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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탱크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0.25 00:05:001989년 6월4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전날 시위자들을 유혈 진압했고 시민들은 겁에 질려 도망쳤다. 4대의 탱크가 진압을 마무리하기 위해 톈안먼광장으로 막 진입하려는 순간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한 청년이 나타나 앞을 가로막았다. 1열 종대로 움직이던 탱크는 잠시 멈칫했다. 이윽고 선두에 있던 탱크는 청년을 피해 방향을 틀었지만 청년은 다시 선두 탱크 앞에 서서 꼼작하 -
[만파식적] 모피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0.24 00:05:00상류사회 사교모임이 활발했던 17세기 중엽 유럽에서는 비버 모자가 대유행했다. 당시 신사 복장에는 타조 깃털로 장식한 검은색 비버 모자가 필수품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할 때 우아한 동작으로 모자를 벗는 것이 예절이었다. 1638년 비버 모자 애호가인 영국 왕 찰스 1세가 “모자를 만들 때는 비버 가죽이나 털 외에 다른 것을 써서는 안 된다”는 포고령까지 내릴 정도였다.이 때문에 영국·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비버 -
[만파식적] 그림자전쟁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0.23 00:05:00‘8,000㎞가량 떨어진 북한과 이스라엘이 지난 50여년 동안 그림자전쟁(shadow war)을 벌여왔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출신의 중동 전문가 제이 솔로몬은 최근 유대계 잡지 ‘태블릿’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란과 시리아의 핵·미사일 개발 배후에 북한이 있고 이스라엘은 이 고리를 끊기 위해 은밀한 첩보전을 펴왔다는 것이다. 20007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은 오스트리아에서 이브라힘 오트만 시리 -
[만파식적] 월간 '샘터'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0.22 00:05:00‘요즘 집에 들어가면 동생들이 언니 몸에서 도나스 냄새가 난다고 한다. 어디서 맛있는 도나스를 혼자만 먹고 사오지 않았느냐고, 언니는 얌체라고 빈정거린다. (중략) 2년 동안 라면 공장에서 일한 탓으로 몸에 배어든 라면 냄새라는 것을 동생들이 알면 웃을까?’1970년 4월 월간 ‘샘터’의 창간호에 실린 한 여성 근로자의 글이다. 샘터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를 표방하며 문고판형으로 창간됐는데 우암 -
[만파식적] 비트루비안 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0.21 00:05:00“깊은 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자크 소니에르 관장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시체는 양 팔과 다리를 펼친 채 누워 있고 주변에는 ‘P.S. 로버트 랭던을 찾아라’는 문구 등 알 수 없는 암호 흔적들이 가득하다.” 7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다빈치코드’의 시작 부분 중 한 장면이다. 시체가 누운 모양은 세계적인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비트루비안 맨(Vitruvian Man)’과 닮았다. 정사 -
[만파식적]마포나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0.18 00:05:00조선시대에 ‘이마가 까맣게 탄 사람은 마포 새우젓 장사’라는 말이 있었다. 마포나루로 들어온 새우젓을 내다팔기 위해 아침 일찍 햇살을 안고 도성 안으로 오다 보면 이마 주변이 새까맣게 그을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마포나루에는 강화도와 서해안에서 생산된 새우젓이나 소금이 많이 몰려들었다. 마포나루는 큰 배가 정박할 정도로 수심이 깊은데다 조수 간만의 차도 크지 않아 한강의 중심 포구로서 손색이 없었다. 새우젓과 -
[만파식적] 그랑제콜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0.16 18:31:51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자크 시라크, 프랑수아 올랑드, 에마뉘엘 마크롱. 이들의 공통점을 묻는 말에 프랑스 대통령이라고만 답하면 절반만 맞힌 것이다. 남은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이 그랑제콜(Grandes Ecoles)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랑제콜은 그랑드(grande)와 에콜(ecole)이 합쳐진 말로 엘리트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기관이다. 뜻은 대학이지만 프랑스에서 일반대학을 의미하는 위니베르시테(universite)와는 다르다. 프랑 -
