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과정에서 기초과학 교육이 점점 축소된 결과 이공계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대학에서 요구하는 학업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나왔다. 2028학년도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앞두고 지속 가능한 기초과학 교육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1월 4일자 본지 1·4·5면 참조
기초과학학회협의체(기과협)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교육정책포럼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기과협은 이번 포럼의 취지에 대해 “2028년도 수능 개편 및 2022년 개정 교육과정 시행 이후 악화한 기초과학 교육 현실을 진단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희 충남대 수학과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고등학교가 (과학 교육을) 덜어주고 있지만 채우는 행위는 여태까지 아무도 하지 않았고 그 갭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며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보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에서 행렬을 보면 더하기만 배우고 역행렬도 다 빠졌다 보니 행렬식 개념도 모른다”며 “갭이 늘어난 결과 미적분학의 경우 1·2학기만 해도 빡빡한데 3학기로 늘려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리한 대입 전략을 짜기 위해 수험생 대다수가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사탐런’ 현상이 매년 심화한 결과 대학에서 요구하는 과학 분야 필수 학업 수준을 충족하는 학생들이 줄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딥러닝을 가르치면 신경망 학습은 행렬 연산이고 다 곱하기다. 학교에서 인공지능(AI) 특화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은 다 사교육을 받고 오게 된다”며 “이해를 못 하고 온라인 강의만 수강하거나 대학원생에게 과외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I·II 등 총 8과목으로 과학 영역이 세분화된 현행 교육과정과 달리 2028학년도부터는 선택과목이 폐지되고 모든 수험생이 수능에서 통합사회·통합과학을 응시하게 된다는 점에서 기초과학 학업 부족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권홍진 송양고 교사는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을 1학년 1·2학기에 들으면 학점을 채워 2학년부터는 과학을 하나도 듣지 않아도 졸업할 수 있게 된다”며 “수능을 감안하면 3학년 때 깊이 있는 과학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통합과학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대학의 기초과학 위기가 결국 산업계 생태계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 또한 나왔다. 권 교수는 “과거에는 한국 엔지니어들이 일본에 갔다면 지금은 일본에서 한국을 오는데, 이들이 하는 이야기가 제조업이 지난 20년간 쇠락을 걸었더니 반도체를 가르칠 교수가 없어졌다는 것”이라며 “지금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려 해도 산업 기반 생태계가 스스로 구축이 안 된다는데, 똑같은 일이 한국 기초과학에 생기고 있다”며 관련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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