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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때와 놀랍도록 똑같다"…尹 계엄 무산에 재조명된 '평행이론' 뭐길래?
정치 정치일반 2024.12.04 15:09:57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6시간 만에 해제한 가운데 2024년 한국 정치와 사회를 관통하는 여러 사건들이 지난 2016년과 놀랍도록 닮았다는 이른바 ‘평행이론’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오후 11시 돌발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국회는 계엄 선포 2시간37분 만에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하고 계엄 무효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무효가 된 사실이 알려진 뒤 4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예고된 미래라는 글이 올라왔다. 윤 대통령의 통치 위기와 국회의 대응, 그리고 문화·스포츠계의 유사한 흐름이 마치 2016년의 일기를 다시 꺼내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내용이다. 앞서 SNS에서 화제가 된 ‘평행이론’에 따르면, 2016년과 2024년 추미애 국회의원이 당선됐다. 한국 문학계의 자존심 한강 작가는 2016년 맨부커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고,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의 내한도 2016년과 2024년에 발표된 바 있다. 스포츠계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2016년 리우 올림픽과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모두 종합 8위를 기록하며 꾸준한 성과를 보였다. e스포츠에서는 SKT T1과 전설적 선수 페이커가 두 해 모두 우승하며 e스포츠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국제 정세에서도 유사점이 발견된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2024년에는 트럼프가 재출마해 또 한번 승리를 거머쥐며 국제 정세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에 더해 2016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서 한국 현대 정치사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24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령 해제 결의를 겪게 되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서로 다른 시기를 살면서도 비슷한 ‘평행이론’을 이루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는 상황이다. -
‘2024 한국문학번역 대상’에 아밧 비달·이승민, 게르오기 등 3인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04 09:53:06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문학번역원가 주최하는 ‘2024 한국문학번역상 시상식’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다. 올해 22회째를 맞이한 이 행사는 높은 수준의 번역을 통해 한국 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데 기여한 번역가를 시상하는 자리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올해는 김탁환의 ‘방각본 살인사건’을 함께 번역한 훌리오 세사르 아밧 비달과 이승민, 손원평의 ‘아몬드’를 번역한 노보슬라브 게오르기 등 번역가 3명에게 각각 대상이 수여될 예정이다. 훌리오 세사르 아밧 비달과 이승민 스페인어권 번역가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 ‘방각본 살인사건’을 깊이 있게 연구해 해외 독자들을 대상으로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보슬라브 게오르기 러시아어권 번역가는 원작 ‘아몬드’의 문체를 잘 살려 가독성 있게 번역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외에 문학 부문 신인상 선정을 위해 작자 미상의 ‘소대성전’, 황세연의 ‘스탠리 밀그램의 법칙’, 김지연의 ‘반려빚’ 등 3작품을 대상으로 영어, 프랑스어 등 9개 언어에서 번역한 작품을 공모해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 결과 아델 위 싱 민(영어), 루카 카미(프랑스어), 라우라 마리아 쇼뢰더(독일어), 마리솔 모레노 오초아(스페인어), 아미나 무라달리예바(러시아어), 황여운(중국어), 시미즈 호나미(일본어), 응웬 프영 정(베트남어), 스카테나 나스타시아(이탈리아어) 등 수상자 총 9명을 선정했다. 영화 번역 부문은 전지희 감독의 ‘국도극장’, 배창호 감독의 ‘길’ 등 2작품을 대상으로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로 번역한 작품을, 웹툰 번역 부문은 확천금·이나이 작가의 ‘백로식당’, 무번 작가의 ‘왕세자 입학도’ 등 2작품을 대상으로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로 번역한 작품을 공모했다. 심사 결과 곤잘레스 요렌테 아나(영화, 스페인어)와 김유진(웹툰, 일본어) 등 수상자 총 8명을 선발했다. 신은향 예술정책관은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까지에는 번역가들의 역할이 컸다”며 “한국 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더욱 활약할 수 있도록 번역 지원과 번역 인재 양성에 힘을 쏟겠다”고 전했다. -
