사를 좌우하고 의사는 수천 명의 생사를 좌우하지만 엔지니어는 수억 명의 삶을 좌우합니다.” ‘엔진 영웅’으로 꼽히는 이현순(75) 중앙대학교 이사장의 신조다. 그는 미래의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 말을 꼭 들려준다. 그가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을 맡아 학생들에게 공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IMF 사태)와 전임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을 계기로 본격화한 의대 쏠림과 이공계 황폐화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국가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동차의 심장 격인 엔진을 자체 개발해 일본 등에 역수출한 데 이어 K2 전차 엔진 등을 개발해 방산 수출의 기반을 닦았다. 그는 “안타깝게도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려는 인재가 드물다”며 “대학이 과감한 혁신을 통해 톱클래스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구조 개혁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담·정리=고광본 선임기자(부국장) 이 이사장은 26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학교법인 중앙대 이사장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제 ‘넘사벽’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첨단산업과 제조업에서 우리를 추월했다”며 “중국이 처음에는 기술을 받거나 훔치거나 했지만 지금은 인공지능(AI), 로봇 등 세계 최고의 인재에게 ‘맘껏 연구해보라’며 거액을 지원하며 앞서가고 있다”며 위기감을 표했다. 중국은 자동차·배터리·조선·반도체·디스플레이·철강·석유화학 등 제조업 수출 점유율에서 이미 우리를 제쳤고 AI·바이오·로봇·자율주행·우주항공 등 첨단산업에서도 훌쩍 앞서고 있다. 중국 이공계 대학 졸업자 규모가 우리의 약 40~50배에 달하고 인도에서도 공대 열풍이 부는데 우리 대학에서는 의대 쏠림 현상에다 각종 규제로 갈수록 세계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재앙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게 보이는데 정치권과 정부에서 뾰족한 대책이 없어 참 답답해요. 대학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데 대학은 재정이 고갈돼 외국인 유학생들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죠.” 이 이사장은 17년째 이어진 대학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대학 실험실 장비가 낙후돼 마치 고철덩어리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AI와 반도체 등 요새 기술이 얼마나 빨리 발전하느냐”며 “대학의 연구·교육 장비와 기자재는 너무 형편없는 실정인데도 정치권과 정부는 대학에 알아서 해법을 찾으라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국내 대학들은 AI 교수를 제대로 뽑지 못하고 전기도 부족해 제대로 된 AI 연구를 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중국 대학들이 지속적으로 훌륭한 교수와 장비를 갖추고 연구비를 쏟아붓게 되면 우리 학생들이 중국으로 유학을 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국가 경쟁력이 추락할 수 있다고 이 이사장은 우려했다. 그는 “이공계 인재 배출도 안되고 좋은 연구 성과도 올리지 못하면 결국 제 발등 제가 찍는 것 아니겠느냐”며 “자칫 국가 경쟁력이 계속 떨어져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고 경각심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40여 년을 자동차와 전차 등의 엔진을 개발한 주역답게 다시 공학 열풍을 일으키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그는 1981년부터 박사급 연구원만 1200명이 넘은 미국 GM에서 3년간 근무하다가 고(故) 정세영 현대자동차 사장 등의 스카우트 제의에 고심을 거듭하다가 귀국했다. ‘독자 기술로 엔진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믿고 “무모한 도전이지만 못할 것도 없다”는 열망을 품은 것이다. 당시 현대차는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에서 비싼 가격에 엔진과 변속기 등의 핵심 기술을 들여오고 있었다. 귀국 후 정 명예회장을 면담하고 경기 용인시 마북연구소 구축과 연구원 선발에 나섰으나 미쓰비시와 유착된 상관으로부터 ‘되지도 않을 엔진 개발한다고 무슨 사기를 치러온 것이냐’는 힐난을 들었다. 회사 중역들은 미쓰비시의 심기를 거스를까 노심초사했고 상공부(현 산업통상부) 국장조차 “기술 도면을 사서 제조만 하면 된다”고 폄하했다. 그럼에도 독하게 마음 먹고 아직 실용화되지 않았던 전자 분사식 멀티 밸브 방식의 ‘알파엔진’ 개발에 나섰다. 