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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훼손 거부감 여전히 커…'가족 동의' 앞에 멈춰선 기증[장기기증 캠페인 이어진 숨, 피어난 삶]

기증 희망등록 법적 강제력 없어

배우자 등 1순위자 반대 땐 중단

"생전 가족과 충분한 논의 거쳐야"





국내 뇌사 추정자 100명 중 장기기증 의사를 밝혀 정식 등록한 경우는 2명에 불과하다. 또 생전에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더라도 뇌사 이후 가족들의 반대로 무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전에 장기기증 의지에 대해 가족과 충분히 논의하고 뜻을 공유해야 숭고한 뜻이 실제로 이어질 수 있다.

12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의료기관이 통보한 뇌사 추정자 총 1만 1907명 중 생전에 장기기증 희망을 등록한 사람은 386명으로 전체의 3% 수준에 불과했다. 386명 중 실제 장기기증이 완료된 사례는 139명에 그쳐 절반에도 못 미쳤다. 결국 전체 뇌사 추정자의 약 1%만 장기기증을 한 셈이다.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는데도 실제 이식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는 △의학적으로 장기기증이 부적합한 경우 △유가족의 반대 △환자 상태 악화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 등이 있다. 가장 많은 경우는 기증자의 장기가 이식 수혜자에게 부적합한 경우로 2021년~지난해 7월까지 기증 희망 뇌사자 386명 중 122명이 해당돼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많은 경우는 당사자의 뜻과 달리 가족이 기증을 거부한 사례로 같은 기간 110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현행 장기이식 관련 법은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등록했더라도 ‘법적 강제력 있는 동의’로 보지 않는다. 최종 기증 여부는 유가족의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유가족 가운데 배우자·자녀·부모·형제 등 1순위자가 반대할 경우 고인의 장기기증 희망 등록과 무관하게 기증은 중단된다. 1순위자가 찬성하더라도 나머지 유가족이 반대하는 경우 가족 간 불화를 피하기 위해 장기기증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유교 문화를 꼽는다. ‘부모에게서 받은 몸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는 유교적 가치관이 사망 이후에도 시신을 온전히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장기기증을 생명 나눔이 아닌 신체 훼손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뇌사 추정자가 생전에 기증 희망 등록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유가족이 모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설령 등록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몸을 훼손한다는 심리적 거부감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장기기증 수술은 기증자에게 최대한 예우를 갖춰 진행되며 외관상 큰 흉터가 남지 않도록 봉합도 꼼꼼히 이뤄진다”며 “이런 과정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오해가 반복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2023년 실시한 ‘장기·인체조직기증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기증 희망 등록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못한 이유로 ‘기증 희망 등록에 대해 이야기 나눌 충분한 시간이 없어서’가 77.8%로 가장 높았다. 성별에 따라서도 인식에 차이가 있다. 남성은 여성보다 ‘평소 가족들이 장기·인체조직기증에 대해 부정적이어서’라는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여성은 ‘가족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 기증 의사 자체보다 이를 가족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장벽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호연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장은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하더라도 가족의 반대로 무산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며 “생전에 기증 희망을 등록한 사실과 이유 등에 대해 가족과 충분히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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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가족, #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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