올해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 ○○’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04 03:30:00국내 양대 서점인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가 2일 발표한 2024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소년이 온다(창비)’는 연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2위와 3위는 각각 ‘채식주의자(창비)’와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로, 모두 한강의 소설이다. 한강은 2016년 조사에서도 ‘채식주의자’로 연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한강의 또 다른 소설 ‘흰(문학동네)’은 9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는 10위에 올랐다. 이로써 한강의 작품은 총 다섯 작품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예스24가 발표한 올해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도 ‘소년이 온다’가 1위를 차지했다. 교보문고와 마찬가지로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그 뒤를 이었다. 소설 ‘흰’과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각각 6위, 8위를 기록했다. 예스24는 “올 한해 가장 주목받은 이슈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었다”면서 “그의 저서는 노벨상 수상 이후 지난해 동기(10.10~11.30) 대비 판매가 100배가량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
서점가 '노벨상' 열풍…문학도서 판매도 14% 늘어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02 17:47:02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따라 올해 국내 문학 서적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였다. 2일 출판 유통사 예스24에 따르면 지난 10월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11월 30일까지 한강 저서를 제외한 소설·시·희곡 등 문학 분야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13.7%나 늘어났다. 예스24 측은 “한강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문학 도서 판매 훈풍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노벨문학상 외에도 해외 주요 문학상에서 값진 수상을 하거나 수상 후보에 오른 도서들도 함께 주목받았다. 2024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한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과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는 각각 관심을 받았다. 예스24에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스트셀러 10위권에서 한강의 저서는 ‘채식주의자’(2위), ‘작별하지 않는다’(3위), ‘흰’(6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8위) 등 모두 5권이나 됐다. 한강은 노벨상 수상 이후 판매가 약 100배 급증했다. 예스24는 “올 한해 가장 주목받은 이슈는 단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라고 밝혔다. 한강 이외의 작품으로는 유선경의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가 4위를, 지난해 1위였던 ‘세이노의 가르침’은 올해도 5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불변의 법칙’(7위),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9위), ‘ETS 토익 정기시험 기출문제집’(10위) 순이었다. -
한강 ‘노벨문학상’ 받는 날, 서울도서관 연체자 10만명 '특별사면'
사회 사회일반 2024.12.02 16:53:26서울시가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오는 10일 ‘2024 세계노벨문학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2일 서울시는 “한강 작가의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이런 축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축제는 시상식 당일인 10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총 3부에 걸쳐 서울도서관에서 진행된다. 이날 서울도서관은 기존의 정숙한 도서관 이미지에서 벗어나 토론과 예술이 넘치는 ‘시끄러운 도서관’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배우 유선이 진행하는 1부 축하 행사를 시작으로 2부와 3부에서 노벨문학상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여러 작가들의 강연과 대화(북토크)가 이어진다. 3부에서는 차기 한국 문학의 기대주인 최은영, 박상영 작가와의 대담을 통해 한국문학의 현재와 노벨상의 미래도 함께 조망해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진다. 또 오르한 파묵, 헤르만 헤세, 밥 딜런 등 역대 노벨상을 수상한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 세계도 살펴볼 수 있다. 각 세션에는 전문 배우들의 작품 낭독과 ‘라 쁘띠 프랑스 콰르텟’의 재즈 공연 등이 더해져 문학과 예술이 어우러진 ‘종합 문화축제’로 꾸며질 계획이다. 서울도서관 누리집을 통해 사전 참가 신청을 하거나 잔여석 현장 접수를 통해 참가할 수 있다. 서울시는 ‘한강 특별사면’도 실시한다. 그동안 연체 기록 때문에 도서관 이용이 어려웠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대출 제한을 해제해주는 조치다. 오는 10일까지 연체 도서를 반납하는 연체자(대출제한 중인 연체회원)에게 적용된다. 