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이 즐겨 그린 민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복을 비는 ‘기원(祈願)’에 가까웠다. 글을 모르는 서민들이 그림으로 액운을 막고 가족의 안녕과 소원을 빌었던 오랜 습관이었던 것이다.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는 희망 찬 새해를 맞아 길상(吉祥)적 요소가 풍부한 민화를 감상하는 일만큼 어울리는 것도 없겠다. 미술관과 박물관도 다채로운 기획전을 준비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는 새해 첫 전시로 민중의 삶과 해학을 담은 친근한 민화와 권위와 형식의 미학이 돋보이는 조선 궁중 회화를 함께 보여주는 기획전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를 준비했다. 14일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개막하는 전시에서는 궁중 회화의 주요한 작품인 ‘쌍룡희주도(雙龍戱珠圖·여의주를 갖고 노는 두 마리 용)’와 호랑이의 가죽 문양을 그린 궁중 장식화 ‘호피도’ 등이 서민들의 그림으로도 인기를 끌었던 ‘화조산수도’ ‘책거리(冊巨里)’ 등과 함께 자리한 장면을 만날 수 있다.
궁중 회화와 민화는 조선시대 신분·계층에 따라 달리 향유됐지만 결국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주되고 확장했다. 갤러리현대는 시대를 초월해 조화를 이루는 두 장르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한편 신관 전시 ‘화이도’를 통해 민화·궁중 회화·산수화 등 우리 고유의 정신과 미적 감각을 이어가는 동시대 작가들도 소개할 계획이다. 서예의 획과 여백, 기운생동의 개념을 현대 회화의 물성과 제스처로 확장하는 박방영, 전통 민화의 도상을 현대적 오브제와 색채로 구성하는 안성민, 조선 책가도의 구조를 토대로 기억과 사유가 축적되는 내적 풍경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김남경, 전통 회화의 형식을 열린 구조로 재해석하는 김지평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서울 가회동 북촌박물관에서는 잡귀를 쫓고 집안을 지키는 영물로 귀히 여겨졌던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기획전 ‘福福福(복복복) 호랑이전’을 2월 20일까지 연다. 격조 높은 고(古) 민화부터 현대 민화 작가들이 그린 호랑이 그림을 시작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의 호랑이 관련 콘텐츠까지 100여 점의 볼거리가 관람객을 기다린다. 조선시대 민화가 집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활용되던 장식화였다는 점에 주목해 당시의 가구 및 생활 유물과 민화를 함께 배치한 연출이 눈길을 끈다. 가족이 오래 건강하기를 바라는 ‘수복강녕(壽福康寧)’ 글자가 새겨진 가구 옆으로 어미 호랑이와 새끼가 함께 있는 ‘호작도’ 등이 배치된 장면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일상도 떠올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병오년을 맞아 십이지 동물 중 말과 관련된 작품만 추린 전시도 주목할 만하다. 말은 예로부터 힘과 자유, 성공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러 그림이나 예술의 소재로 등장해왔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3월 2일까지 열리는 ‘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은 그중에서도 말을 신성하고 영험한 존재로 인식해온 우리 민속 문화를 조명한다. 전시장에서는 청룡도를 손에 쥔 채 흰 말을 달리는 백마신장의 모습을 담은 옛 그림, 죽은 자의 영혼을 저승에 안전하게 인도하기 위해 말을 타고 도착한 저승사자를 묘사한 꼭두 나무 조각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에는 말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도 함께 자리했다. 선조들이 쓰던 말 안장부터 임금 행차에 동원된 말들의 기록, 1988 서울올림픽 포스터 속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의 말, 암행어사의 마패 등이 소개된다. 대표적인 말띠 인물인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의 작품과 서첩 등도 함께 소개해 흥미를 키운다.
국가유산청이 신세계와 함께 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더 헤리티지’에서 개최하는 ‘말, 영원의 질주’전에서는 고대 유물부터 현대 미술을 아우르는 다양한 말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신라시대 경주 쪽샘 유적 등에서 출토된 말 관련 유물의 재현품을 비롯해 신라 말 모양 토우, 가야 말 갑옷 등 말과 관련한 국가유산을 집중 조명한다. 어미 말과 새끼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담은 조형 작가 제이크 리의 ‘곁에 Beside’나 천연기념물인 제주마를 촬영한 사진 등도 함께해 다채로움을 더했다. 전시 공간이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인 ‘옛 제일은행 본점’을 리모델링해 재개관한 ‘신세계 더 헤리티지’라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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