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미의 원형'으로 평가 받는 분청사기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축제가 경남 김해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전통 도자문화 정체성과 디지털 요소 등을 아우르는 자리로 관광객을 맞이할 계획이다.
김해시는 4일부터 9일까지 엿새 동안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과 김해분청도자박물관 일원에서 ‘제30회 김해분청도자기축제’를 연다.
분청사기는 거칠고 투박한 질감 때문에 늘 서민적인 도자기로 불려왔다. 화려한 청자나 담백한 백자와 달리 소박하고 실용적인 형태를 보이며, 조선시대 초기에 번성했다. 김해 상동과 구산동에서 분청사기 가마터가 발견된 데 따라 지역 도예가들은 1996년 처음 김해도자기축제를 열었고, 이후 김해분청도자기축제로 명칭이 바뀌었다. 분청사기를 주제로 한 축제는 김해가 유일하다.
30주년을 맞는 올해 축제의 주제는 ‘분청의 시간, 세종을 만나다’로, 주제에 걸맞게 ‘세종대왕자(子) 태(胎) 항아리’ 특별 전시가 마련된다. 태항아리는 왕실에 왕자나 왕녀가 태어났을 때 태반과 탯줄을 담은 항아리다. 태어난 아기의 앞날의 건강과 복, 나라가 번영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조선 왕실의 독특한 출산 문화다. 시는 올해 축제 때 국립대구박물관이 소장 중인 세종의 여섯째 아들 화의군의 태를 담은 태항아리와 분청사기 사발, 세종의 손자인 단종의 태항아리 뚜껑 등 총 4점을 선보인다. 이 유물은 14일 전용 포장재로 싼 뒤 무진동 차량을 이용해 옮겨졌다.
개막식에는 도예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사기장 퍼레이드 행진’과 공로패 수여식 등이 진행된다. 특히 사기장 퍼레이드는 지역 도예인 40여 명이 참여해 축제의 의미를 더한다. 제16회 대한민국분청도자대전과 제17회 경남 찻사발공모전 수상작을 전시해 현대적으로 바뀐 분청사기의 멋도 즐길 수 있다.
조선유랑극단의 퍼포먼스, 버스킹 등 공연 무대와 함께 태항아리 만들기, 전통 가마 소떡소떡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시는 지난해에 이어 축제 공간을 박물관과 클레이아크 부지 전반으로 확대해 관람 동선을 보다 여유롭게 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시간이 길어 이용이 불편했던 체험 부스에는 QR 대기 시스템이 도입돼 편리함을 더해줄 전망이다. 김해시 캐릭터 ‘토더기’를 활용한 AR 스탬프 투어도 마련됐다.
협업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김해·진주·이천 등 유네스코 공예창의도시 공예품 전시, 문화도시센터의 핸드메이드페스타, 월드바리스타챔피언 로스터리 브랜드 시음회, 포항시의 물회 시식 행사 등이 펼쳐진다.
김해시 관계자는 “김해분청도자기축제는 전통 도자 문화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요소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행사로, 시민과 도예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가 될 것”이라며 “지난해 시행한 김해도예협회와 김해문화관광재단의 공동주관 체계가 정착하면서 축제 운영의 전문성과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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