서울도서관을 포함한 서울시 공공도서관 232개소에서 약 1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사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회승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이번 ‘세계노벨문학축제’는 한강 작가의 대한민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고 시민들이 ‘문화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문학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했다”며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책읽기 열풍’이 거세게 불어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70만명 찾은 광주비엔날레 관람만족도 82% 역대 최고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01 17:41:17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전이 1일 폐막식을 끝으로 86일간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개막일인 지난 9월 7일부터 이날까지 86일간 열린 전시 기간 동안 약 7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지난해 보다 관람객 만족도도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광주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 전시관 이외에 남구 양림동으로 외부 전시 공간을 확장했으며, 본전시 이외에 다양한 국가의 동시대 미술을 접할 수 있는 파빌리온 31개도 선보였다. 예술 감독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가 기획한 15회 광주비엔날레는 30개국 작가 72명이 참여해 한국의 전통 음악 장르인 '판소리'라는 타이틀 아래 동시대 공간을 소리로 탐구했다. 5개 전시실이 '소리'라는 테마로 연결되며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경험을 한 관람객들은 지속가능한 공간과 미래를 사유하기도 했다. '공간'이라는 보편적 주제로 기후 변화, 경제 위기, 이주 문제, 이로 인한 갈등 등을 시각화하고, 이를 접하는 관람객들이 현실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품 작가 중 여성이 40여명에 이르는 등 동시대 담론을 시의성 있게 반영했고, 광주 기반 예술가를 참여작가로 선정해 지역 거점을 적극 활용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광주의 유서 깊은 역사와 공동체 정신을 이어온 양림동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했고 특히 개막 공연 등에 참여했던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들려와 축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본전시와 함께 유기적으로 연계된 파빌리온은 22개 국가관과 9개 기관·도시관 설치로 광주 전역을 문화 현장으로 만들었다. 관람객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종합 관람 만족도는 81.7%로 2000년 이래 역대 최고 만족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광주비엔날레보다 5.8%포인트 상승했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창설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가 86일 동안 큰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며 "전시회를 찾아 주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아동문학계 노벨문학상' 이수지 작가 "글 없는 그림책, 생각하게 만드는 힘"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1.28 18:29:23“무엇이 지금 우리에게 큰 주제인지 한 눈에 알게 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습니다. ” 28일 부산광역시 벡스코에서 개막한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의 대표 연사인 이수지 그림책 작가는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이 운을 뗐다. 평소에 도서전을 즐겨 찾는 이 작가는 매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국제 도서전을 특히 좋아한다. 그는 “볼로냐 국제 도서전은 가장 핫한 작가들이 모여 해당 시점의 이슈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자리”라며 “참석하는 것만으로 무엇이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주제인지를 알 수 있는 축제인 만큼 부산국제아동도서전도 이 같은 모습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2022년 한국 작가 최초로 ‘아동문학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특유의 스타일로 자리매김한 이 작가의 ‘글 없는 그림책’은 유독 많은 어른 독자들이 찾아 읽는다. 그에게는 어린이든, 어른이든 동반자로서 어떤 이야기든 나눌 수 있는 존재다. 이 작가는 “글이 있으면 읽으면서 독자들이 바로 흡수하지만 글이 없을 때는 자신만의 단서를 만들고 이를 가지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처음에는 얼른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다시 읽으며 잠깐의 머뭇거림 후에 깨달음이 찾아오는데 어른들의 경우 더 많은 것을 느끼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어른 독자가 늘면서 그림책 작가들이 예술성을 발휘할 수 있는 채널도 늘어나고 있다. 그는 독립 그림책 출판 프로젝트인 ‘바캉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참여 작가가 19명까지 늘었다. 