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짧은 퍼팅과 관련한 유머 한토막이다. 결혼해 달라고 구애하는 세 명의 남자들과 라운드하게 된 어느 여자 골퍼 이야기다. 여자 골퍼가 이제 마지막 홀에서 1m 정도 짧은 퍼팅만 성공하면 처음으로 싱글 스코어를 칠 수 있는 상황이다. 그 퍼팅을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남자의 구애를 들어주겠다는 미션을 던진다. 먼저 한 남자가 온갖 폼을 잡아가며 그린을 꼼꼼히 읽어준다. 다른 남자도 질 수 없다. 알고 있는 골프 이론을 총동원해가면서 성공 방법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씨익~’ 웃는 또 다른 남자. “OK(기브) 드릴게요. 그냥 편안하게 치세요.” 여자 골퍼는 과연 누구의 구애를 들어줬을까.
1m 내외 짧은 퍼팅이 남았을 때 흔히 ‘우정에 금가는 거리’라는 표현을 쓴다. 기브(OK)를 주지 않았을 때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는 애매한 거리라는 의미일 것이다.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치러지는 골프 대회에서도 기브 거리가 넉넉한 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 하지만 스트로크 방식의 프로골프 대회에서는 절대 ‘기브’란 없다. 그게 10m가 넘든 1m가 되지 않든지 반드시 홀 아웃을 해야 한다.
그런데 바로 1m 내외 퍼팅을 할 때 프로골퍼들이 가장 신경 쓰이고 긴장한다고 한다. 물론 기브를 받지 못한 ‘우정에 금간’ 주말골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올해 이 1m 내외 퍼팅 때문에 울어야 했던 톱 프로골퍼들도 많다. 일단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1야드(0.91m) 미만 퍼팅을 모두 성공한 선수는 3명이다. 정윤지를 비롯해 김효문과 전승희가 100% 성공 확률을 보였다. 퍼팅 잘하기로 유명한 박현경을 비롯해 방신실과 김민선7도 이 거리에서 퍼팅을 놓친 것은 한 차례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연히 성공해야 할 이 거리에서 실수가 잦았던 선수도 꽤 있다. 박민지는 150차례 중 8개를 놓쳤고 이가영도 209차례 퍼팅 중 10개를 실패했다. 신인왕 서교림 역시 이 거리에서 8개를 실수했다.
사실 1야드 미만 보다는 1야드(0.91m)에서 2야드(1.82m) 사이 퍼팅이 주는 긴장감이 더 크다. 성적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거리다.
침착하기로 소문난 박결은 올해 177차례 중 54개를 실패했고 성유진도 187차례에서 57개를 놓쳤다. 배소현은 이 거리에서 233차례 퍼팅을 했는데, 무려 68개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169차례 중 48개를 놓친 박민지도 짧은 퍼팅 실수에 눈물 흘렸던 톱랭커다. 리커버리율 2위에 오른 노승희도 이 거리 퍼팅 확률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222차례 중 58번을 실패해 성공 확률은 85위(73.87%)에 불과했다. 상반기에 3승을 올렸지만 하반기 부진에 힘겨워했던 이예원도 200차례 퍼팅 중 51차례 실패해 성공 확률 79위(74.50%)로 좋지 않았다.
197차례 중 49개를 놓친 이가영이 성공 확률 71위(75.13%)였고 상금 왕에 오른 홍정민도 이외로 짧은 퍼팅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157차례 중 39개를 실패한 홍정민의 성공 확률 순위는 70위(75.16%)였다. 반면 1~2야드 퍼팅 성공률이 높은 톱랭커는 7위(83.11%) 이다연, 9위(82.46%) 고지원, 18위(80.22%) 방신실 등이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대한민국 여자골퍼들은 ‘3퍼트’로 희비가 많이 갈렸다. 퍼팅 잘 하는 선수는 3퍼트도 확실히 적었다.
우승 1회, 준우승 3회를 차지하면서 상금 랭킹 13위에 오른 김효주는 61라운드를 치르면서 3퍼트는 21개에 불과했다. 라운드 당 0.34개로 올해 LPGA 선수 중 두 번째로 적다. 1위는 23라운드에서 3퍼트 총 5개를 범한 피오나 주(뉴질랜드)로 라운드 당 0.22개를 기록했다. 50라운드 이상 뛴 선수 중에서는 김효주가 가장 3퍼트가 적었다. 우승은 없지만 한국 선수 중 상금 랭킹이 8위로 가장 높은 최혜진도 88라운드에서 31개를 기록해 라운드 당 0.35개로 뛰어났다. 50라운드 이상 소화한 선수 중 김효주에 이어 두 번째 적은 숫자다. 54라운드 중 20개를 기록한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라운드 당 0.37개로 그 뒤를 이었고 상금 1위이자 세계 1위인 지노 티띠꾼(태국)도 69라운드 중 27개를 기록해 라운드 당 3퍼트는 0.39개로 훌륭했다.
하지만 라운드 당 3퍼트 수가 1개 이상인 선수도 5명이 됐는데, 그 중에는 박금강이 포함됐다. 52라운드에서 55개를 기록해 라운드 당 3퍼트 수는 1.06개에 달했다. US여자오픈 우승자 마야 스타르크(스웨덴)도 58라운드 중 60개를 기록해 라운드 당 3퍼트 수가 1.03개에 이르렀다.
78라운드 중 54개를 기록한 유해란도, 79라운드 중 59개를 범한 윤이나도, 43라운드 중 39개를 기록한 박성현도 3퍼트로 힘겨운 한 해를 보내야 했던 대한민국 톱랭커들이다.
올해 짧은 퍼팅 때문에 힘들었던 톱랭커들의 2026년 소망은 똑같을 것이다. 쇼트 퍼트 실수 줄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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