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딸이 골프로 성공하기를 굳이 바라지는 않았다. 그저 허약한 체질이 개선되는 데 골프가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어릴 적 툭하면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딸이었다. “운동을 시켜보라”는 의사의 말에 세차장 사장인 아버지와 미용사인 어머니가 손에 들려준 것은 골프채였다.
딸은 골프를 하면서 훨씬 건강해졌다. 남다른 소질까지 보여 입문 8년 만에 유러피언 투어 대회 우승으로 프로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14세 4개월 19일)까지 썼다. 지노 티띠꾼(22·태국) 이야기다.
티띠꾼은 24일(한국 시간) 골프로 다 가진 여자가 됐다. 미국 플로리다주 티뷰론GC(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1100만 달러)에서 그는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26언더파 262타로 4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이 대회 우승 상금은 지난해 여자골프 역사상 최대인 400만 달러(약 59억 원)였고 올해도 같다. 두 번 다 우승자는 티띠꾼이다. 이 대회 2연패는 2020·2021년 고진영 이후 두 번째. 3라운드에 이미 2위와 6타 차였고 이날도 첫 홀부터 버디를 잡고 시종 흔들림 없이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번 대회 페어웨이 안착과 그린 적중률 모두 87.5%에 라운드당 퍼트 수는 불과 26.7개였다. 100만 달러를 가져가는 2위도 태국 선수(파자리 아난나루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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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인 티띠꾼은 시즌 3승(통산 7승)으로 단독 다승왕과 올해의 선수, 상금왕(약 757만 8000 달러), 베어트로피(최소 타수상)까지 싹쓸이했다. 2022년 데뷔한 티띠꾼이 올해의 선수에 오른 것은 처음이고 상금왕은 2년 연속이다. 베어트로피는 2년 만의 탈환이다. 신인왕도 탔었으니 아직 못한 것은 메이저 대회 우승뿐이다. 티띠꾼의 메이저 최고 성적은 올해 에비앙 챔피언십 단독 2위다.
올해 18개 대회에서 69차례 라운드를 한 티띠꾼은 2위 네 번, 3위 한 번 등으로 평균 타수 68.681타를 기록, ‘골프 여제’를 넘어서는 역대 최소타 신기록도 썼다. 종전 기록은 2002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68.696타다.
한 선수가 올해의 선수상·상금왕·베어트로피를 휩쓴 것은 2022년 리디아 고(뉴질랜드) 이후 3년 만이며 티띠꾼의 올해 상금 약 757만 달러는 지난해 자신의 기록을 넘는 단일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이기도 하다. 티띠꾼은 통산 상금 약 1736만 달러(약 256억 원)로 이 부문 7위로 올라서며 6위 박인비(1826만 달러)를 잔뜩 위협했다.
한국 선수로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자 김세영이 16언더파 6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유해란과 이소미는 13언더파 공동 10위다. 지난 시즌 7승의 넬리 코르다(미국)가 20언더파 3위. 이번 시즌은 우승 없이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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