[만파식적] 프렌치 프라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0.16 00:05:002003년 3월11일 미국 하원은 국회의사당에 있는 구내식당 메뉴 가운데 프렌치(french)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을 모두 프리덤(freedom)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얼마 뒤 ‘프렌치 프라이’ ‘프렌치 토스트’가 메뉴판에서 사라지고 ‘프리덤 프라이’ ‘프리덤 토스트’가 등장했다. 당시 하원 행정위원장인 밥 네이 공화당 의원은 기자회견까지 열고 “이 조치는 프랑스가 그동안 취한 행동에 대해 의회가 강한 불만을 보여주기 위 -
[만파식적] 압하지야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0.15 00:05:00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서 일했던 국제문제 전문가인 조슈아 키팅이 최근 ‘보이지 않는 국가들’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정부·영토·국민을 모두 갖추고 엄연히 실존하는데 세계 지도에 국경선이 나오지 않는 나라들이다. 키팅이 열거한 ‘보이지 않는 국가들’의 대표적인 사례가 압하지야(Abkhazia)다. 압하지야는 흑해의 남쪽 연안에 자리 잡은 미승인 국가로 러시아와 조지아 사이에 끼어 있다. 국제연합(UN)은 압하지야 -
[만파식적]욤 키푸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0.14 00:05:001973년 10월6일 발발한 제4차 중동전쟁은 ‘욤 키푸르(yom kippur) 전쟁’으로도 불린다. 6년 전 3차 전쟁에서 참혹한 패배를 맛본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은 시리아와 연합군을 결성한 뒤 유대 명절인 ‘욤 키푸르’에 군사작전을 감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대인들은 이날 금식을 하며 죄를 회개하고 용서를 구한다. 명절이기에 직장인들은 대부분 가족과 함께 지내고 군인들도 귀가해 명절을 보낸다. 작전 개시일은 욤 -
[만파식적]리무진 리버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0.11 00:05:00“전철 대신 리무진을 타고 호화생활을 하면서 말로만 서민과 흑인 편을 운운하는 자를 시장으로 다시 뽑아서는 안 됩니다.” 1969년 뉴욕시장 선거운동에서 민주당의 마리오 프로카치노 후보는 진보당 소속 현직시장 존 린드세이를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이라는 말로 공격했다. 린드세이와 그를 지지하는 맨해튼 부자들을 비난하는 뜻으로 이 용어를 쓴 것이다. 이후 리무진 리버럴은 고급 차를 타고 고급 요리를 -
[만파식적]베레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0.10 00:05:001961년 10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주 브래그 기지의 육군 특전단을 방문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특수부대를 지휘하던 윌리엄 P 야버러 준장이 정식 군모가 아닌 녹색 베레모를 쓴 모습을 보고 “멋지다. 그린베레가 어떠냐”고 치켜세웠다. 야버러 준장은 기다렸다는 듯 “오랫동안 이 모자를 원해왔지만 금지규정 탓에 못 쓴다”고 호소했다. 백악관은 이듬해 대통령 특명으로 녹색 베레모를 공식 허용했고 그 -
[만파식적] 둥펑(東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0.08 00:05:00“동풍(東風)은 서풍(西風)을 압도한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주도한 마오쩌둥이 1957년 구(舊)소련 모스크바를 방문해 이 같은 연설을 했다. ‘중국이 서양을 이긴다’는 뜻이다.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탄도미사일 명칭으로 ‘동풍’을 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어로 ‘둥펑’이라고 읽는다. 중국은 1958년 탄도미사일 개발에 착수해 1960년 구소련의 SS-4미사일 설계를 기초로 사거리 2,000㎞인 미사일 시험발사 -
[만파식적] 힌두 민족주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0.06 20:25:211980년 창당된 인도국민당(BJP)은 1984년 총선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하원 543석 가운데 2석만 겨우 얻어낸 군소정당에 불과했다. 하지만 7년 뒤인 1991년 총선에서 119석을 얻어 제2정당으로 도약했고 1996년에는 161석을 얻어 제1정당이 됐다.인도국민당이 1885년 조직된 정당인 인도국민회의(INC)에 맞서 단시간에 인도 유력 정당으로 부상한 데는 힌두 민족주의의 영향이 크다. 극단적 힌두 근본주의인 ‘힌두트바(Hindutva)’ -
[만파식적]파킨슨병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10.03 22:51:061980년대 후반 인기영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에 주인공으로 출연해 큰 사랑을 받은 마이클 제이 폭스. 1990년대 말까지 영화·드라마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약하던 그가 갑자기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인기가 하늘로 치솟던 시기에 돌연 모습을 감추자 온갖 낭설이 퍼졌다. 사망설까지 있었다. 얼마 후 그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전해졌다. 갓 30세이던 1991년 확진을 받았는데 이를 알리지 않은 채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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