이 작가는 “보통 한 작품을 완성하려면 2~3년이 걸리는데 당장 떠오르는 영감을 소화할 수 있는 곳도 필요하다”며 “조금은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기발한 그림책을 즐기며 사주는 어른 독자들이 늘어나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책은 ‘읽을 수 없는 책’으로 불리지만 그의 그림책이 주는 정보량은 적지 않다. 색채마저도 하나의 이야기 요소로 여긴다. ‘그림자 놀이(2010)’의 경우 색채는 검정과 노랑만 쓰이는데 창고라는 일상의 공간 속에서 아이의 상상력이 닿는 순간 어두운 공간이 노랗게 변한다. 노란색이 비추면 일상적인 물건은 아이의 상상력을 담은 새로운 존재로 변신하는 방식이다. 올해 처음 열리는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이날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나흘간 벡스코에서 열린다. 16개국 193개(국내 136개, 해외 57개) 출판사와 콘텐츠 기업 등이 모여 도서 전시, 강연, 세미나, 워크숍 등 158가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
'아이 조퇴시키고 왔어요' 어른들 사로잡은 이수지 작가 "색채도 이야기 주인공"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1.28 16:58:01“무엇이 지금 우리에게 큰 주제인지 한 눈에 알게 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습니다. ” 28일 부산광역시 벡스코에서 처음 시작을 알린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의 대표 연사로 자리를 빛낸 이수지 그림책 작가는 언론사 공동 인터뷰에서 이 같이 운을 뗐다. 평소에 도서전을 즐겨 찾는 이 작가는 매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국제 도서전을 특히 좋아한다. 그는 “볼로냐 국제 도서전은 가장 핫한 작가들이 모여 해당 시점의 이슈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자리”라며 “참석하는 것만으로 무엇이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주제인지를 알 수 있는 축제인 만큼 부산국제아동도서전도 이 같은 모습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2022년 한국 작가 최초로 ‘아동문학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인터뷰에 앞서 이날 이수지 작가가 진행한 청중 대상 강연에는 미리 준비한 110개의 좌석이 모두 찼다. 선착순 안에 들지 못한 이들은 강연장 울타리를 겹겹이 둘러싸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올 초 이 작가가 출간한 산문집 ‘만질 수 있는 생각’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알록달록한 겹겹의 레이어가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이 중 70% 이상이 어른 여성이었는데 작가의 작품에 대한 작은 힌트로도 모든 작품을 알아낼 정도로 충성도가 높은 팬들이었다. 평일인 이날 자녀를 조퇴시키고 함께 왔다며 해맑게 웃는 어른 독자도 있었다. 유독 많은 어른 독자들이 따른다. 어른들이 그의 ‘글 없는 그림책’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다'라고 정의해 그에 맞춰 작업하지 않는다는 그에게는 어린이든, 어른이든 동반자로서 어떤 이야기든 나눌 수 있는 존재다. 이 작가는 “글이 있으면 읽으면서 독자들이 바로 흡수하지만 글이 없을 때는 자신만의 단서를 만들고 이를 가지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처음에는 얼른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다시 읽으며 잠깐의 머뭇거림 후에 깨달음이 찾아오는데 어른들의 경우 더 많은 것을 느끼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어른 독자가 늘면서 그림책 작가들이 예술성을 발휘할 수 있는 채널도 늘어나고 있다. 그는 독립 그림책 출판 프로젝트인 ‘바캉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참여 작가가 19명까지 늘었다. 이 작가는 “보통 작가가 한 작품을 완성하려면 2~3년이 걸리는데 당장 떠오르는 영감을 소화할 수 있는 곳도 필요하다”며 “조금은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기발한 그림책을 즐기며 사주는 어른 독자들이 늘어나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책은 글밥이 없어 ‘읽을 수 없는 책’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가 그림책을 통해 주는 정보량은 적지 않다. 색채마저도 하나의 이야기 요소로 여긴다. 이를테면 ‘그림자 놀이(2010)’의 경우 색채는 검정과 노랑만 쓰이는데 창고라는 일상의 공간 속에서 아이의 상상력이 닿는 순간 어두운 공간이 노랗게 변한다. 노란색이 비추면 일상적인 물건은 아이의 상상력을 담은 새로운 존재로 변신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동화책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그림책 작가들의 ‘밥벌이’는 갈 길이 멀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시민이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대여할 때마다 일정 비율의 보상이 작가에게 돌아가는 ‘공공 대출 보상제’ 등 창작자들을 위한 보상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업만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창작자는 열 손가락이 아니라 두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라며 “창작자를 소중히 생각하고 잘 키울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한강, 독립서점 운영서 손 뗐다…‘책방오늘,’과 인연 정리
