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9·7 주택 공급대책’ 발표 이후에도 오히려 서울 주택 매수를 위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사람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와 40대의 매수세가 급증했다. 공급 물량이 당장 기대에 못 미친데다가 추가 대출 규제 시행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심리가 커지며 매수 수요가 단기간에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단기 공급 대책을 마련하는 등 실수요자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9일 법원등기정보광장의 서울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연립·다세대 주택 등) 소유권 이전 등기(신청) 자료에 따르면, 6·27 가계대출 규제 정책 발표 이후 감소하던 매수세는 9·7 공급대책이 발표된 지난달 30~60대 전 연령대에서 다시 증가했다. 8월 5345명이었던 30대 매수 신청자 수는 9월 들어 5827명으로 늘었고, 40대 매수 신청자 수도 4676명에서 5105명으로 많아졌다. 50대(2951명→ 3560명)와 60대(1602명→2098) 매수 신청자 수도 8월 대비 9월에 모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총액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출 규제로 매수 희망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며 7·8월에는 주택 매수세가 잠시 꺾였다. 하지만 계속 집값이 오르고 시장 참여자들이 9·7 공급 대책에 실망하면서 이른바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 수도 6월에 7192명에서 7월 6343명, 8월 5628명으로 줄었으나 9월에는 5983명으로 반등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30대의 주택 매수세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거셌다. 9·7 공급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달 8일부터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이달 20일까지 서울 지역 집합건물 매수 신청자 수는 30대가 6676명으로 가장 많았다. 공급 확대 발표가 오히려 30대와 무주택자에게 ‘마지막 시장 진입 기회’로 읽힌 셈이다.
이어 40대 매수 신청자 수가 5869명으로 30대의 뒤를 이었다. 40대는 같은 기간 매도 신청자 수도 5672명으로 가장 많아 ‘팔고 사는’ 갈아타기의 중심축으로 나타났다. 기존 주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고 추가 대출을 활용해 강남권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강남·서초·송파구 집합건물 소유권이전 등기 신청자 수는 40대가 1145명으로 가장 많았다.
아파트 거래 시장으로 좁혀도 공급 대책 이후 매수세는 급격히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사이트 분석 결과, 9·7 공급대책 발표 직후인 같은 달 8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아파트 일 평균 거래량은 281.2건으로 6·27 대출규제 이후(170.7건)보다 64.7% 급증했다. 대출 규제로 얼어붙었던 시장이 두 달여 만에 급반등한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9·7대책 대부분이 중장기 공급이었던 만큼 수요자들이 원하는 단기적인 공급 대책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세금 완화 등 기존 아파트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 당장 1년, 빠르면 5개월 안에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했는데 설득력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3년(2021~2023년)간 서울 연평균 가구 수 증가량은 약 5만 3000가구였던 반면 같은 기간 주택 수 증가량은 약 3만 3000가구에 불과했다. 연간 약 2만 가구가량의 주택 부족이 매년 누적된 상황에서 장기 공급 계획은 당장의 갈증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이에 ‘패닉바잉’을 잡기 위해 실수요자 우대 정책을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랩장은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30·40대는 무주택자이거나 1주택자 등 실수요자인데 정부가 투기 수요 때문에 주택 가격이 오른다고 착각하는 부분에서 현실과 괴리가 생긴다”며 “주거는 생존 문제이기 때문에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막으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고 무조건 막는다고 막히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절한 단기 공급 대책을 병행하지 않으면 9·7대책 이후처럼 수요가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투기수요와 실수요자를 잘 발라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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