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올해 관람객 500만 명을 돌파하며 사상 처음으로 세계 5대 박물관급 반열에 올랐지만 외국인 관람객 비율은 여전히 4%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세우는 'K-관광 3000만 시대'와는 현격한 온도 차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부산 수영구)이 박물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립중앙박물관 누적 관람객은 510만 370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9만 52명(3.7%)에 불과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여전히 한국어 중심 전시 안내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영어·중국어·일본어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률은 낮고 언어 선택 폭도 좁은 편이다. 온라인 예약과 안내 시스템 역시 대부분 내국인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외국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박물관이 연간 500만 명 이상 관람객을 유치한 것은 1945년 개관 이후 처음이다. 영국의 미술 전문 매체 '아트 뉴스페이퍼'가 집계한 2024년 전 세계 박물관·미술관 순위에 따르면 이 수치는 세계 5위권 규모에 해당한다. 루브르 박물관(874만 명), 바티칸 박물관(683만 명), 영국박물관(648만 명), 메트로폴리탄 미술관(573만 명), 테이트 모던(460만 명)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정연욱 의원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성과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관람객의 96%가 내국인이라는 점은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다"며 "정부가 K-관광 3000만 명 유치를 추진한다면 국가 대표 박물관의 외국인 관람 환경부터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 문화와 역사를 세계인이 처음 접하는 공간"이라며 "언어·안내·전시 콘텐츠 등 전반에서 외국인 접근성을 강화해야 진정한 '세계 5위 박물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의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의 방문 지역은 서울이 78.4%로 압도적 1위였다. 뒤이어 부산(16.2%), 경기(10%), 제주(9.9%), 인천(6.3%), 강원(4.9%) 순이었다. 나머지 지역은 1% 내외로 여전히 외국인 관광이 서울에 집중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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