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오늘인 2017년 11월 15일 오후 8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불과 12시간 앞둔 시점에 정부는 사상 첫 ‘수능 긴급 연기’를 전격 발표했다. 같은 날 오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일부 고사장 건물에 균열과 파손이 잇따라 안전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긴급 브리핑에서 “수험생의 안전과 형평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시험을 일주일 뒤인 23일에 치르겠다”고 밝혔다.
당시 지진은 기상청 관측 사상 두 번째 규모로 기록됐으며, 진원 깊이가 약 7㎞로 매우 얕아 충격파가 강하게 전달됐다. 포항 도심 곳곳에서 아파트 외벽이 갈라지고 상점 유리창이 연달아 깨졌으며 실내 집기가 쏟아져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수능 고사장으로 예정됐던 포항고·포항여고·대동고·유성여고 등 여러 학교에서도 균열이 발견되면서 ‘정상 시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건물 붕괴·이재민 속출…서울까지 흔들린 포항 대지진=지진은 포항 전역을 크게 흔들었을 뿐 아니라 충격이 서울 광화문까지 감지될 정도로 여파가 컸다. 일본 쓰시마와 규슈 연안에서도 흔들림이 포착됐다. 전국적으로 135명이 다치고 17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재산피해는 3300억 원을 넘겼다.
피해 규모가 커진 배경으로는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건물들이 지목됐다. 필로티 구조 건물들이 특히 큰 타격을 받았고 포항세관·포항 북구청·영일만항 부두는 바닥 균열이 발생해 철거·보수 결정이 내려졌다. 한동대·선린대 기숙사에서는 외벽 붕괴와 천장 낙하가 이어지며 학생들이 급히 대피하는 혼란도 벌어졌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정상 시행’ 방침을 유지했으나 포항교육지원청이 공식적으로 수능 연기를 요청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청와대와 정부 대책본부는 밤늦게까지 회의를 거듭한 끝에 결국 연기 결정을 내렸다.
◇“출제 위원도 못 나가”…700명 ‘일주일 더’=수능 연기는 59만 3527명의 수험생뿐 아니라 수능 문제를 만드는 출제본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0월 13일부터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합숙하며 출제 작업을 해온 700여 명의 출제위원·보안요원·지원인력은 당초 계획보다 7일 더 ‘격리 생활’을 연장해야 했다. 보안 규칙상 시험 종료 전까지는 출입이 금지돼 있어 사실상 ‘감금 합숙’이 이어진 셈이다. 수능이 일주일 미뤄지면서 성적 통지 일정부터 대학별고사, 정시 원서접수 등 대입 일정 전반도 줄줄이 늦춰졌다. 입시 일정 전체가 한 주 뒤로 밀리면서 교육계는 비상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부는 연기 발표 직후 수능 안전대책도 대폭 강화했다. 전국 1180개 고사장에 소방공무원 2372명을 투입해 고사장마다 2명씩 상시 배치했다. 모든 고사장에 소방대원이 배치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구조대원들은 건물 구조 안정성 점검과 비상 대피 동선을 재정비하며 ‘2차 피해’ 예방에 나섰다. 특히 포항 지역 12개 시험장에는 구조 인력이 추가 파견됐다.
◇자연재해로 미뤄진 첫 수능…‘하루 전 연기’는 유일=1993년 수능 도입 이후 일정이 변경된 사례는 총 4번뿐이다. APEC 정상회의(2005), G20 정상회의(2010), 포항 지진(2017), 코로나19(2021)가 그 경우다. 이 중 시험 하루 전 연기된 사례는 포항 지진이 유일하다. 올해는 지난 13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총 응시자 수는 2019학년도 이후 7년 만에 최대였으며, 특히 황금돼지띠인 2007년생이 고3이 되면서 재학생 응시자는 지난해보다 9.1%(3만 1120명)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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