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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버린다' 협박 받아"…배우 김규리, '블랙리스트' 판결에 심경 밝혔다

배우 김규리. 뉴스1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오랜 기간 활동을 제약받았던 배우 김규리가, 법원이 국가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확정된 뒤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이제는 그만 힘들고 싶다”라며 오랜 트라우마를 드러냈다.

김규리는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트라우마가 심해서 ‘블랙리스트’의 ‘블’ 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게 된다”고 적었다. 이어 블랙리스트로 겪었던 경험을 하나씩 떠올렸다. 그는 “집골목에 국정원 사무실이 차려졌으니 몸조심하라는 말까지 들었고, 며칠 동안 정체 모를 사람들이 집 앞에서 서성거렸다”고 회상했다. 시상식 참석 화면이 잡힌 뒤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고, “작품 출연 계약 당일 갑자기 취소 연락이 왔다”는 일도 있었다.

피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규리는 “블랙리스트 사실을 뉴스로 접했을 때 SNS로 심정을 짧게 표현한 걸 두고 그다음 날 ‘가만 안 있으면 죽여버린다’는 협박도 받았다”고 적었다.

김규리가 정치적 입장 때문에 ‘좌파 연예인’으로 낙인찍힌 계기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당시 올린 미니홈피 글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 “변형된 프리온 단백질은 700도로 가열해도 남고…”라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고,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라고 적은 글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이후 방송·영화계에서 배제되면서 막대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겪었다.



그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내가 적은 글 속에서 ‘청산가리’ 하나만 남았다”며 “내 삶, 내 일상에 들어와 끊임없이 나를 왜곡한 이들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규리는 2017년 영화감독 박찬욱, 배우 문성근, 방송인 김미화 등 30여명과 함께 이명박 정부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국정원 내부 TF가 작성한 ‘좌파 연예인 대응 문건’으로 인해 출연 배제가 일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인들의 밥줄을 끊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7일 항소심은 “정부는 이명박·원세훈과 공동해 원고 1인당 각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정원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확정됐고, 이어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와 국민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공식 사과문이 발표됐다.

하지만 김규리는 이 사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국정원이) 사죄하긴 했다는데 도대체 누구한테 사죄했다는 건지”라며 “기사에 내려고 허공에다가 (사과를) 한 것 같기도 하고, 상처는 남았고 그저 공허하기만 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상고를 포기했다니 소식 기쁘게 받아들인다”고 덧붙이며 긴 시간 이어진 분쟁의 마무리를 조심스레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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