문화·스포츠 문화 2024.11.27 22:25:2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이 2018년 문을 연 독립서점 ‘책방오늘,’과의 인연을 정리했다. 27일 서점가에 따르면 ‘책방오늘,’은 이달 2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작가님(한강)은 ‘책방오늘,’의 운영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으니 혼란이 없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작가님의 SNS 계정이 없음을 알려드린다”며 “’책방오늘,’과 작가님 관련 사칭 계정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책방오늘.,’ 한강이 2018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문을 연 서점으로 지난해 7월 지금의 자리인 종로구 통의동으로 옮겼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없는 좋은 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한 독립서점이다. 한강은 코로나19 당시 3개월가량 휴업했을 뿐, ‘좋은 책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책방을 유지해 왔다. 지난달 10일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자 ‘책방오늘,’ 측은 휴업에 들어갔다가 이달 13일 영업을 재개했다. 한강은 2021년 8월 서점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현재까지 사내이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지명된 이후 한강은 공식 외부 행사를 자제해왔다. 지난달 17일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는 소감을 밝힌 것 외에는 언론과 접촉하지 않고 있다. 한편 한강은 다음 달 10일(이하 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과 관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시상식에 앞서 7일에는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
한글 열풍에 해외 초중등 교육센터 신설
사회 사회일반 2024.11.25 15:48:04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K팝 열풍에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자 정부가 해외 한국어 보급 전략을 수립하는 전문 기구를 만들고 해외 파견 교사도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5일 제9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해외 초·중등학교 한국어 교육 활성화 방안’을 상정했다. 교육부는 우선 ‘해외 초·중등 한국어교육지원센터(가칭)’를 신설하기로 했다. 신설되는 해외 초·중등 한국어교육지원센터는 각국의 한국어 관련 정규교육 제도와 한국어 교육 수요 등을 조사·분석하고 국가별 특성에 따른 보급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제한국어교육재단 등 국내 기관 중 한 곳을 센터로 새롭게 지정해 내년 중 운영을 시작한다. 교육부는 한국어 보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해외에 있는 한국어 보급 기관 간 연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해외에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원(19개국 43개소)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원(30개국 35개소), 세종학당(88개국 256개소) 등이 설치돼 있다. 그동안 부처 간 칸막이와 의사소통의 부재로 한국어 보급 기관 간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교육부는 한국어 원어민 교사가 해외에 충분히 배치될 수 있도록 파견 방식을 다양화하고 현지 한국어 교원 양성 과정을 확대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울러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현지 맞춤형 교재 개발을 늘리고 ‘모두의 한국어’ 등 디지털 한국어 학습 콘텐츠도 발굴한다. 또 한국 유학이나 취업에 필요한 한국어능력시험(TOPIK)의 시행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각국에서 언제나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을 중장기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TOPIK 응시자는 2020년 22만 명에서 8월 기준 약 43만 명으로 늘었다. -
[로터리] 함께 만드는 특별한 책, 오디오북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4.11.24 16:59:22이미 가을은 지나가고 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왔지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덕분인지 독서에 대한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예전에 독서하면 당연히 종이로 인쇄된 서적을 읽는 것이었는데 요즘에는 태블릿PC로 전자책을 보거나 이어폰으로 오디오북을 듣는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필자도 시대에 뒤떨어지기 싫다는 마음 반, 호기심 반으로 오디오북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이 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책들이 서비스되고 있어 놀라웠고, 이용하다 보니 무거운 종이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나 이동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10년 전만 해도 오디오북은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는데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된 것 같다. 