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12·3 비상계엄을 친위 쿠데타’로 규정했다. 이는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한다는 사법부의 첫 판단이다.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권을 인정한 바 있어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 측 방어 논리가 조금씩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는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이 구형한 15년보다 8년이나 많다. 또 ‘12·12 군사반란’에 가담하는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선고 형량도 웃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996년 1심에서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2심에서 징역 17년으로 감형됐고, 이를 대법원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근거해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군 병력 및 경찰 공무원을 동원해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점거·출입 통제하는 등의 행위는 형법 87조에서 정한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며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석열과 추종 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가 414일 만에 ‘12·3 비상계엄이 내란’이라는 법적 판단을 내리면서 자연히 시선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쏠리고 있다. 연이은 법원의 결정이 윤 전 대통령의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앞서 1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이곳은 30년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형을 구형받은 곳. 1심 재판부는 1996년 내란 혐의 등을 모두 인정,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평화적 정권 교체 등을 참작해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전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1997년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중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윤 전 대통령은 연이은 재판 과정에서 ‘국정 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다’거나 ‘국헌 물란의 목적이 없었다’, ‘공수처에는 수사권이 없다’는 등을 방어 논리로 세웠다. 하지만 재판을 거듭하면서 이들 방어 논리에 균열이 생기고 있어 최소 무기징역 이상이 선고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앞선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이 내란이고, 공수처의 수사권도 인정한 부분을 1심 재판부가 배척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재판부의 판단 내용이 다른 재판부 판단에 얽매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동일한 사실 관계가 문제되는 사안에서 재판부 간 다른 판단을 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 전 총리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비상계엄이 내란이라고 판단한 만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서도 엄격히 판단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선고 결과를 봤을 때 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1심 재판부가 사형을 선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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