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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희랑대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10.22 18:29:33고려 초기 승려인 균여의 삶을 다룬 ‘균여전’에 이런 구절이 적혀 있다. “희랑공은 우리 태조 대왕의 복전(福田·스승)이 되었다.” 여기서 희랑공은 신라 말~고려 초 고승인 희랑대사다. 대사가 언제 태어났고 입적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다. 하지만 그가 고려 태조 왕건의 스승이었다는 기록은 1075년에 편찬된 균여전 외에도 조선의 관료 유탁기가 쌍계사·해인사를 둘러보고 쓴 기행문인 ‘유가야기(1712년)’와 민 -
[만파식적]START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10.21 17:39:03그레이엄 앨리슨의 저서 ‘예정된 전쟁’을 보면 1962년 쿠바 핵미사일 위기 때 미국이 대통령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핵전쟁으로 갈 수도 있었던 순간이 열두 차례 이상 있었다. 가령 미군이 소련 잠수함들을 수면 위로 올려놓기 위해 훈련용 폭뢰를 떨어트리는 군사작전을 펼치자 소련 함장은 공격을 받았다고 착각해 자칫하면 핵어뢰를 발사할 뻔했다. 이를 계기로 핵전쟁 발발의 위험성을 깨달은 미국과 소련은 최소한 대륙간탄 -
[만파식적]빌리 빈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10.20 17:31:371998년 미국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에 취임한 빌리 빈(Billy Beane)은 기존 야구단들과 다른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한다. 선수 명성과 관계없이 통계를 바탕으로 한 ‘세이버메트릭스’ 기법을 적용한 것이다. 타율이 낮아도 될 성싶거나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싼값에 영입했다. 그가 부임한 후 오클랜드의 성적은 쭉쭉 올라가 2002년에는 메이저리그 최다인 103승의 위업을 달성한다. 발상의 전환으로 이른바 ‘머니 -
[만파식적]오시리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10.19 19:24:19고대 이집트 신화에서 땅의 신 ‘게브’는 하늘의 신 ‘누트’와 혼인해 다섯 남매를 뒀다. ‘오시리스(Osiris)’가 첫째 아들이다. 오시리스는 이시스와 결혼해 인간에게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는 방법 등을 가르치면서 나라를 잘 다스렸다. 하지만 왕위를 탐낸 동생 세트의 음모에 빠져 살해당한 후 나일강에 던져졌다. 남편의 시신을 찾아낸 이시스가 이집트로 가져왔지만 세트가 다시 빼앗아 14조각을 내 곳곳에 버렸다.이시 -
[만파식적]손타쿠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10.18 18:52:26지난 2017년 4월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의 아내 아키에 여사가 한 사학재단의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에 연루됐다는 ‘아키에 스캔들’로 떠들썩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아내의 관여가 밝혀지면 총리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했다. 얼마 후 국유지 매각을 담당한 재무성 공무원이 관련 문서의 일부를 삭제한 데 이어 이 사실이 드러나자 목숨을 끊는 사태가 발생했다. 관가에서는 “자살 공무원의 상사가 손타쿠 식 -
[만파식적]마이클 밀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10.15 17:37:18올해 2월 탄핵 위기를 넘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는 듯 7명을 사면하고 4명을 감형해 민주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사면 대상에는 미국 증권법을 위반한 죄로 감옥에 다녀온 ‘정크본드의 제왕’ 마이클 밀컨이 포함됐다. 밀컨의 사면에는 월가 출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밀컨은 유대계 미국인으로 1946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회계사인 아버지의 일을 10세 때부터 도 -
[만파식적]예형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10.14 17:35:54어느 날 예형(禮衡·173~198년)이라는 선비가 조조를 찾아와 “조정에 밥이나 축내는 하찮은 인물들이 가득 찼다”고 비아냥거렸다. 순욱은 상가 문상이나 다니고 곽가는 글귀나 읊조리는데 적임이라는 식의 조롱이었다. 조조는 불쾌한 나머지 그에게 북이나 쳐보라고 시킨 후 누더기를 트집 잡아 무례하다고 꾸짖었다. 예형은 곧바로 옷을 모두 벗어 던진 채 “하늘을 저버리고 천자를 속이는 무례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보 -
[만파식적]킬리만자로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10.13 17:57:09“킬리만자로는 높이 1만9,710피트의 눈에 뒤덮인 산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이다.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누가예 누가이’ 즉 신의 집이라는 뜻이다. 이 서쪽 봉우리 가까이에는 얼어붙은 표범의 사체가 하나 있다. 도대체 그 높은 곳에서 표범이 무엇을 찾고 있던 것인지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계적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36년 발표한 단편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의 첫 단락이다. 소설에서 묘 -