필자는 오디오북과 관련해 아주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2014년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매년 추진하는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 제작 활동에 참여했던 일이다. 캠코 직원과 자원봉사자 등 여러 사람들이 직접 오디오북 녹음에 참여하는 재능 기부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다. 처음 오디오북 녹음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오디오북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어떻게 녹음을 해야 할지 몰라 많이 우왕좌왕 했었다. 참여자들은 전문 성우들에게 발성이나 발음을 교육 받고 3개월 이상 녹음 기간을 거치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4개월 이상 검수한 후에야 오디오북이 완성된다. 최근 다양한 오디오북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오디오북 제작은 여전히 필요하다. 책의 본문만 읽어주는 비장애인용 오디오북과 달리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은 책에 포함된 그림이나 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포함된다. 그림이 많고 만화 형태로 구성된 아동 도서의 경우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행동·대사를 텍스트로 옮겨 책의 내용을 보다 충실하게 오디오북에 담기 위해 많은 참여자가 노력하고 있다. 비장애인용 오디오북과 내용 면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오디오북 제작 과정 전반에 걸쳐 여러 참여자들의 노력이 담겨 있기에 더욱 특별한 오디오북이라고 생각한다. 캠코는 지금까지 경제·인문·역사·철학 도서를 비롯해 위인전·만화 등 530권의 오디오북을 제작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전달했다. 10번에 걸친 오디오북 제작에는 608명의 공사 직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450명도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 재능 기부를 실천했다. 제작한 오디오북은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웹 정보 플랫폼 ‘맥(MAC·Media Access Center)’을 비롯해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 자동응답서비스(ARS) 소리샘 등 다양한 모바일 매체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점자 도서만 제작하던 시기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도서의 종류는 여전히 한정적이다. 지금의 독서 열풍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 제작과 보급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작은 바람이다. 올해도 캠코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제작 ‘마음으로 듣는 소리 시즌11’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 참여자 50명을 곧 모집할 계획이니 관심이 있으시면 캠코 홈페이지 등을 한 번 확인해 보시면 좋을듯하다. -
낯설지만 익숙한 '붉은 산수'…"사소한 것의 힘 그리고 싶다" [작가의 아틀리에]
문화·스포츠 문화 2024.11.22 17:49:47흑색과 백색만 가능할 것 같은 산수화를 붉은색으로 그리는 작가가 있다. ‘붉은 산수’로 유명한 이세현(56)이다. 그가 그린 풍경은 낯설지만 익숙하다. 산천 앞에 놓인 군 초소는 고속도로를 조금만 달리다 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 풍경에는 한국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이 놓여진다. 자칫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는 이러한 풍경을 녹색이 아닌 ‘붉은색’으로 덮어버릴 용기 있는 작가는 많지 않다. 한국처럼 ‘레드 콤플렉스’가 아직도 남아 있는 나라에서 말이다. 실제로 그의 그림을 처음 본 사람들은 의심쩍은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그런 이세현의 심경에 변화라도 생긴 걸까. 이달 27일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 제목은 ‘빛나고 흐르고 영원한 것’이다. 그간 열린 그의 전시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제목이다. 붉은 산수 속에 놓일 풍경도 바뀔까. 전시를 앞두고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위치한 이세현의 작업실을 직접 찾았다. 500호 신작 가득 쌓인 파주의 이세현 작업실 18일 작업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세현은 손에 잔뜩 물감을 묻히고 분주한 모습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작업실에는 500호 이상 크기의 ‘붉은 산수’ 작품이 가득 쌓여 있었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대부분 대작 위주의 신작으로 꾸며질 예정”이라며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꼈던 여러 가지 경험에 대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최근 매일 오전 10시께 작업실에 도착해 12시까지 꼬박 그림을 그린다. 전시를 코앞에 둔 터라 더욱 그렇겠지만 그는 “평소에도 오롯이 그림에 몰입하기 위해 다른 행정적 업무는 아내에게 맡겨둔다”며 웃었다. 