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노벨상 수상자들이 연세대에 모여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기초과학 및 경제 문제에 대해 고언들을 쏟아냈다.
200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이스라엘의 아론 치카노베르는 최근 “한국은 `하루빨리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야 한다는 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치카노베르는 지난달 11일 연세대 주최로 교내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연세노벨포럼에 주제발표자로 참석, “과학자는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연구를 해야지 상을 타기 위해 연구를 해선 안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치카노베르는 “얼마전 한국에서 있었던 황우석 박사 사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며 “(논문조작 등이) 황 박사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긴 하겠지만 한편으론 황박사에게 한국 사회가 얼마나 많은 부담을 줬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치카노베르는 “본인 역시 노벨상을 받긴 했지만 결코 영웅은 아니다”며 “과학자는 영웅도, 신도 아니며 과학 역시 기초학문적 측면에서 발전시켜야지, 과학을 영웅시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 성과를 논문 수 등 수치로 측정하려 해선 안된다”며 “그런 식의 부담이 가게 되면 부정행위가 나타날 수 밖에 없고, 연구자들이 항상 긴장하도록 만드는 건 좋지만 일정한 선을 넘도록 밀어붙여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역시 주제발표자로 참석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2002년) 고시바 마사토시는 기초과학 발전을 위한 아시아 젊은이들의 역할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지난 20세기에 기초과학이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대부분 유럽, 미국 등지에서 나온 성과물”이라며 “새로운 21세기에는 아시아 국가들이 그 역할을 이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사토시는 “이를 위해 아시아 특정 지역에 한국, 중국, 일본 등 각국 젊은이 400-500명이 모여 노벨상 수상자들과 토론을 벌이는 회의를 매년 여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중국에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3명 나왔지만 모두 미국에서 공부한 이들이었다”며 “아시아에서 공부한 젊은이들이 기초과학 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아시아 국가들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 단일통화를 분석해 1999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미국의 로버트 먼델, 에드워드 프레스콧은 한국과 아시아 경제의 앞날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먼델은 “이제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으며 특히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부상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2030년이면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 유로에 이은 세계 3위의 통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로화를 모델로 하기엔 적합치 않겠지만 역시 `아시아·태평양(APEC) 통화’같은 아시아 단일통화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아시아 단일통화 등 지역적 차원의 대응과 더불어 독자적으로 세계적 수준의 금융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프레스콧은 “한국은 1990년대 말 금융위기를 잘 극복하고 이를 계기로 금융체계의 건전화를 이뤄냈다”며 “이제는 한국에 닥친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해 은퇴자에 대한 연금이나 보건·의료·복지자금을 마련하는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스콧은 미리 배포한 강연 자료에서 “한국이 미국 경제를 따라잡기 위해선 노동생산성을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연세노벨포럼은 연세대가 기초과학 발전과 연구중심 대학으로서 국제적 위상을 높인다는 취지 아래 마련한 행사로 각국의 노벨상 수상자 8명이 발표 및 토론자로 참석, 기초과학의 발전방향 등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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