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미국의 로봇완구 전문 제조업체 유고베(Ugobe)에서 4년간의 연구를 거쳐 개발한 공룡 로봇 ‘플레오(Pleo)’는 실제 동물처럼 행동하고 학습한다.
심지어 고통스런 과거 경험이나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했던 사람들을 기억하기도 한다.
키가 18m에 달하는 카마라사우루스 공룡을 모델로 한 길이 53cm, 높이 20cm, 폭 15cm의 플레오는 10여개의 모터와 6개의 프로세서를 갖추고 있으며 38개의 센서에 의해 성격이 좌우된다.
외부의 물리적 자극을 센서가 인식하면 메인 프로세서가 그에 맞는 움직임을 명령하는데 이 같은 동작들을 내장 플래시 메모리에 저장, 다음번 자극에 반응해야 할 때 활용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플레오의 턱 아래를 주기적으로 긁어주면 어느 순간 목을 길게 빼고 그르렁거리는 행동을 볼 수 있다.
물론 메모리 용량의 한계 때문에 모든 정보를 영구히 저장하지는 않는다.
꼬리를 잡혀 들어 올려진 것과 같은 단발적 경험들은 단기간만 저장하고 삭제한다.
반면 사람이 자신의 특정부위를 계속 만지는 것과 같은 반복적 경험은 계속 축적해 그에 적합한 행동을 취한다.
정확한 외부자극 감지를 위해 플레오의 신체 곳곳에는 은박지처럼 생긴 8개의 정전용량센서가 부착돼 있으며 사람 손가락에서 나오는 미세전류를 감지, 주인의 접촉 여부를 판단한다.
아이폰의 터치스크린과 동일한 시스템이다.
단지 플레오는 접촉의 강도보다는 지속 시간과 위치를 기준으로 접촉을 감지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이와 함께 플레오는 콧구멍 안에 들어 있는 적외선 송수신기와 콧구멍 바로 위의 카메라를 통해 주변 사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판단한다.
덕분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도 결코 떨어지는 법이 없다.
최대 4.5m 앞의 물체까지 식별이 가능하며 빛의 변화를 감지, 어두울 때는 울기도 한다.
청각의 경우 머리 양쪽에 부착된 마이크로폰이 책임진다.
어느 쪽에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지, 또는 어느 쪽에 먼저 소리가 들리는지를 파악함으로서 어디에서 난 소리인지를 판별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재미있는 사실은 플레오를 직사광선에 오랜 시간 노출시키면 건드려도 반응하지 않고 잠에 빠져든다는 점이다.
이는 체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갔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움직임을 최소화해 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늘에 놓아두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장난스럽게 움직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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