[만파식적]투뉴쿠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10.12 17:57:39“성을 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만드는 자는 흥할 것이다.” 7세기 돌궐의 명장 아시테 투뉴쿠크의 말이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근교에 위치한 그의 비석에는 이 글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다만 중국 역사서의 기록에는 약간 차이가 있다. ‘구당서’는 “성채를 쌓고 산다면 옛 풍속을 바꾸는 것이라 하루아침에 이점을 잃으니 반드시 장차 당나라에 병합되고 말 것”이라 적었다. ‘신당서’는 “성을 쌓고 살다가 싸움에 한 -
[만파식적]비리비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10.11 17:34:364월9일, 정보기술(IT) 시장을 놀라게 한 뉴스가 터져 나왔다. 일본의 대표 전자업체 소니가 중국 동영상플랫폼 ‘비리비리(bilibili)’에 4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는 것이었다. 양사가 애니메이션과 모바일게임 분야에서의 광범위한 협력방안을 발표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한 달도 안 돼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이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까지 넘어섰다 -
[만파식적]봉신연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10.07 18:47:48기원전 1000년께. 상(商)나라 주왕(紂王)이 구미호가 변신한 미녀 ‘달기’를 얻어 쾌락과 사치의 길로 접어든다. 신하들의 간언을 뒷전으로 하고 충신을 잔혹하게 죽이며 급기야 황후와 후궁까지 살해한다. 이에 강자아(姜子牙·강태공)가 곤륜산에서 내려와 주나라 무왕(武王)을 도와 왕조를 교체하고 요괴들을 가두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삼국지연의·수호지·서유기·금병매 등 중국 4대 기서에는 포함되지 않더라도 홍루몽 -
[만파식적]빈랑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10.06 18:29:39중국·인도·동남아시아 등에 가면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뭔가를 씹는 것을 자주 본다. 씹다가 침을 뱉기도 하는데 마치 각혈하는 것처럼 색깔이 붉어 보기가 좋지는 않다. 대만에서는 빈랑, 말레이시아에서는 피낭, 영어로는 비틀넛 등으로 불리는 빈랑이다. ‘동양의 진주’로 불리는 말레이시아 페낭은 원래 이 섬에서 빈랑나무가 많이 자라 붙여진 이름이다. 빈랑나무의 열매를 잎사귀에 싼 다음 석회질 성분과 함께 씹으면 즙 -
[만파식적]월터리드 군병원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10.05 17:36:252017년 4월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워싱턴DC 인근에 위치한 월터리드 군병원을 찾았다. 그해 1월 취임 후 첫 군병원 방문이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 오른쪽 다리를 잃은 병사에게 무공훈장인 ‘퍼플 하트’를 수여했다. 다른 10여명의 상이군인도 만나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넸다.월터리드 군병원은 1909년 세워진 미국의 대표적인 군병원이다. 제1차 세계대 -
[만파식적]나고르노카라바흐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10.04 17:35:11상상만 해도 오싹한 것이 러시안 룰렛이다. 6발 리볼버에 실탄 1발을 넣고 방아쇠를 당기는 무모한 승부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보다 더한 것이 캅카스(코카서스) 룰렛으로 6발 리볼버에 실탄 5발이라고 한다. 싸움이라면 양보도 없고, 무모하기까지 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캅카스의 남부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영토 분쟁이 한창이다. 분쟁 당사국인 기독교계 아르메니아와 이슬람계 아제르바이잔은 한 치도 물러설 기미를 -
[만파식적]미니소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09.28 17:23:202017년 6월22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북한발 흥미로운 생활 뉴스를 전한다. 평양 번화가 려명거리에 들어선 외국 기업 소유의 아웃렛이 상류층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매장에는 장난감과 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가격표는 북한 화폐로 표기됐지만 실상 달러와 유로·위안화만 받는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매장은 중국인 소유의 ‘미니소’였다. 대북 제재 여파로 오래되지 않아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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