물론 사내의 팽배한 불신과 미쓰비시의 이간책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한 번은 정 명예회장의 호출을 받은 자리에서 “미쓰비시가 아군입니까, 적군입니까”라고 되묻는 결기를 보이며 ‘얼른 실험해서 꼭 성공시키라’는 격려를 끌어냈다. 그러나 독일 출장길에 미쓰비시의 농간으로 신엔진개발실장에서 해임돼 복도에서 근무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GM에서 오라고 했지만 사기꾼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갈 수 없었지요. 자존심이 너무 상했지만 6개월간 1만여 편의 논문을 읽으며 버텼죠. 현대전자 설립으로 너무 바빠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정 명예회장님이 나중에 알고 복귀 명령을 내렸어요.” 정 명예회장은 ‘엔진 개발을 없던 일로 하면 로열티를 절반 깎아주겠다’는 구보 도미오 미쓰비시차 전 회장의 제안도 일축한 상황이었다. 이후에도 엔진 설계와 부품 협력처를 찾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1985년 시작품 1호를 내놓았으나 내구성 실험에 들어가자 계속 엔진이 깨지는 벽에 부딪혔다. 사내에서 다시 ‘수백억 원의 연구비를 날렸다’는 비난이 쏟아졌으나 그는 꿈에서도 엔진 생각을 하는 집중력을 발휘해 난제를 해결했다. 드디어 2만 시간이 넘는 운항 시험을 거쳐 1991년 알파엔진과 자체 개발한 변속기를 내놓았다. 성공 직후 피로 누적으로 얼굴 근육이 마비돼 한 달 넘게 병원 신세를 졌으나 그래도 뿌듯했다. 그는 이후 4년 만에 ‘베타엔진’을 내놓고 거의 1년마다 새로운 엔진을 출시했으나 미쓰비시의 방해 공작으로 ‘감마엔진’ 개발을 포기해야 했다. 그럼에도 더 좋은 ‘세타엔진’을 개발해 역으로 미쓰비시와 크라이슬러에 엔진 기술을 전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 도요타의 방해 공작에도 하이브리드차 개발 또한 성공했다. 애초 목표했던 극일(克日)에 성공한 것이다. 현대차에서 27년간 40여 종의 엔진을 개발한 뒤 2011년 두산에 합류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차 중 하나인 ‘K2’ 전차와 장갑차 등15종의 엔진을 개발했고 세계 다섯 번째로 열병합발전소의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유동성이 좋지 않았는데 두산에서 연구개발(R&D)비로 1조 원 가까이 썼는데 사내의 많은 반대에도 지금의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이 지원사격을 해줬죠. 결국 그것을 바탕으로 두산에서 전투기와 무인기 엔진까지 개발 중이고 그룹 경영도 턴어라운드했습니다.” 국가적으로 정 명예회장처럼 도전 정신, 모험 정신을 일으켜서 경쟁국보다 먼저 첨단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게 그의 제언이다. 이 이사장은 “AI, 첨단 바이오, 지능형 반도체, 자율주행, 소형모듈원전(SMR) 등 10개가량 첨단 분야에 집중 투자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과감한 투자를 해 성공한 것처럼 20~30년 후 대한민국이 먹고살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 정부에서 급감했던 R&D 예산이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약 30조 원으로 늘어나 다행이지만 그 돈을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대형 과제에 집중 투자하고 정권에 상관 없이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업들이 앞이 잘 안 보여 젊은 엔지니어들을 뽑는 데 주저하면서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며 “주 52시간제로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원은 물론 기업 연구소에서도 연구하다가 시간 되면 불 끄고 가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엔진 시험의 경우 1000시간을 연속으로 돌려야 하고 바이오·제약 연구도 세균 배양을 지속해야 하는데 여러 불합리한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코미디 같은 정책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이런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대학 혁신과 엔지니어링 역량 제고에 앞장서 기업들의 체력을 키우는 쪽으로 드라이브를 걸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사진=성형주 기자 He is… △1950년 서울 △서울고 △서울대 기계공학과 △미국 뉴욕주립대(SUNY at Stony Brook)기계공학 석·박사 △세종대 명예 경영학 박사 △미국 GM엔진개발실 연구원 △현대자동차 연구개발 총괄 부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두산 기술담당 부회장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사장 △(현)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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