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겹의 알루미늄 합급을 길이로 펴 타격점을 만들어 트램펄린 효과를 냈다. 더블월 배트는 타자의 수준을 상향 평준화시켜 평범한 타자를 강타자로 바꾸어 버렸다. 이 배트를 반기지 않은 아마추어 소프트볼 연합은 배트 사용을 금지했다. “전국 어디서나 공이 공원 밖으로 날아갔고 선수 자신의 기술보다는 스포츠 과학 기술 덕분에 수많은 기록이 쏟아져 나왔다.”고 아마추어 소프트볼 연맹의 마케팅 부장인 켈리 맥퀸은 말한다.
어쨌든 드마리니 스포츠는 아마추어들에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계속 번창했고 2002년 1월 윌슨에 인수되었다. 드마리니사가 내 놓은 최근 제품에는 자동차 메이커의 컨셉 카와 같은 소재인 탄소섬유, 벌집모양의 알루미늄을 사용한 F1 ‘컨셉 배트’가 있다.
스포츠 기술에 대한 각 스포츠계의 반응은 역사에 따라 다양하다. 스노우 보딩이나 산악자전거 같은 신생 스포츠는 과학자나 기술자들이 내 놓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대로 흡수해버린다. 가령 전국 산악자전거 협회는 소재나 디자인에 어떠한 제한도 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의 산타 크루즈 바이크의 기술자인 데이비드 얼은 “산악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대개 신기술에 관심을 갖고 속도를 높일만한 것이면 어느 것이든 쉽게 수용한다.”고 밝혔다.
산타 크루즈는 최근 V10 모델을 내 놓았다. 이 모델은 25.4cm정도 높이의 장애물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 시스템을 뒷바퀴에 장착, ‘내리막 길’에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며 최고 96km의 시속으로 바위나 통나무 위를 거침없이 달려 내려온다. 또한 150cm 높이에서 뛰어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스포츠 신기술로 인한 갈등은 올림픽 같은 세계대회에서는 한층 심각해진다. 열심히 훈련한 선수들이 들어보지도 못한 신기술에 완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예로 영국 사이클 선수인 크리스 보드만이 로터스사가 디자인한 슈퍼 바이크를 타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했다.
탄소섬유로 된 일체형인 슈퍼 바이크로 크리스는 금메달을 따고 4,000미터 세계 기록을 갱신했다. 4년 뒤 그는 다시 슈퍼 바이크를 타고 두 번이나 세계 기록을 갱신했다. 가장 극적인 순간은 1996년 56km 경기. 보드만은 1980~90년대에 새로운 레이싱 자세와 고가의 자전거로 사이클 혁명을 일으킨 선수 중 하나였다.
지난 2000년 사이클 경기 연맹인 국제사이클리스트연합(UCI)에서는 가난한 국가 출신의 선수들이 최고 3만 달러에 이르는 슈퍼 바이크를 구입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 경기에서 슈퍼 바이크를 금지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뿐만 아니라 보드만의 기록도 ‘UCI 공인 최고 신기록’에서 ‘비공인 최고기록’으로 격하시키고 벨기에의 에디 메르크스가 일반 사이클로 세운 기록을 다시 공인했다.
이에 따라 보드만의 위업은 역사에서 쉽게 잊혀졌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이런 조치를 반기지는 않았다. 사이클 은메달 리스트인 매리 홀덴 선수는 “현재 수준을 잣대로 삼아 스포츠의 가능성을 무시해서는 안되며 이보다 더 나쁜 것은 이미 세운 기록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 수영 협회에서는 유사한 잡음을 피하기 위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용으로 스피도사가 만든 고가의 패스트스킨 전신 수영복에 대한 승인을 전미 올림픽 대표 선수 선발전에 출전하는 1,300명 전원이 구입할 수 있을 때까지 유보했다. 당연히 TRY, 아레나, 아디다스에서 만든 같은 유형의 제품에도 동일한 조치를 내렸다. 전신 수영복에 힘입어 시드니 올림픽 수영 종목에서는 15개의 세계기록과 38개의 올림픽 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속도와 거리의 신기록이 수립될수록 선수들의 안전은 더욱 위협을 받는다. 그러나 ASA사의 맥퀸은 “골프업계에서 아무리 강력한 드라이버를 만든다고 해도 앞쪽에 사람이 서있지 않아 위험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투수가 있는 소프트볼에서 배트는 전국대학육상연맹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엄격한 실험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우선 배트로 날아오는 공의 속도와 배트에 맞는 순간의 속도를 레이더와 레이저로 측정한다. 그리고 나서 두 수치를 비교해 ‘배트 성능 계수(BPF)’ 를 산정한다. 상태가 좋은 나무 배트의 성능계수는 1.0BPF로 이것이 절대 기준이 된다. 알루미늄 배트가 나무배트보다 10퍼센트 많은 에너지를 공에 전달하면 그 배트는 1.1 BPF이며 1.2 BPF를 초과하는 배트는 규제 대상이 된다.
스포츠기구의 소재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엄청난 내구성을 지닌 수지와 섬유, 금속합성화합물이 미래 스포츠 용품의 주소재로 등장할 것이다. 자전거가 지면에 닿을 때처럼 충격도가 높은 상태에서도 이런 소재로 만든 배트나 클럽은 공을 칠 때 갈라지거나 찢어지지 않는다. 조지 매닝은 아이언 바이런과 루이스빌 슬러거 배트를 디자인한 엔지니어이다. 그는 “합성소재를 사용하면 BPF를 걱정하지 않고도 새로운 힘이나 제어력을 지닌 배트를 디자인할 수 있다”며 “합성소재의 장점 중 하나는 방향에 따라 특성이 달라지는, 즉 한 방향으로는 아주 단단하지만 다른 방향으로는 유연성이 높다.”고 말한다.
첨단 스포츠 용품의 미래는 신소재와 함께 컴퓨터로 선수들의 근력, 자세, 스윙 등을 분석한 맞춤 제작에서 엿볼 수 있다. 미래의 스포츠 용품은 가벼우면서도 강력하고, 사용 선수의 능력과 경제력에 맞게 최적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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