그렇다고 진짜 그림만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국내 유명 작가 중 드물게 소속 갤러리 없이 홀로 활동한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전시 요청이 들어오면 전시를 기획해야 하고 해외 컬렉터들의 소장 의뢰도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바쁜 와중에도 갤러리와 협업하지 않는 것은 아직 꼭 맞는 상대를 찾지 못한 까닭이다. 그는 “예술가는 가치를 설득하는 직업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끝까지 (관객을) 설득하는 게 작가를 도와주는 갤러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한 “상업 화랑이 수익을 생각하는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라면서도 “갤러리가 좋은 작가라고 생각한다면 판매 유무에 따라 흔들리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국내 갤러리들을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남의 그림 버리고 고심 끝에 탄생한 ‘붉은 산수’ 그동안 그는 주로 붉은 산수화로 한국사의 현실을 표현해왔다. 1967년생인 그는 홍익대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오랜 기간 무명작가로 활동했다. 무명 생활이 길어지고 강사 생활을 전전하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도 종종 찾아왔고 39세에 돌연 영국 유학을 결심한다. 그는 “그림을 그만둘까 고민하다가 문득 한 번도 그림을 열심히 그려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가진 재산을 다 털어서 외국으로 떠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국 첼시예술대 대학원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한 그는 처음에 큰 충격에 빠졌다. 한국에서 미술을 전공한 이들이 대체로 그렇듯 작가 역시 오랜 시간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고 서양미술 사조에 맞춰 그림을 그려왔다. 그런데 거대한 미술사의 흐름에 맞춰 자신의 역사를 그리고 있는 유럽 작가들과 달리 자신은 남의 역사와 그들의 그림을 모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심 끝에 찾은 답이 바로 산수화다. 다만 전통 산수화는 아니었다. 그는 먹 대신 붉은 안료를 선택했고 여기에 작가가 바라본 한국 사회의 모습을 더했다. 붉은 산수에서는 군함, 포탄, 무너져가는 건물 등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작가가 군 복무 시절 야간 투시경을 쓰고 바라본 북한의 모습이기도 하다. 작가는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하며 경험한 분단의 현실과 아픈 역사를 자신의 작품에 녹여냈고 그의 그림은 단숨에 많은 유럽인들을 사로잡았다. 붉은 산수 떡잎부터 알아본 세계의 큰손 컬렉터들 이세현의 첫 번째 컬렉터는 ‘버거 컬렉션’을 운영하는 모니크 버거다. 모니크 버거는 맥스 버거와 함께 다양한 기관과 박물관을 후원하는 스위스의 세계적인 컬렉터. 당시 그는 다른 작가를 만나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 실기실에서 우연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세현을 발견했다. 한참 동안 이세현의 그림을 바라보던 그는 명함을 건네며 작품 구매 의향을 밝히고 떠났다. 이세현은 “그때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몰랐는데 다음 날 학교에서 큰 화제가 됐다”며 “한 번도 그림을 팔아본 적이 없어 300호 정도 되는 그림을 1000만 원에 팔았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작품 300호는 2억 원에 가깝다. 이후 그의 작품은 컬렉터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중국 미술품 컬렉션으로 유명한 스위스 컬렉터 울리 지그는 한국에서 우연히 그의 작품을 보고 영국으로 날아가 그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현재 울리 지그는 그의 그림을 10점 이상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치갤러리,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아트 컬렉션, 뱅크오브아메리카 등도 모두 작가의 컬렉터들이다. ‘빛나고 흐르고 영원한 것’ 담은 새로운 붉은 산수 이세현은 오랜 시간 예술가는 자신의 가치를 설득하는 직업이라고 믿어왔다. 작가라면 사회 비판을 해야 하고 사회에 울림을 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세계를 보며 그는 잠시 무기력함에 빠졌다. 작가는 “지금 세계는 단 1분도 쉬지 않고 전쟁을 하고 있고 이러한 갈등은 모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대립해서 벌어지는 것”이라며 “가치판단을 갖고 옳다고 주장하는 예술도 사실은 대립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느끼는 것을 그리고 싶어졌다”며 “꽃의 향기, 반짝이는 것의 소중함 등을 조명해보고 싶었고 이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원천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 그토록 서정적인 이유다. 그는 “(전쟁이 만연한 세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숲이 이뤄지려면 수많은 잡초가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며 “전시 제목 ‘빛나고 흐르고 영원한 것’처럼 사람의 인연도 일시적이지만 사라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거대한 비극 앞에 사소한 것의 힘 그리고 싶다 작업실에는 이번 전시에 출품할 수많은 그림들이 전시를 위해 포장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50여 점의 인물화 소품도 눈에 띄었다. 