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주주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교환사채(EB) 발행을 두고 태광·소액 주주 사이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를 이끌어 낸 건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들이다. 이들은 소송 과정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가 총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라는 주장으로 태광의 신사업 추진을 위한 EB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게 하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해당 판결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한다는 내용의 상법 개정이 시행된 이후 첫 판례라 향후 유사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지난 9월 10일 소액 주주인 A사가 태광을 상대로 제기한 EB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는 ‘태광이 자기주식 27만1769주를 대상으로 EB를 발행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며 A사가 연이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법원은 앞서 A사가 ‘EB 발행과 관련한 이사회의 결의와 사채 인수 계약의 체결 등 일체의 후속 조치를 진행하지 말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A사는 두 차례 가처분 소송 과정에서 EB 발행가가 태광의 주당 순자산가격보다 낮아 저가로 발행됐고, 경영권 강화 목적으로 발행됐다고 주장했다. 또 신주 발행에 있어 법률상 주주에게 인정되는 신주인수권과 발행 유지청구권, 무효 확인청구권이 EB 발행 시에도 적용되고, EB 발행이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하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에도 위배된다는 점도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세종은 우선 서울남부지법을 시작으로 24년 동안 법원에 몸담았던 김세종 변호사를 중심으로 각종 기업 경영권 분쟁 사건을 맡았던 이숙미 변호사와 백상현·공지희 변호사로 팀을 구성했다. 특히 EB 교환 가격이 태광 주식의 거래 가격의 10%를 할증한 것으로 저가 발행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현재 경영권 분쟁 상황도 아닌 데다 지배 주주가 이미 경영권 유지에 충분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지배권 강화 목적도 아니라는 점을 반박 사유로 꼽았다. EB 발행이 신주나 전환사채(CB) 발행과 처리상 차이로 법률상 유지청구권이나 무효확인청구권 등이 적용되지 않고,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 의무 조항을 근거로 곧바로 회사에 대해 금지 청구권이나 방해 배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정 주주의 의견과 다른 의사 결정이 이뤄졌다고 이사가 주주 충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리로 법원의 기각 판단을 이끌어낸 것이다.
김세종 세종 변호사는 “기업의 가치를 가장 객관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시장 거래 가격으로 교환가를 정하는 등 가장 효율적 자금 조달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EB의 경우 신주 발행과는 법적 성격이 달라 상법이나 판례가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EB 발행으로 회사가 자금을 조달해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등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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