어머니, 친구, 처음으로 ‘붉은 산수’라는 이름을 붙여준 기자 등 모두 작가가 사랑했던 사람 혹은 작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다.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눈을 감고 있다. 작가는 “사람이 자신의 눈 감을 모습을 볼 일은 거의 없다”며 “한 번쯤 이렇게 자신의 편안하게 쉬고 있는 모습,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문득 한 인터뷰에서 “역사의 참혹함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삶의 눈부심을 쓸 수 없다”고 말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그의 ‘붉은 산수’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독일어판 표지로 채택되기도 했다. 그는 “거대한 비극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사실 별로 없고, 사소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거창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하늘의 별과 잡초, 꽃의 향기가 갖고 있는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
[사진] 상하이서 ‘노벨문학상 한강’ 만난 유인촌 장관
문화·스포츠 문화 2024.11.22 10:46:10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1일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중국 국제여유교역회 개막식 참석차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주상하이 한국문화원을 점검하면서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 특별 코너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1일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중국 국제여유교역회 개막식 참석차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주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
"한강 '채식주의자' 학교 도서관에 배치 말라" 지적에…정근식 "교육감 판단할 일 아냐"
문화·스포츠 문화 2024.11.20 19:30:49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학교 도서관에 비치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특정 책 비치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교육감은 20일 서울시의회 정례회에 참석해 "모든 청소년이 비치한 책을 읽는 것은 아니며, 도서관은 그보다 많은 다목적 기능을 갖고 있다"며 "교사와 학부모가 이용하는 책도 도서관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채식주의자에 대한 학부모 우려가 크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정 교육감은 "우려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전학연)은 지난달 ‘채식주의자’를 두고 “청소년 유해 매체물은 전국 초·중·고 도서관에 비치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2016년 영국 맨부커상 국제 부문(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작품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부터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가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장편소설이다. 해당 작품은 적나라한 성적 묘사나 폭력이 잔혹하게 자행되는 장면 등이 상세히 묘사돼 일부 독자 사이에선 “읽기 힘들다”는 평이 나온다. 한편 한강 작가의 작품들을 번역한 영국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는 "채식주의자 내용을 '극단적이고 기괴하다'고 평가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문학번역원이 18일 공개한 스미스 기고문 원문에 따르면 그는 “오히려 저는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영혜의 언니 인혜가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영혜)의 당당함이 부럽다"며 이같이 전했다. -
"물 들어올 때 노 젓자"…한강 열풍에 등장한 '독서 보험', 보장 내용은?
경제·금융 보험 2024.11.19 17:11:26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인한 독서 열풍, 그리고 MZ세대에서 점점 확산하고 있는 ‘텍스트 힙(독서를 트렌디하다고 여기는 것)’ 풍조에 이색적인 보험 상품까지 등장했다. 교보생명은 책을 읽다가 겪을 수 있는 질환을 보장하는 미니보험인 '교보e독서안심보험(무배당)'을 출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상품은 안구와 근육 및 관절 장애, 장시간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작업을 할 때 생기는 VDT(Visual Display Terminal) 증후군, 척추 관련 질환 등을 보장한다. 관련 질환 진단을 받고 그 질환의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수술받는 경우 연간 1회에 한해 수술보험금을 10만원까지 지급한다. 20세부터 최대 60세까지 가입이 가능하며, 가입금액 1천만원인 40세 남성 고객 기준, 보험료는 1회 일시납 1년 만기 기준 1천290원 수준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e독서안심보험은 독서를 즐기면서 생길 수 있는 질환을 폭넓게 보장해 건강 관리를 돕고, 좋은 독서 습관과 연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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